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3. 3. 28. 01:40

변신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인 하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이다.

주인공 준이치는 소심한 성격의 회사원이다. 그가 어느날 우연하게 총기사고를 당하고 장기이식 수술을 받게된다.

그런데 그 장기라는 것이 바로 '뇌'이다. 그러니 말하자면 뇌이식 수술을 받은 것인데, 전체 뇌를 이식 받은 것은 아니고, 일부분만 이식을 받는다.

일부분이긴 하지만 새로 이식된 뇌가 준이치의 의식과 사고체계에 조금씩 영향을 미쳐가는 과정을 스릴러적인 방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하기야 요즘은 심장도 이식수술이 가능할 뿐아니라, 인공심장도 상용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제 사람의 장기중에서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만한 '뇌'를 그 소재로 다룬 것은 어찌보면 너무 일본적(?)이긴 하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혀진다.

 

"당신은 몰라. 뇌가 특별하지 않다고 하는 당신은 말이야. 
뇌는 역시 특별해. 당신이 어떻게 알겠어?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그리고 내일 눈을 떴을 때, 거기에 있는 건 오늘의 내가 아니야. 
아득한 과거의 기억은 전부 다른 사람 것에 불과해. 
난 지금 그렇게밖에 느낄 수 없어. 
내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것이 철저하게 無로 돌아가고 있어. 

< 책속에서 >

 
이야기의 스토리를 모두 소개하는 것은 스포일러성이라 자제하고 싶다.

요즘은 성형시대이다. 단순한 얼굴성형이 아니라 양악수술이다 뭐다해서 아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마음도 성형받고 싶어질 터인데, 그때쯤이면 뇌이식 수술도 일반화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개인의 존재가치(Identity)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나?

키에르 케고르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는데, 그 생각의 주체가 섞이거나, 바뀌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기야 태어날 때부터 멀쩡하게 가진 뇌를 가진 우리도 어떨 때는 자신의 생각이 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란 항상 바뀌는 것이라고 하면서, 때로는 그것을 사고가 성숙되었다고도 하고 또는 마음이 변하였다고 한다.

그렇게 변하는 것이 사람의 기본 성정이니, 남의 뇌를 이식받아서 사고방식이 바뀌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의 자신이 변해가는것인지... 


어쨌든 이 소설에서는 뇌의 물리적 구조가 변경됨으로 인한 사고방식의 변화를 얘기한다. 그러고 보면 성형시술을 받아서 얼굴이나 몸매가 예쁘지면, 이전에는 없던 자신감이 솟아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하물며 뇌자체가 바뀌는 것이야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작가는 주인공이 아무리 존재감이 없이 살아왔다고 해도 "나"라는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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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3. 2. 27. 04:17

천년의 침묵



'피타고라스 정리는 정말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것일까?'라는 의문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아! 학교 졸업하고, 수학책을 놓은 지가 언제인데... 뜬금없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이라니.

이민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동감하겠지만, 아이들 학교 수학공부도 거들어 주기가 쉽지 않다.

Primary School은 그렇다치고, Middle School만 해도 영어로 된 수학용어가 좀체 와닿지를 않는다. 

그러다보면 아이들이 먼저 눈치채고 아예 물어볼 생각도 않는다. 그저 자력으로 공부 잘 해주길 바랄 수 밖에... ^^

이런 판국에 피타고라스 정리라니... ㅠ.ㅠ


하지만 이 소설을 읽기 위하여 많은 수학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 전혀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저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아주 유명한 수학적인 발견이고, 그 발견자는 수학사적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정도만 짐작할 수 있으면 된다.  


