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5. 7. 13:00

자신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여행

 이 책을 손에 들기까지 시간이 많이 흘렀다.
왜냐면 이 책의 제목만 봤을 때 '자아를 찾아서 떠나는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겠구나, 내 나이가 몇인데… 한가하게 자아를 찾기는  ㅉㅉ…'  그랬다.
그러다 어느 날, '아! 뭐 재미있는 책 없나?'하며 책장을 뒤지다, 우연히 안 읽어 본 책이 있는 거였다.
'이렇게 새 책이 왜 여기 있는거야?'  그냥 무슨 내용인지 조금만 볼려고 그랬다.

「자신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여행」
은 이스라엘 출신 작가 야코브 삽타이 원작의 희곡 작품이며, 독일 작가 미리암 프레슬러가 소설 형식으로 개작한 것이다.
원제는 「꼬마 두꺼비의 환상여행」으로 온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우화 형식의 소설이다.  --책표지에서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먼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제 앞가림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솔직히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지만 혹시 여행길에 그 뜻을
깨달을 수 있게 될 지도 모르죠. 두 분 모두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세요.

                                                             
부모님의 아들 꼬마 K올림

이 글을 읽는 순간, 그냥 놓아버리기가 그랬다.
나는 이제 이렇게 K처럼 미지의 세계를 꿈꾸던 때는 이미 까마득히 지나버렸지만,
우리 아이들!
언제 이런 글을 또는 말을 남기고, 낡은 부모를 뒤로 하고 떠날 때가 올 것이다는 생각!!!

자신이 사는 곳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족하며 살아가는 꼬마 K !
어느 날, 네가 본 것이 전부가 아니며, 세상에는 더 크고 멋진 호수가 있다고 큰 소리를 치는 메뚜기 리처드를 만나면서 안온한 일상이 깨진다.
리처드는 미지의 세계를, 미지의 호수를 보고 싶어 하는 K의 마음을 '그리움'이라며,
"그리움에 네 마음을 맡겨. 그것은 너를 행복으로 실어다 주는 바람같은 거야." 라고 흔든다.

 마침내 K는 '머리는 장발에 기타까지 끼고 다니는, 가정 교육도 제대로 못 받은 놈'이라고 멀리 하라는 부모님의 경고도 무시하고 길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사실, 우리의 학창시절을 돌아 보면, 부모님들이 좋아하지 않을 법한 그런 삐딱한 아이들이 멋있어 보여 종종 동경이 되기도 했었고, 남몰래 따라하기도 했었다.
그 유혹이란!!! ㅎㅎㅎ


다음에 이어지는 내용은 일반적인 구성에 따라 우리의 K는순진하여 남의 말을 그대로 믿다가 세상의 쓴 맛을 보고는,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 전개된다.
이 글은 원래 희곡 작품으로 쓰여져서인지, 중간중간에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여 시도 읽고, 노래도 부르는 부분이 종종 눈에 띈다. 물론 노래말 속에는 세상에 대한 풍자와 유머가 가득하다.
그때그때 등장하는 여러 동물들은 이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이기도 하고...

결국, K의 여행은 자신이 살던 곳으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끝난다.
K는 그곳이 자신이 찾던 미지의 호수는 아니지만,
“ 모든 아름다움은 각자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라며 보다 성숙해진 자신을 깨닫는다.

어느 날, 내 자식이 우리의 품을 떠나려 할 때, 그 때가 왔음을 내가 잘 알 수 있을까?
K의 부모처럼 부모 말씀에 순종하며 사는 것이 최고라며,
나도 너만한 때를 다 지나봐서 안다고...했건만,
어느새 떠나 버리고 없는 걸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가장 좋은 책'이라고 여러 도서 평가단에서 추천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우리 부모들에게 먼저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