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지금까지 풀마라톤 코스를 25회나 완주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와 관련한 자신의 인생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나는 그의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너무나 세세한 심리 묘사와 내면에 대한 탐구는 나를 좀 지치게(^^) 한다.  사건 전개가 다양하게 전개되는 추리 소설류들을 좋아하는 관계로 그의 작품들은 몇 번 읽으려고 했지만 완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다 그가 대단한 달리기에 관한 마니아이고, 또 이번에 그의 삶과 달리기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고 해서 책을 구입하자 마자 읽기 시작했다.

그는 왜 달리기를 시작했을까? 소설가와 마라토너! 언뜻 생각해도 별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이것과 관련해서 그의 글을 보자면,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고 밝히고 있다.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기 전 재즈 클럽을 운영해 왔었다. 밤낮으로 바쁘게 3 여년 간을 움직인 결과 수입도 꽤 괜찮은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야구 경기를 보다 문득 지금쯤이면 좋은 소설을 쓸 수도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실천에 옮기게 된다. 그렇게 쓴 첫 작품이 문예지의 신인상에 당선하게 된다. 20대의 마지막 가을의 작업이었고, 다음 해 여름엔 단행본으로 출간된다.  처음엔 클럽 운영과 글쓰는 작업을  같이 하다 본격적으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나이 서른 초반에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막 전업 소설가가 되고는 맨 처음 직면한 심각한 문제는 건강의 유지였다고 한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작업을 하다보면 몸은 굳어지게 되고 배만 나오게 된다. 그래서 하루키는 스스로 육체 노동이라고 할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건강 증진에 가장 효율적이고 지구력과 집중력을 길러주는 달리기를 선택한다. 

...나는 그렇게 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인생의 한 분기점 같은 세른세 살,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떠난 나이다. 그런 나이에 나는 장거리 러너로서의 생활을 시작해서, 늦깎이이긴 하지만 소설가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섰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나는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고 쓰고 있다.
그때 이후로 매년 한 번 씩은 풀 마라톤 코스를 뛰고 있다고 하니 대단한 집념의 소유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나는 올겨울 세계의 어딘가에서 또 한 번 마라톤 풀코스 레이스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년 여름에는 또 어딘가에서 트라이에슬론 레이스에 도전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계절이 순환하고 해가 바뀌어간다. 나는 또 한 살을 먹고 아마도 또 하나의 소설을 써가게 될 것이다....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 이렇게 써넣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