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에 해당되는 글 2

  1. 2009.09.11 이외수의 생존법---하악하악
  2. 2009.05.19 이외수의 감성사전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9. 11. 23:10

이외수의 생존법---하악하악

 
우선 책 제목부터가 사람이 신경 쓰이게 한다.
목차를 대충 훓어보니 내가 잘 모르는 말도 많다.
그 예로 캐안습!
이것이 도대체 무슨 말이지? 
하는 수 없이 인터넷 서치를 통하여 그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언어라는 것은 사회성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뜻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내가 사회성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그가 아직 사회성을 확보하지 못한 단어들을 사용한 때문일까?

하지만 이 책이 베스트 셀러 반열에 오른 것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별 문제없이 이 책을 소화해 냈다는 건데...    

하여튼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선 책 내용에 들어가기도 전에 먼저 싱긋 웃음이 나온다.
책 표지에 나타나 있는 그의 표정... 
그리고...'아~ 이. 이빨...'
환갑이 넘은 나이임을 까맣게 잊게 하는 그 익살...
전에 쓴 <감성사전>에서 진작 알아 봤지만, 크~ 여전히 우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

Q.Q 책 표지에  올려져 있는 글 하나!!!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 부패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말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말한다. 
신중하라. 
그대를 썩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고 그대를 익게 만드는 일도 그대의 선택에 달려 있다.

☞ 개인적으로는 제일 마음에 드는 글이다.

+++  기발한 언어유희로 웃음과 진한 여운을 주는 글 +++

젊은이여. 인생이라는 여행길은 멀고도 험난하니, 그대 배낭 속을 한번 들여다보라. 욕망은 그대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고 소망은 그대 발걸음을 가볍게 만드는 법. 젊었을 때부터 배낭 속에 들어 있는 잡다한 욕망들을 모조리 내던져버리고 오로지 소망을 담은 큰 그릇 하나만을 간직하지 않으면 한 고개를 넘기도 전에 주저앉고 말리라. 하악하악.

때로 이외수가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책을 읽고 아무런 감동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책값이 아깝다고 투덜거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털썩입니다. 새로 구입한 천체망원경으로 곰팡이를 들여다보았을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은 천체망원경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

고양이에게 생선을 지키라는 소임을 맡긴 다음 볼일을 보고 돌아왔더니, 고양이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뼈들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목격자들의 말에 의하면 고양이가 한눈을 파는 사이 갑자기 생선이 고양이에게 달려들어 고양이의 살점을 모조리 뜯어 먹어버렸다는 것이다. 흠좀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수시로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진다.

연가시라는 생물이 있다. 일급수 이상에만 서식한다. 철사벌레라고도 한다. 실같이 단순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일정 기간 곤충의 몸속에 기생하다가 성충이 되면 곤충의 뇌를 조정해서 곤충이 물에 뛰어들어 자살토록 만드는 생물이다. 때로는 인간들도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쾌락의 늪에 뛰어들어 자멸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데 혹시 의식 속에 이성을 마비시키는 허욕의 연가시가 기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크읔~ 정말 소리내어 웃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글 +++

 ***외롭지 시리즈***

1. 내 딴에는 심혈을 기울여 소를 그렸는데 남들이 말이라고 우기면 여물을 씹어 먹고 싶을 정도로 외롭지 말입니다.

2. 동네 꼬마들 만화영화 구경시켜 준답시고 극장에 데리고 갔을 때, 주인공 로봇이 악당 때려 부수기 위해 출동하면 극장을 가득 메운 초딩들 힘차게 주제가 따라 부르지 말입니다. 그때 저만 가사를 몰라서 뻘쭘하게 입 다물고 있으면 갑자기 2분 정도는 참 외롭지 말입니다.

3. 고속버스 안에서 장시간 요의를 참고 있으면 휴게소가 나타날 때까지 방광이 터질 듯한 외로움이 계속되지 말입니다. 

4. 때로는 날 보고 이외수 닮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쩐다.

5. 나는 실연의 상처 때문에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누워 있는데 식구들은 이박삼일 동해안으로 피서를 떠나버리고 냉장고마저 텅 비어 있지 말입니다. 하나님. 지금이 바로 동해물과 백두산을 이박삼일 동안만이라도 마르고 닳도록 만드실 기회입니다. 라고 청원해도 하나님은 무응답. 이럴 때는 온 세상이 정말 외롭지 말입니다.

