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8. 7. 14:15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책을 처음 택한 이유는 단연코 제목이 멋있어서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책 표지에는 '삶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찾아온 투명한 슬픔'이라는 부제까지...
백혈병으로 죽는 주인공 여자, 그리고 그녀를 잊지못해 방황하는 청춘이라...흠-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전형이다.

<상실의 시대>보다 더 많이 팔렸다는데...뭔가 있기는 있나???
또, '세상의 중심'이라니 그곳은 어딘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가볍게 읽기 시작한 카타야마 쿄이치의 작품이다.


그런데, 쉽게 쉽게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이 소설의 플롯이 과거와 현재가 빈번하게 교차되어 내용이 한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자기 삶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키를 호주에서 상징적으로 떠나보내는 부분으로 이야기는 시작되고,
그녀와의 첫 만남, 그리고 할아버지가  평생을 간직해 온 사랑에 대한 뜻밖의 이야기. 
이렇게 할아버지의 맺어지지 못한 사랑과 손주인 사쿠타로의 비극적인 사랑이 서로 맞물려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럼에도 책은 쉽게 놓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할아버지와 손주의 이야기가 산만하게 전개되는 것 같지만, 
등장 인물들의 간결하면서도 많은 것을 상징하는 대화들은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함께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작가는 많은 부분 할아버지의 사랑과 인생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의미를 말하려고 한다.

손주인 사쿠타로가 아키의 죽음으로 방황하게 있을 때,

"좋아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어째서 괴로운 것일까?"
"그건 이미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버렸기 때문은 아닐까? 
이별이나 부재 그 자체가 슬픈 것은 아니다. 
그 사람에게 준 마음이 이미 있으니까 이별을 괴로워하며 그 모습을 애타게 찾는 거지. 
애석한 마음은 끝이 없어. 
그렇다면 비애나 안타까움도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커다란 감정의 발로에 지나지 않는다고는 할 수는 없을까?"

할아버지는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위로한다.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는?

"인생에는 실현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실현된 것이라면 인간은 금방 잊어버리지. 그런데 실현되지 않은 것은 언제까지고 소중하게 가슴 속에서 키워간다. 꿈이라든가 동경이라고 일컬어지는 것은 모두 그래. 인생의 아름다움이라고 하는 것은 실현되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에 의해서 생겨나는 게 아닐까? 실현되지 않은 것이 있다해도 아무 가치 없이 남겨지는 게 아니다. 아름다움으로서 사실은 이미 실현되어 있는 거란다."

한번 죽어버리면 모든 것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삶이 허무한가!
그래서 인간은 저너머 세상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소설은 맑은 수채화같은 톤으로 가득찬 문장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키와 함게 했던 여행에서 본 무지개의 모습에서...

...무지개의 색 하나 하나는...부드러운 바람의 손톱이 여름 막바지 햇볕에 탄 등 피부를 벗겨내듯이 그 각각의 색상들을 떼어내서 태양빛과 공기 속으로 섞여들게 했다. 하늘은 엷은 유리 조각을 무수하게 뿌려 놓은 듯 아름답게 빛났다.

빛나는 문체는 늘 글 읽는 재미를 더한다. ^^

끝으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라는 제목에 나오는 세상의 중심은 
바로 세계의 배꼽이라 불리는 호주 케언즈의 '에어즈 록(Ayers Rock)'이다.

아키가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아보리진의 성지인 에어즈 록에 가서 사쿠타로가 그녀의 뼛가루를 뿌리던 곳이다.  그녀와의 마지막 이별 의식을 하던 곳!
영화나 드라마에서 뜻하지 않던 장소를 보면 그곳엘 가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하는데...
이 책을 보면서는  호주로 여행을 가고 싶다. 
사막을 며칠 달려가야 있다는 에어즈 록을 등반하고 싶다. 
아! 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외치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