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하루키의 책이 너무나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은 이 책에서 그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 것 같다. ^^

 

철도 회사에서 근무하는 남자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해 떠나는 순례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함께 등장하는 친구들의 이름은 모두 색채를 가진 이름(아카-적색, 아오-청색, 시로-희색, 구로-검은색)인데, 비해 주인공인 쓰쿠루는 이름 속에 색깔이 없다. 남자 셋, 여자 둘인 이들 다섯 명은 봉사활동 모임을 통하여 고등학교 시절 내내 친하게 지낸 사이다. 그러다 고등학교 졸업 후 갑자기 친구들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거부당하게 된다.

 

대학교 학교 2학년 7월부터 다음 1월에 걸쳐 다자키 쓰쿠루(多崎つくる)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사이 스무 생일을 맞이했지만 기념일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그런 나날 속에서 그는 스스로 생명을 끊는 것이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걸음을 내딛지 못했는지, 지금도 그는 이유를 모른다. 그때라면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지방을 넘어서는 따위 날달걀 하나 들이켜는 것보다 간단했는데.   <책 속에서>

 

과거의 상실을 덮어 두고 묵묵히 살아가는 그에게 어느 , 처음으로 사랑이 찾아온다. 그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연상의 여행사 직원 기모토 사라는 고등학교 시절, 다자키 쓰쿠루가 속한 완벽한 공동체와 결말에 대해 듣고 불현듯 잃어버린 찾기 위한 순례의 여정을 제안하는데.

이 책은 등장인물들의 이름 속에 많은 메타포를 부여하고 있다. 우선 이름마다 쓰인 색깔의 의미는 각각의 개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름 속에 자기만 색채가 없는 것에 대하여 항상 씁쓰레 한다. 그렇지만 주인공  쓰쿠루의 이름은  나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물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쓰쿠루(나사)이다. 색깔이 없는 쓰쿠루는 개성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더 친구들의 개성을 품어 주고 매개체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어느 날, 문득 떠올라서 책상 앞에 앉아 이 소설의 맨 처음 몇 행을 쓰고는 어떻게 진행될지, 어떤 인물이 나올지, 어느 정도 길어질지 아무것도 모른 채 반 년 가깝게 이 이야기를 묵묵히 써 왔습니다.

처음에 제가 알 수 있었던 것은 다자키 쓰쿠루라는 한 청년의 눈에 비친 한정된 세계의 모습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매일 조금씩 변모하여 깊이와 넓이를 더해 간다는 것은 제게 굉장히 흥미로웠을 뿐 아니라, 진심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기도 햇습니다. <작가의 말>


이 책은 편안한 마음으로 다자키 쓰쿠루와 함께 그가  순례를 떠나서 무엇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 인생의 새로운 의미들을 찾아가는지 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