+++ 제목이 너무나 멋들어진 글들 +++
 
@.@ 하수와 고수
 날파리 한 마리가 하악하악. 호랑이 등에 올라타고 하악하악. 자기가 호랑이를 때려잡았다고 하악하악. 큰소리를 치지만 하악하악. 정작 호랑이는 이 세상에 날파리라는 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살아간다.

@.@ 지성을 초월한 대화
 모기가 스님에게 물었다. 파리가 가까이 가면 손을 휘저어 쫓으시면서 우리가 가까이 가면 무조건 때려 죽이시는 이유가 뭡니까. 스님이 대답했다. 얌마. 파리는 죽어라 하고 비는 시늉이라도 하잖아. 모기가 다시 스님에게 물었다. 그래도 불자가 어찌 살생을 한단 말입니까. 그러자 스님이 태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짜샤. 남의 피 빨아 먹는 놈 죽이는 건 살생이 아니라 천도야. 철썩!

마치 유머집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곱씹어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글의 배경에 있는 그림들, 한국의 산천어를 그린 것이라고 하는데, 재기 발랄한 작가의 입담을 차분히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글자만 읽으려면 서점에 서서도 다 읽겠으나, 행간을 읽으려면 따뜻한 차 한잔 준비해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아야 할 듯.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5. 19. 04:43

이외수의 감성사전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나는 우리가 쓰는 단어에 대한 시인의 새로운 해석이 좋았다.


이외수 특유의 유머와 시니컬함을 느끼게 하며, 만화를 볼 때처럼 끼끼득거리게 한다.
감성 사전이라!   한번 같이 감상을~~~


예로,
'총'이란 새가 그 끝에 앉아 있을 때 가장 비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무기.

'병살타'란 야구에서 공격자의 타구가 수비자의 손에 걸려 자기팀의 뛰는 놈과 나는 놈을 모두 척살시켜 버리는 불상사를 말한다. 권투에서는 선수와 심판을 한꺼번에 때려 눕히는 경우를 말하며 세상살이에서는 사랑과 우정을 한꺼번에 놓쳐 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명예박사'란 자신이 진짜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대학이나 학술 단체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람.

'주인공'이란 작중 인물 중에서 가장 목숨이 끈질긴 존재.


또한  진지하게 다른 면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있으니...

  '문'

드나들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설치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음 안에 감옥을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감옥마다 견고한 문이 하나씩 매달려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법칙과 현상들이 갇힌다.
모든 이름과 추억들이 갇힌다. 그러나 아무 것도 드나들지 못한다.
자기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으며 안다고 하더라도 문을 여는 방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 안에 있는 문은 오직 자기 자신을 버림으로써만 그 열쇠를 발견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열쇠를 발견하는 순간 하나의 사물들은 하나의 문이며 언제나 자신을 향해 열려 있었음을 알게 된다.
닫혀 있었던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음을 알게 된다.


   '호박꽃'
한여름 낮잠 드신 부처님 머리맡에 환하게 켜져 있는 조그만 황금등불.

   '완장'
자신의 임무를 타인들에게 식별시키기 위해 팔에 착용하는 표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배들은 완장을 착용하게 되면 갑자기 자신을 영웅시하여 권력을 남용하고 타인을 멸시하려는 습성을 가지게 된다. 서민층일 수록 완장에 약하고 특권층일수록 완장에 강하다.

언어에 대한 정의...그 정의에 따라 우리의 생각은 또 얼마나 달라지게 되는지..
여러분들은 또 어떤 정의를 내리고 싶나요?

그리고...오늘, 저는...ㅠ.ㅠ
이제 십 년의 세월이 흘러 이 책을 다시 읽으며, 한 글귀가 내내 나를 찌릅니다.

  '이민'
자신을 다른 나라에 내다버리는 행위를 점잖게 이르는 말.

내가 한국에서 이 글을 처음 봤을 때는,  아마 씩 웃으며 '이민간 놈들  ㅉ ㅉ'라며 제껴버렸을 겁니다.
근데 오늘  이 글줄이 목에 걸립니다.
어제 혹시 뉴저지에서 열린 LPGA 구경 가서 한국 낭자 선수들 열심히 응원하며 일희일비하던 숱한 '이민' 온 사람들도 나같은 기분이 들겠다 했습니다.

기온이 마구 오르락 내리락하는 요즘입니다.
건강은 국력(?).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