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12. 3. 22:49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다.
책이 발간되기도 전에 거액의 인세를 미리 지급하고, 그의 신간 번역권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 출판사간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기사를 몇 달전에 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다.  그 화제의 작품이 바로 이 1Q84이다.
IQ84 (아이큐 84)가 아니고 1Q84 (일Q팔사)이다.

그 제목을 접하자말자 생각난 것이 조지 오웰의 1984이다.
Big Brother의 출현을 예고하는 조지 오웰의 그 작품과 인간을 등급별로 구분하여 출생과 생존을 관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읽고, 미래에 다가올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그리며 소주잔을 기울이던 학창시절이 생각난다. 그 당시의 유신 말기 체제와 신군부세력의 등장으로 인한 암울한 사회분위기도 한몫하였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 보면 도처에 설치되어 있는 감시카메라, 위치 추적 가능한 셀폰 그리고 태아의 성별감별, 건강상태 체크 등을 보면 그 소설 내용의 많은 부분들이 이미 현실화 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의 모티브를 조지오웰의 1984에서 따왔음을 인정한다. 내용상의 리틀피플(빅브라더에 대칭되는 개념) 등등.
그는 일본인답다. 서방의 선진국들이 개발한 기초과학 기술을 응용하여 실용화, 상용화시키는 특유의 일본 스타일을 공개적으로 밝히는데 전혀 꺼리낌이 없다. 아니 오히려 한단계 발전시켰음을 뿌듯해하는 것 같다.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작가가 정말 일본인이구나는 하는 생각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분재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세세한 것에 대한 정밀한 묘사, 약간 억지스러움, 집요함 등등...
사건 줄거리의 빠른 전개보다 인물의 심리상태, 상황에 대한 세밀한 묘사에 비중을 많이 둔 탓이다.
 
그래도 글로써 읽는 이 작품은 재미있다. 영화화하면 글쎄?
왜냐하면 작가가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와 사건에 대한 해석을 너무도 상세하게 전개하기때문이다.
만일 영화화 된다면, 나레이션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는 그러한 것을 제대로 표현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소설치고는 너무나 두꺼운 (권당 650페이지 가량의 2권으로 구성)책이지만 읽는 방법에 따라서 독서시간은 차이가 많이 날듯하다.
주요 사건 전개만 좇아가면 크게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세부적인 묘사를 음미하면서 읽을려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할 각오를 하여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을 여기에서 밝히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다분히 추리적인 기법이 적용되어있는 이야기의 구성때문이다. 내용을 미리 알면 읽는 재미가 반감된다.
앞서 말하였지만, 소설내용의 개요만 파악할려면 아주 간단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느냐, 그것이 이 소설을 읽는 재미인 것이다.

솔직히 읽다보면 억지스러운 부문, 논리의 비약이 심한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어떠랴? 소설인 것을.

소설의 페이지 분량이 많은 것을 보면 작가가 할 말이 많았구나 짐작은 가지만, 기실 그 내용은 비교적 심플하다.
 하지만 그 심플한 내용을 수많은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여 가며, 독자를 그 오랜 시간 이 책에 붙들어 매게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기임을 새삼 실감나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