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에 해당되는 글 3

  1. 2011.06.17 와일드 소울 (Wild Soul)
  2. 2010.04.06 13 계단
  3. 2009.06.02 용의자 X의 헌신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6. 17. 01:28

와일드 소울 (Wild Soul)

 


Wild Soul !
자연 그대로의 영혼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거친 영혼을 일컫는 것인지? 어쩌면 둘다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거창한 책 제목과는 달리 일단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전 2권을 단숨에 읽게 된다.
특히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이민 정책에서 빚어졌던 역사의 뒤안길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소위 기민(棄民)정책의 실상을 어느정도 짐작하게 한다. 

한국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하에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사할린으로 만주 등지로 강제 이주를 당한 적이 있다.
이러한 일본의 이민정책이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하여서도 이루어졌던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패전이후 극심한 식량난 및 어려운 경제상황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허위 과장광고를 통하여, 사람이 생존하기조차 어려운 아마존 밀림지대로 자국민들을 이주시킨 것이다.
물론 본인들의 자원에 의하여 실시된 이민이긴 하지만, 정부의 거짓 정보에 속아서 그곳으로 내버려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일본은 섬나라이다.
많은 국민들을 먹여 살리기에 식량이 부족할 경우, 한정된 토지자원을 가진 일본에서 획기적인 식량증산을 하기는 어렵다.
결국 '공급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으니, 수요를 줄여버리자'(?) 이런 발상이었던 것인가?

책 자체의 내용은 그러한 역사사실을 배경으로 하여 추리 소설 형태로 씌여졌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일본 소설 특유의 짜맞추기식 이야기가 간혹 거슬리기도 하지만 추리소설의 원칙인 인과관계를 위한 설정일 뿐이다.    

작가 이력이 특이하여 옮겨본다.

가키네 료스케 :

1966년 나가사키 현에서 태어났다. 쓰쿠바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 대행사, 여행사 등에서 근무했으며,
수영과 드라이브,
앵글로색슨계 나라를 제외한 해외여행이 취미다.
2000년 <오전 3시의 수탉>으로 제 17회 산토리 미스테리 대상과 독자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2004년 발표한 <와일드 소울>은 두 달간의 남미 취재와 1년의 집필기간을 거쳐 나온 초대형 작품이다.


이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여름이다.
시원한 수박 한 통과 함께 읽으면 시간이 절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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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0. 4. 6. 02:23

13 계단



  ♣ 도서명 : 13 계단
  ♣ 저자명 : 다카노 가즈아키

주변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적극 추천을 받았었던 책이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모처럼, 책을 잡자마자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긴장감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본 영화 <집행자>를 많이 생각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사형을 집행해야만 하는 간수들의 심리 상태가 아주 인상 깊었던 영화였었다. 



저승사자는 오전 9시에 찾아온다.

이 소설의 첫문장이다.
저승사자는 바로 사형 집행인!
사형수인 사카키바라 료가 사형 집행인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느꼈던 공포감과 
그로인한 심리적 공황 상태를 너무나 긴장감 넘치는 문장으로 적고 있다.
첫페이지를 보는 순간, 책 속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하는 작가의 탄탄한 구성과 설득력 있는 문장이 뛰어나다.
추리 소설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독자가 계속해서 설득을 당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임은 당연한 일!

나도 모르게 이 글을 읽으며 '이 사람이 전직 간수였었나'하는 생각이 들어 작가의 이력을 돌아보았다.
그 세계에 대한 많은 자료를 토대로 한 이해가 없다면 이런 글을 쓰기가 불가능 했을 것 같다.

이 소설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살인자가 된 사람과,
그 살인자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가족과 같은 피해자의 마음이 교묘하게 뒤섞여  
눈에 보이는 사건의 그 이면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 것인지 끝까지 궁금하게 한다.

