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 싱거운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5. 1. 01:44

Bethpage Black GC, NY

이름은 많이 들어보셨죠?
뉴욕 인근에서는, 아니 미국 전역에서도 아주 유명한 골프 코스입니다.  특히 2009년 6월 15일부터 US OPEN이 이곳에서 다시 열릴 예정입니다. 첫번 째는 2002년에 열렸었죠. 그 당시 Public Course에서는 처음으로 US OPEN이 개최되었다고 해서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가까운 친구가 워싱턴 DC에 주재원으로 와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재원들이 그렇듯이, 이 친구도 기회만 닿으면 골프를 칠려고 합니다. 사실 골프 천국인 미국에 와서 그런 것은 당연하겠죠. 그래서 이 친구가 한국으로 귀임하기 전에 선물로 Bethpage Black에서 함께 라운딩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이곳은 뉴욕 주민을 위하여 NY City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입니다. 
이 곳에서 라운딩을 할 때,  제일 어려운 것은 뭐니 뭐니 해도 티타임 예약입니다. 뉴욕에 사는 사람들도 전화를 붙잡고 씨름을 해도 원하는 시간을 잡는 것은 정말로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저도 이 코스 이름은 10년 넘게 들어 왔으면서도, 지난 여름에 갔을 때까지는 못 가봤을 정도이니까요. 참고로 저는 뉴욕, 뉴저지 인근의 어지간한 골프장은 거의 돌아다닌 편이거든요. (오해 마시길... 주말 골퍼로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이 코스는 뉴욕 주민이 아닌 경우는, 매우 비싼 그린피를 지불하여야 합니다. (주중 105불, 주말의 경우에는 125불 정도 - Cart포함되지 않은 비용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Power Cart가 허용되지 않는 코스입니다. 그래서 Pull Cart를 끌든지, 아니면 Bag을 짊어 지든지 또는 캐디를 불러야 합니다. 물론 캐디가 한국처럼 어여쁜 처자들이 아니고, 체력 좋은 젊은 청년들이죠. 캐디에도 등급이 있어서, 고등학생같은 아마추어 캐디는 캐디피가 조금 쌉니다. 캐디 혼자서 골프백 4개를 짊어지고, 양손에 들고 하면서 라운딩을 보조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티타임을 예약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는, Walk-On Base로 티타임을 얻기 위하여는 새벽 일찍가서 선착순으로 줄을 서야합니다.
  
 근데 이게 또 장난이 아닙니다. 저희가 코스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4시 30분쯤 되었을까요... (참고로 그날은 목요일이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갈려면 1시간 30분을 운전해야 하는데...)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물론 그 사람들이 모두 Black Course의 티타임을 받으러 나온 것은 아닙니다. Bethpage에는 코스가 모두 5개, 총 90홀의 골프장입니다. Black다음으로는 Red Course가 좋고, Blue, Green, Yellow Course등이 있습니다. Black은 너무 어려워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진의 경고문을 참조하시길^^)
그리고 저희는 그곳에서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지인께서 미리 나와서 줄을 서주는 수고를 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Thank you!)


사실은 제가 8년 전 쯤에 Black에서 라운딩을 할려고, 일행들과 근처 호텔에서 숙박을 해가면서까지 해서 새벽 3시쯤 도착하니까, 저희에게 돌아온 티타임이 오전 11:30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 Black을 포기하고 Red Course에서 라운딩하고 돌아온 적이 있거든요. (그 때는 오후에 다른 일이 있어서 그렇게 늦은 티타임을 Accept 할 수 없었죠. -_-; ) 사실은 Red Course도 아주 좋습니다.

