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0. 2. 5. 00:39

로스트 심벌



댄 브라운, 그는 정말 소설을 쓸 때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같다.
그의 전작인 <천사와 악마> 그리고 <다빈치 코드>를 읽으며, 이 소설을 그냥 이렇게 읽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작가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왜냐고? 소설속에 등장하는 건물 또는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에 대한 설명들이 그냥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그것들을 분석적이며 설득력있게 해석하는 그의 노력이 글귀마다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중간한 논문들보다 훨씬 심혈을 기울인 그의 글을 침대나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읽으면서 가진 생각이었다.

로스트 심벌!
이미 전작에서 소개된 프리메이슨의 이야기가 또 나오면서 처음에는 약간 식상한 느낌을 가지게 하였다. 
이 양반은 프리메이슨 이야기로 아예 뿌리를 뽑으려는구먼 이라는 생각에...
그 분야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렇게 계속 울궈 먹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나 이 소설은 배경이 내가 자주 방문하는 워싱턴 DC이어서 그런지 훨씬 현실감있게 이야기가 전달되었다.
그냥 무심히 지나치던 워싱턴 타워, 국회의사당, 스미소니언 박물관 그리고 제퍼슨 기념관 등등이 새롭게 다가왔다.
마치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나면 거기에 있는 유적들이 새롭게 보이듯이.
사실 어떤 소설속의 어떤 건물들은 그런 건물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나에게는 아래 사진에 나타나 있는 House of Temple이 그 경우이다.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영....
역시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만큼만 볼 수 있나 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House of Temple



소설의 내용 중에 미 국회의사당의 천정벽화에 죠지 워싱턴이 신으로 변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 있다고 한다.
다음에 워싱턴 DC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들러서 실제로 보고 싶다. 
그런데 그 그림이 상징하는 바가 인간(죠지 워싱턴)이 신으로 변하는, 이른바 신격화를 묘사한 것이라는 것이 기독교국가를 표방하는 미국 국회의사당의 천정 벽화에 버젓이 있다는 것이 얼른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존경받는 지도자를 신격화하는 것은 로마시대의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이래 흔히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로마는 다신교를 받아들이는 종교관을 가지고 있던 사회였다. ( 이 부분에 대하여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보면 자세히 내용을 알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인간 = 신'이라는 이러한 생각은 많은 기독교인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충분한 논란거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미 국회 의사당 천정에 그려져 있는 Apotheosis of George Washington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1달러 지폐의 뒷면에 있는 그림에도 프리메이슨의 상징이 있다고 한다.
피라미드와 그 위의 '섭리의 눈 - Eye of Providence'이 그것인데, 우리가 그렇게 자주 사용하면서도 얼마나 의식을 하였을까?

 

섭리의 눈 - Eye of Providence



소설 속의 주인공 로버트 랭던, 그의 소설 속 역할은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 같은 역할이다. 
대학 교수(기호학이나 고고학이나 거기가 거기다)이면서 키도 크고 덩치도 좋지만 싸움을 잘하지는 못해 상대방에게 실컷 얻어터지고, 그러나 어려운 역경을 어찌 어찌 극복하고는 마침내 주어진 임무를 완수 해낸다는......
그리고 주인공이 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설이나 영화에 푹 빠져들게 하는 것, 그것 또한 공통점이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는 영화가 끝나면 그만이지만, 이 소설은 그 내용의 무게때문에 책읽기가 끝나도 여러 가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것은 큰 차이라고 하겠다.
아직은 날씨가 추워서 그렇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워싱턴DC 방문 스케쥴을 한번 잡아봐야겠다. 
댄 브라운이 일깨워준 새로운 시야를 가지고 그곳을 한번 둘러 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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