추리 소설의 묘미는 바로 눈에 보이는 것과 객관적인 증거 자료 그 이면의  실타래가 어떻게  해결되어 가는 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 측면으로 봤을 때,  복잡하게 얽힌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자기가 저지른 죄를 기억하지도 못하는 사형수의 무죄를 증명하라!
익명의 독지가가 내건 거액의 현상금이 필요한 교도관 난고와 상해 치사 전과자인 준이치는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 것인가?
유일한 단서는 사건이 벌어진 날 사형수 료가 오르던 어딘가의 '계단' 뿐.
사형 집행이 고작 3개월 정도 남았다는 기한이 사건에 더 긴박감을 주는데...
소설, 영화와 만나다 | Posted by Book Hana 2009. 6. 2. 00:56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추리 소설로 최근에는 영화로 개봉이 되기도 했었던 작품이다.
책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 '헌신'이라는 말이 걸렸다. '헌신'이라는 말은 몸을 바치다. 즉, 자신을 희생하여 기꺼이 남을 구한다는 뜻이다. 어떤 의미에서 '헌신'이라는 용어를 썼을까 싶었다.

천재적인 수학자로 수학에 모든 것을 바치던 즉 '헌신'하던 이시가미!  이시가미는 우연히, 옆집에 살던 모녀가 저지런 살인 사건에 끼어들면서 그의 천재적인 머리는 완벽한 범행의 알리바이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그의 도움을 받아 모녀는 큰 어려움없이 살인 혐의를 벗어갈 즈음, 같은 대학교에서 공부한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가 이 사건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차츰 그 완벽한 알리바이가 베일을 벗게 되는데...

소설의 첫 장면은 이시가미의 무미건조한 일상의 묘사에서 시작된다. 세상사에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의 시선, 하지만 그주변에 대한 관찰은 예리하다. 노숙자들이 모여 사는 신오하시교를 지나며 그곳에 사는 사람에 대하여 자잘한 일면까지도 파악하고 있다. 사소한 단서로 많은 것을 통찰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렇게 세상에 대한 무관심과 세상으로터의 단절감을 안고 살아가던 이시가미에게 유일하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시가미가 자살하려는 순간 밝고 환하게 웃으며 옆집으로 이사왔다며 첫인사를 건넸던 아스코!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을 하직하려는 순간 만난 그 모녀는 그가 유일하게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침 옆집에서 들려오는 모녀의 대화로 그의 인생은 새로움으로 가득차게 된다.

여태까지 그의 생이 수학에 대한 절대적인 '헌신'이었다면, 이제 그는 모녀에 대한 남모르는 '헌신'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 모녀에게 위험이 닥치자, 이시가미는 당연히 그 둘을 보호하기 위해서 새로운 알리바이를 만들게 되는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증명할 수 없는 완벽한 알리바이!
여기서 이시가미의 '헌신', 아무 댓가없는 절대적인 사랑이 바쳐진다.

하지만 역시 천재적인 물리학자인 유가와에 의해서 서서히 그 완벽한 헌신이 흔들리게 되는데...

추리 소설의 즐거움은 어떻게 열쇠가 풀려 나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결말을 말할 수는 없지만, 유가와에 의한 추리에 따라 서서히 흔들리는 이시가미의 가설이 절대로 드러나지 않았으면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었다. 보통 추리 소설을 읽을 때면 살인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하는 것이 주 관심사이지만 이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유가와의 날카로운 추적이 안타깝기만 했다. ^^

하루 꼬박 이 소설을 읽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날, 머리 속에는 온통 이 이야기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제는 영화를 보았다. 내가 생각했던 이시가미보다는 좀 잘 생긴 배우가 나왔다. 그의 표정이 아주 무미건조하고 까칠하게 나타난 것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 비슷했다. 영화는 원작에 아주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거기서 사용하는 대사도 아주 똑같다.
물론, 영화적인 즐거움을 위해서 이시가미와 유가와가 눈덮힌 설산을 오르는 장면, 유가와와 여형사간의 러브 라인도 살짝 더해지긴 했지만...

추리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란, 역시 결말 부분에서의 반전에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의 결말에 다다른 독자라면 누구나 이 글의 제목 '용의자의 헌신'이라는 말에서 '헌신'이라는 말의 무게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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