이 소설은 '피타고라스의 정리' 사실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정리가 아니라는 도발적 전제에서 출발해, 

 전에 바빌로니아에서 이미 밝혀진 진리를 자신의 업적으로 삼으려고 하는 피타고라스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크로톤에서 수(Number)의 제국을 세운 현자 피타고라스의 학파에서 일어난 음모와 사건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과 그들의 스승인 피타고라스가 진실의 은폐와 폭로를 두고 벌이는 암투를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살인범을 쫓는 추리소설적 구조에 로맨스,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 학파의 풍경과 폴리스 사이의 정치 구도, 그리고 무리수를 발견한 히파소스, 피타고라스의 처 '테아노' 등 실존 인물과 가공 인물들을 등장시켜 팩션스타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작가는 권력과 명예에 눈먼 피타고라스를 절대악으로 규명해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자신이 발견하지 않은 수학적인 정리에 자신의 이름을 갖다 붙이고, 그것을 이용해서 사회적인 권력까지 추구하는 세속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그런데, 사실 그러한 일은 오늘날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                                                 

가까운 곳에서 예를 찾아보면, iPhone이나 iPad가 Apple사의 대표상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우리는 스티브 잡스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사실 나는 그가 어느정도 그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 관여하였는 지는 모르지만, 많은 연구원들이 골머리를 싸매었을 것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면 당시 학파를 이끌던 피타고라스가 자기네 학파에서 재정립한 수학적인 정리를 '피타고라스의 정리'라고 명명한 것이 그렇게도 비난받아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사실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한 것이라고.) 

하지만 소설은 아주 재미나게 읽힌다. 작가가 오랫동안 구상하고 쓴 이야기인데다가, 문체도 비교적 간결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소설 번역본을 읽을 때 가끔 나타나는 걸리적거림이 없다. 이야기의 소재와 배경 그리고 등장인물은 고대그리스이지만 작가가 한국인인 탓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이력을 보면, 

중학교 수학교사로 지내면서 수학사를 다룬 책을  탐독하던  어느 날, 줄의 글이 이선영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피타고라스가 무리수를 발견한 히파소스를 우물에 빠뜨려 죽였다.’ 

작가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고, 창작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와 피타고라스학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며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고, 눈을 감고도 소설의 무대인 크로톤의 지도를 그릴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하늘빛과 바람의 냄새,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과 함께 하루하루 살아낸 작가 

마침내 마흔이 되어 장편을 완성했고, 년여에 걸친 수정 작업 끝에 이 작품은 2009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긴 소개가 되고 말았지만, 이 소설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피타고라스의 이야기를...' 이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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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 Posted by Book Hana 2013. 1. 24. 07:10

5 Ways Money Makes You Happy

인터넷에 실린 기사인데 내용이 재미있어 소개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좋으니, 먹고 살만큼만 벌고 여유있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들 합니다.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과연 얼만큼 벌어야 먹고 살만큼이 되냐는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미국 사람들 얘기라서 우리랑 딱 맞아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각자 처한 환경이 다 다를 것이므로 그냥 이런 얘기도 있구나 하는 식으로 가볍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통계수치에 의거한 의견들입니다.


1. Earn Enough

충분할 만큼 벌어라는 얘기인데, 여기에서는 연간 7만5천불을 제시하는군요. 물론 더 벌면 좋겠지만 이 수준보다 더 많이 번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물론 자녀 교육이나, 빚이 있는 경우 등은 예외이겠지만)


2. Hit the Gym

운동 많이 하라는 얘기입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라... 물론 의료비도 많이 아낄 수 있을 것이고.


3. Invest in Passion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아라는 얘기인데, 생각보다 쉽진 않겠네요. 그래도 자영업자들이 시간에 매여있는 회사원들보다는 훨씬 더 많은 행복감을 느낀다네요.


4. Invest in Leisure

가끔씩 시간을 내어 콘서트나 공연 등을 보라고 합니다. 감상시간이 즐거운 것도 그렇지만 그 기억의 여운이 아주 오래가기 때문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5. Offer Assistant

제가 보기엔 이게 제일 중요할 것 같은데, 다른 이들에게 베풀면서 살라는 것입니다. 물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것도 필요하지만, 주위의 가까운 친구나 친지들에게 소액이라도 베풀어 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식사를 사거나 커피라도 한잔 사주는 것이겠죠.


새해에는 이러한 것들을 실천해서 조금이나마 더 행복감을 느끼며, 이 팍팍한 이민생활을 헤쳐 나가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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