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3. 13. 07:14

내가 잠들기 전에


요즘 세상돌아가는 것이 정말 복잡하다.
아마 이 얘기는 수천년 전부터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 하였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은 정말 복잡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할 것 없이 선거를 앞두고 쏟아내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뭐가 정확히 다른지 잘 모르겠고,
한미 FTA를 해야한다, 하면 안된다는 논리도 다 그게 그것 같기도 하고...
휴대폰만해도 그렇다. 그냥 전화하고 필요하면 가끔 시계대용으로 쓰기만 하면 충분한데.
그래 문자정도는 주고 받는 기능을 알아야 하다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무슨 스마튼폰이다, 안드로이드폰이다, 어플리케이션이 다운이 되어있다 아니다, wifi가 된다 안된다 등등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데, 그걸 모르면 전화도 제대로 못쓰는 세상이 되어가니... 쯥. 

이렇게 세상이 나를 잠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을 때에는,
단순한 논리로 전개되는 추리소설이 시간을 보내기는 정말 딱이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내가 잠들기 전에'라는 소설이었다.

S. J. Watson이라는 작가의 추리소설인데 소재가 신선하다.

주인공은 사고로 인하여 지난 24시간동안만 기억할 수 있다.
그 이전의 기억은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주위의 사람들이 누군이지,
그래도 음식은 먹는 것이고, 옷은 입는 것이고, 전화는 원거리통신을 위한 것이다라는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다.

소재의 참신성은 읽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켜준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사건전개가 우연성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이야기의 전개가 한층 탄탄한 구조하에서 이루어진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진실 게임을 그린 심리 스릴러로서, 교통사고 이후 주인공(크리스틴)은 기억력이 하루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 

나는 침실로 돌아간다. 손에는 여전히 사진이 들려 있다. 눈뜰 때 옆에 있던 사내와 내가 나온 사진이다. 나는 사진을 들고 본다.
“어떻게 된 거예요?” 눈물이 얼굴에 흘러내린다. 사내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침대에 앉아 있다. “당신 누구예요?”
“당신 남편이야.” 그의 얼굴에 졸음이 묻어 있기는 하지만 귀찮은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내 알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결혼한 지 여러 해 됐어.”
“무슨 소리예요?” 뛰쳐나가고 싶지만 갈 곳이 없다. “결혼한 지 여러 해 됐다고요? 무슨 소리예요?”

< 책속에서 >


이 소설에는 백미인 반전이 있다.
이 말은 스포일러성 멘트일줄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후일 독자가 될 사람들을 위하여 함구한다.

골치아픈 현안들 잠시 밀어두고, 추리 소설의 세계로 빠지기에는 정말 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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