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4. 7. 16. 22:30

시 읽는 CEO



나는 배웠다

      - 오마르 워싱턴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을 받는 일은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렸으므로.


나는 배웠다. 아무리 마음 깊이 배려해도

어떤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인생에선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 배워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보다

그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거기엔 늘 양면이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고 떠나야 함을.

더 못 가겠다고 포기한 뒤에도 훨씬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깊이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낼 줄 모르는 이가 있다는 것을.

내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남을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정이 계속되듯 사랑 또한 그렇다는 것을.


가끔은 절친한 친구도 나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그래도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남에게 용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해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 사람이 다툰다고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며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또 나는 배웠다. 때론 남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두 사람이 한 사물을 보더라도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결국 앞선다는 것을.

친구가 도와달라고 소리칠 때 없던 힘이 솟는 것처럼

자신의 삶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글 쓰는 일이 대화하는 것처럼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

가장 아끼는 사람이 너무 빨리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것과

제 주장을 분명히 하는 것을 구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리고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 받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 '20편의 시에서 배우는 자기창조의 지혜'라는 부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인생에서 도움이 될 만한 시를 주제별로 분류하고 해설과 함께 사진 자료를 함께 구성하여 마음과 눈을 동시에 즐겁게 한다.

이 시가 특히 마음에 와 닿는 순간이 있어서 한번 올려본다. 오늘 다시 보니 그땐 보이지 않던 구절이 또 보인다. ^^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9. 8. 11:08

여름은 말없이 종말을 향해 가다!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타오르던 해바라기! 


9월

뜰이 슬퍼한다.
꽃 사이로 차가운 비가 내린다.
여름은 몸서리를 치며
말없이 종말을 향해 간다.

금빛으로 물든 나뭇잎이
키 큰 아카시아 나무에서 하나둘 떨어진다
여름은 시들어 가는 뜰의 꿈 속으로
놀란 듯 창백한 미소를 띄운다.

여름은 앞으로도 오래 장미 곁에
발길을 멈춘 채 안식을 그리리라.
그러고는 서서히 피곤에 겨운
큰 두 눈을 감으리라.


    
헤르만 헷세의 9월이란 제목의 시다.
뜨거운 햇살이 지겨워질 무렵, 
이 시를 읽으며, 하루빨리 구월이 되기를 기다렸다.

낮의 무더위를 식히려는 듯이, 폭풍이 몇 번 지나더니 어느새 찬기운이 돈다.
오래 전 이 시를 읽으며, 
계절이 뒷걸음치며 아쉬운 듯이 사라지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하며 감탄했던 때가 있었다.

시인은 화려한 여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지만,
간사한 나란 인간은 이제 어서 서늘한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도로에 가득한 낙엽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늦은 가을날,
바람 가득 맞으며, 공원길을 산책하고 싶다.



요즘 여기는 너무 자주 폭우가 쏟아져요.
전기도 가끔 깜빡거리기도 하고, 컴퓨터도 한번씩 다운 되기도 하니...
가끔 제가 벽지에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벌써 8월입니다.
이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가 4월 1일이었는데, 어느새 8월이라니...

즐거운 독서가 조금씩 버거운(?) 독서로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
좋은 책들을 찾아서 빨리 읽고 글을 올리고 싶은 생각은 가득한데...
능력이 많이 못 미쳐서 죄송...  ㅠ.ㅠ

오늘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마음이 들떠서 한장 한장 넘어가는 페이지가 아쉽기만 합니다.
맛있는 것은 되도록이면 조금씩 천천히 먹고 싶은 마음에...

아!
읽다가 마음에 걸려서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는 시 하나 올립니다.

지금은 비록 폭우가 쏟아지고, 천둥 번개가 우르릉 쾅쾅 울리고 있지만, 
곧  이런 기쁨을 누릴 순간이 오겠죠?

폭우가 지난 뒤의 꽃

우애 있게, 모두 한쪽으로
바람에 몸을 숙이고, 물방울을 떨구고 섰다.
두려움에 위축된, 비바람에 눈이 먼
여린 것은 꺾여 쓰러져 있다.

아직 멍한 채로 주저하며 서서히
꽃들은 다시 그리운 햇빛 속으로 고개를 쳐든다.
우애 있게, 최초의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는 아직 살아 있다. 적이 우리를 삼키지는 않았다.

이 광경을 보자 나는 기억이 난다.
어두운 삶의 충동 속에서 보낸 숱한 시간들이.
어둠과 궁핍에서 벗어나 자신을 추스르고
감사와 사랑으로, 온화한 빛을 향하던 때가.

            
   
                                                          헤르만 헷세


이 세상의 어떤 책도
그대에게 직접 행운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은 은근하게 그대 자신으로 돌아갈 길을 열어 놓을 것이다.

거기에는 그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게 있다.
태양도 별도 달도,
왜냐하면 그대가 거기서 찾은 빛은 이제 그대 자신 속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대가 줄곧 찾아 헤맨 지혜는
갑자기 책 속에서, 어느 페이지에서나  빛나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그 지혜는 그대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스크린을 통해서 느낀 여러 감정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가져다 주죠. 
그래서 아주 자극적이고 내가 어떻게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나에게로 와서 박혀 버리게 되고, 그 여운에 갑자기 멍해 버리게 됩니다. 그에 비하면 책을 읽고 나서의 감정은 무척 더디게 오는 것 같습니다. 간혹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길을 잃어 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책을 통해서 내게 서서히 쌓여간 지식들과 감흥들은 오래도록 남아 온전히 내 것으로 어느새 변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하여 많은 현자들은 책을 곱씹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