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12. 21. 01:34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조금은 거창한 제목의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영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 다큐멘터리 <80일간의 거래일주> 원작이다. 전직 애널리스트가 6개월 동안 세계를 여행하며 물건을 사고팔면서 경제를 배운 경험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출발하여 아프리카, 아시아를 거쳐 남미를 경유하여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면서, 낙타에서 커피, 말, 와인, 목재까지 돈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든 사고팔았다. 

해당 품목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들과의 치열한 협상과 경쟁 속에서 살아 있는 시장을 체험한다. 2만 5천 파운드의 밑천으로 5만 파운드를 만들기까지의 그의 행로가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저자 코너 우드먼은 1974년 아일랜드 태생으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로 일했다. 고액 연봉자였지만 따분한 숫자 놀음에 환멸을 느끼고 전 세계 상인들을 상대로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지 확인해보기로 결심한다. 경제를 책으로 배운 그에게 세계 시장은 결코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갈고 닦은 베테랑 상인들의 협상 기술은 그가 대적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고, 고비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사건이 터져 곤경에 빠졌다. 하지만 결국에는 5만 파운드(약 1억 원)를 벌어오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거기에다가 방송과 책이 큰 인기를 끌면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는 등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사업이든 사람이든 정말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직접 만나고 경험하고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다. 저 멀리 언덕을 넘어가 국경을 건너려는 사람들, 그들 무리에 끼어들어 그들과 하나가 되면서 그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수밖에 없다. 과연 내가 전 세계 내로라할 약삭빠른 상인들과 거래하면 조금이라도 이윤을 남겨올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당시에는 내 앞에 어떤 일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상상도 못했다. 그저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협상과 거래를 해보면 경제와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겁도 없이 덤벼보기로 했다. >

-- 책속에서  


솔직히 뭐 제목처럼 그렇게 거창하게 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배운 경제이론이 실제 비지니스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실제로 체험한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이니 재미가 있다. 그가 당초에 세웠던 2만 5천파운드를 두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떻게 품목을 선정하고 시장을 공략하며, 실제로 협상에 임하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보다 재미있게 펼쳐진다. 물론 저자의 자기자랑이 곳곳에 나타난다. 그거야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일반인들이 말로만 떠들던 것을, 실제로 그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성공사례를 만들었으니.


독자에 따라서 그의 성공 요인을 여러가지로 파악할 수 있겠지만,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다음이 아닐까 싶다. 


1.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 물론 그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및 남미 등을 여행하면서 통역을 활용하였지만, 그것도 그가 영어가 유창하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등에서 유능한 한국어 통역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유능한 인맥의 활용이다.

 - 그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인맥이 잘 구축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들로부터 각국 시장 및 품목에 대한 개괄적이긴 하지만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적시에 구할 수 있었다.


3. 지속적인 비지니스 모델이 아니다.  

- 그는 선정된 품목을 공급처로부터 구매하여 소비자 또는 중간 도매인에게 판매하였다. 물론 자기의 여행목적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공급자 입장에서는 시장개척 또는 상품홍보 성격으로 매우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엄밀한 의미에서 거래의 초과 이윤을 얻은 것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어쨌거나, 어릴 때부터 공부 열심히 하여 좋은 학교 가고, 좋은 직장 구하여 오랫동안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교육을 받아온 나에게는 아주 신선한 자극이 되는 책이었다. 이민을 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 가졌던 직업을 바꿀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다. 꼭 이민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평생동안 여러개의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북돋워 주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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