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9. 8. 11:08

여름은 말없이 종말을 향해 가다!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타오르던 해바라기! 


9월

뜰이 슬퍼한다.
꽃 사이로 차가운 비가 내린다.
여름은 몸서리를 치며
말없이 종말을 향해 간다.

금빛으로 물든 나뭇잎이
키 큰 아카시아 나무에서 하나둘 떨어진다
여름은 시들어 가는 뜰의 꿈 속으로
놀란 듯 창백한 미소를 띄운다.

여름은 앞으로도 오래 장미 곁에
발길을 멈춘 채 안식을 그리리라.
그러고는 서서히 피곤에 겨운
큰 두 눈을 감으리라.


    
헤르만 헷세의 9월이란 제목의 시다.
뜨거운 햇살이 지겨워질 무렵, 
이 시를 읽으며, 하루빨리 구월이 되기를 기다렸다.

낮의 무더위를 식히려는 듯이, 폭풍이 몇 번 지나더니 어느새 찬기운이 돈다.
오래 전 이 시를 읽으며, 
계절이 뒷걸음치며 아쉬운 듯이 사라지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하며 감탄했던 때가 있었다.

시인은 화려한 여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지만,
간사한 나란 인간은 이제 어서 서늘한 가을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도로에 가득한 낙엽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늦은 가을날,
바람 가득 맞으며, 공원길을 산책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