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3. 8. 10. 06:10

고등어를 금하노라



책제목이 사람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고등어를 금하다니?  조선시대 양반들의 이야기인가? 건강관련 도서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집어들었다.

40여년전에 독일로 이주해서 독일인 남편과 1 1녀를 두고 살고 있는 저자(임혜지)의 생활에세이이다.

에세이이긴하지만 그 내용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다.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그들만의 행복의 가치와 척도를 가지고 있는 뮌헨의 부부 이야기.

 

저자 임혜지는 고등학교 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해 40여년을 독일에서 살았다. 칼스루에 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사로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스위스관 설계 및 기획에 참여했다

 

독일인 남편도 공학박사출신이니 학벌이나 시회적인 지위가 남에게 밀리는 이들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자동차의 나라 독일에서 차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생활한다. 그러고 보니 책표지에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경제적인 여유때문에 차를 못사는 것이 아니라, 환경문제를 고려해서 자전거를 탄단다.

뭐 세상에 그런 별난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관에 따라서 일상의 불편함을 그렇게 감내하는 것이 쉬운 것은 절대 아닐 것이다.  

 

이러 이러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막연하게 말하지만, 다들 그런 세상을 기다릴 뿐이다. 그런데 그녀의 가족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내 가족 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며,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일을 찾아내면 바로 행동에 들어간다. 돈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전기를 펑펑 쓰기보다는 따뜻한 물주머니를, 먼 나라에서 온 고등어보다는 내 나라의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사소하지만 소신껏, 자신의 가치를 실천하는 용감한 그녀 가족들의 일상을 볼 수 있다.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나보다 훨씬 더 어린 나이에 홀로 섰던 우리 부모님의 인생에 비하면 그까짓 대학생 아르바이트야 도리어 호강이었고, 그런 부모님의 딸이라는 자부심으로 나는 어떤 일에도 항상 자신이 있었다. …… 바쁜 생활이긴 했지만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자신감으로 늘 당당했고, 자유가 충만한 젊음을 보냈다. 적당한 시기에 도움의 손길을 끊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집안이 참 좋은 사람이다

젊은 시절 나의 긍정적인 경험은 자식에 대한 교육관에도 영향을 미쳤다. 자기 인생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경험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자립을 통한 자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경험한 나는 아이들의 자율성을 어려서부터 존중했다. 아이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관찰하고 내가 거기에 맞췄다. 책을 많이 읽어줬지만 아이들이 글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가르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제 이름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학교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하나씩 배워가는 기쁨을 맛보는 것이 인생에 유익한 일이지, 그 나이에 남보다 조금 더 먼저 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책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이나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합리화로, 다른 이들의 성취를 평가절하하거나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일들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자기자신에게 세속적인 성공이나 안락함이 보장되는 기회가 주어지면 그것을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자신만의 확고한 가치관이 있고, 또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 정말 부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무슨 수도승같은 생활을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일이 재미있으면 더 해. 하지만 돈 때문에 더 하지는 마 

 

남편이 회사에서 일주일에 36시간 근무를 40시간으로 늘리라는 제안을 받았다. 아이들도 다 컸으니 하루에 30분 더 일한다고 사생활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맘대로 해. 일이 재미있으면 더 해. 하지만 돈 때문에 더 하지는 마. 우린 지금 버는 돈도 다 못 쓰는데. 
“집에 일찍 와봤자 신문이나 읽고 노는걸. 
“신문이나 읽고 노는 건 안 중요해? 
신문이나 읽고 노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랬는지 남편은 일을 더 하지 않았다(몇 달 후에 회사에선 남편을 일주일에 40시간 일해야 하는 위치로 승격시켰다. 그것은 또 다른 책임감과 성취감이 따르는 일이었으므로 나는 남편을 위해 진심으로 기뻐했다).  

< 책속에서>

 

흐음. 그녀는 자기네들이 버는 돈도 다 못쓴단다. 책의 문맥상 파악되는 것이지만, 그들의 경제사정이 그렇게 여유로운 것 같지는 않다그러니 '적게 벌고, 적게 쓰자' 이런 주의인데... 어떻게 적게 쓰면서도 궁핍감을 느끼지 않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그게 정녕 궁금하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 그것을 일상의 생활에서 그대로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의지. 정말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식탁의 고등어를 볼 때마다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그렇다고 나까지 고등어를 금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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