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5. 19. 04:43

이외수의 감성사전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나는 우리가 쓰는 단어에 대한 시인의 새로운 해석이 좋았다.


이외수 특유의 유머와 시니컬함을 느끼게 하며, 만화를 볼 때처럼 끼끼득거리게 한다.
감성 사전이라!   한번 같이 감상을~~~


예로,
'총'이란 새가 그 끝에 앉아 있을 때 가장 비웃음을 자아내게 만드는 무기.

'병살타'란 야구에서 공격자의 타구가 수비자의 손에 걸려 자기팀의 뛰는 놈과 나는 놈을 모두 척살시켜 버리는 불상사를 말한다. 권투에서는 선수와 심판을 한꺼번에 때려 눕히는 경우를 말하며 세상살이에서는 사랑과 우정을 한꺼번에 놓쳐 버리는 경우를 말한다.

'명예박사'란 자신이 진짜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대학이나 학술 단체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람.

'주인공'이란 작중 인물 중에서 가장 목숨이 끈질긴 존재.


또한  진지하게 다른 면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있으니...

  '문'

드나들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설치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음 안에 감옥을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감옥마다 견고한 문이 하나씩 매달려 있다.
그리고 그 속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법칙과 현상들이 갇힌다.
모든 이름과 추억들이 갇힌다. 그러나 아무 것도 드나들지 못한다.
자기 자신이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으며 안다고 하더라도 문을 여는 방법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 안에 있는 문은 오직 자기 자신을 버림으로써만 그 열쇠를 발견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열쇠를 발견하는 순간 하나의 사물들은 하나의 문이며 언제나 자신을 향해 열려 있었음을 알게 된다.
닫혀 있었던 것은 오직 자기 자신뿐이었음을 알게 된다.


   '호박꽃'
한여름 낮잠 드신 부처님 머리맡에 환하게 켜져 있는 조그만 황금등불.

   '완장'
자신의 임무를 타인들에게 식별시키기 위해 팔에 착용하는 표장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소인배들은 완장을 착용하게 되면 갑자기 자신을 영웅시하여 권력을 남용하고 타인을 멸시하려는 습성을 가지게 된다. 서민층일 수록 완장에 약하고 특권층일수록 완장에 강하다.

언어에 대한 정의...그 정의에 따라 우리의 생각은 또 얼마나 달라지게 되는지..
여러분들은 또 어떤 정의를 내리고 싶나요?

그리고...오늘, 저는...ㅠ.ㅠ
이제 십 년의 세월이 흘러 이 책을 다시 읽으며, 한 글귀가 내내 나를 찌릅니다.

  '이민'
자신을 다른 나라에 내다버리는 행위를 점잖게 이르는 말.

내가 한국에서 이 글을 처음 봤을 때는,  아마 씩 웃으며 '이민간 놈들  ㅉ ㅉ'라며 제껴버렸을 겁니다.
근데 오늘  이 글줄이 목에 걸립니다.
어제 혹시 뉴저지에서 열린 LPGA 구경 가서 한국 낭자 선수들 열심히 응원하며 일희일비하던 숱한 '이민' 온 사람들도 나같은 기분이 들겠다 했습니다.

기온이 마구 오르락 내리락하는 요즘입니다.
건강은 국력(?).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