어쨌거나, 그렇게 새벽같이 수선을 피워서 얻은 티타임이 오전 09:10 이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죠. 하지만 그때가 7월이었음을 감안하면, 한여름 땡볕아래에서 라운딩을 해야 된다는 말이었죠. 그렇지만 그렇게 말로만 듣던, 이 코스에서 처음으로 라운딩을 한다는 설레임으로, 그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짬을 내서 근처 '플러싱-뉴욕 인근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동네'의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서 해장국을 한 그릇하고는 돌아와서 라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4th Hole - 이때만 해도 아직 생생하네요


어떤 분들은 Black Course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공통점은 샷의 거리는 많이 나가지 않아도 방향성이 좋다는 것이죠. 2002년 US OPEN당시 타이거 우즈만 유일하게 언더파를 기록해서 우승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시다시피 프로 대회에서는 전장 거리를 얼마나 많이 늘립니까?  거리와 방향이라...

하여튼 아마추어들도, 이 코스에서 좋은 스코어를 낼려면 샷의 방향성이 무조건 좋아야 합니다. 소위 아리랑 볼(?)을 치시는 분들은 정말 힘든 하루가 될 겁니다. 여러분들은 스코어를 기록할때, 어느 점수까지 기록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더블파 + 1까지 보통 기록합니다. 더블파는 다들 '양파'라고 그러고, 그것보다 1타 더 치면 '실파'라고 하죠.^^

그리고 그린은 아주 빠릅니다. 4퍼트도 많이 나옵니다. 특히 여름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카트를 못 타게 하기 때문에 후반전으로 가면, 체력이 아주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특히 여름에 가시는 분들은, 반드시 물을 얼려서 두어 병 가지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동식 PX (아가씨들이 카트를 타고 코스를 돌아다니며, 음료수나 스넥을 파는 것)도 저는 본 기억이 없습니다. 각자 알아서 미리 미리 준비하셔야 할 듯.
 

무시 무시한 러프


오른쪽 사진처럼 티샷이 러프에 들어가면, 어느 정도 아이언 샷에 자신이 있는 분들은 8번이나 9번으로 꺼낼려고 하겠죠. 제발 그러지 마시길...
무조건 웻지로 러프에서 페어웨이로 꺼내기나 하세요. 지금 이 충고 기억하지 못하시면, 앞에서 배운 용어 있죠. '실파'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_-:;

전반적으로 코스는 아주 훌륭합니다. 관리상태도 그렇고, 코스 레이아웃도 좋고, 무엇보다도 매홀이 골퍼들의 도전 의식을 일깨우게 합니다.

그리고 잘친 샷과 그렇지 못한 샷에 대한 보상이 확실합니다. 처음 가서 라운딩하신 분은 코스에 잘 적응을 못하여 좋지 못한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지만, 너무 실망할 것 없습니다. 저도 두 번째로 갔을 때는 처음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골프를 Serious하게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렸지만, 제 친구에게 선물을 주는 셈치고, 짧은 여름 휴가 중의 귀한 하루를 쪼개어 다녀온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그 친구는 그 때는 전날 저녁에 둘이서 쐬주를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에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고, 다시 한번 붙었으면 하네요.^^

그런데, 우리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골프 라운딩을 할 기회가 얼마나 될까요? 더구나 그 친구는 우리 집에서 꽤 멀리 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티타임때문에 이른 새벽에 나가기 위하여, 우리 집에 전날 저녁에 도착하여 하루 밤을 묵게 되는 경우라면 말입니다...^^

18th Hole Tee Box에서 바라본 그린과 클럽하우스

드디어 도착한 18th Hole입니다.  그 날은 정말 더운 여름 날씨에, 그 전날의 숙취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무시 무시한^^) 러프를 전전하며, 겨우 찾아낸 공을 욕심을 부리다가 또 다시 러프로 보내고...

마지막 홀에 도착하였을 때는, 마치 기나긴 여행을 마무리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다음에는 좀 더 잘 칠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안고서는 지친 몸을 이끌고, 클럽하우스 바깥에 마련된 자리에서 시원한 생맥주 한잔하면서 바라보던 그날의 Black Course의 18th Hole은 마치 어제의 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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