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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25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2. 2012.07.11 독서 예찬
  3. 2012.06.06 은교
  4. 2012.05.16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5. 2012.04.17 마이 코리안 델리
  6. 2012.04.05 몽유도원
  7. 2012.03.13 내가 잠들기 전에
  8. 2012.03.08 늘 그리운 당신 ...
  9. 2012.02.15 알레프 1
  10. 2012.02.03 어둠의 아이들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7. 25. 02:28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젊은 나이에 세속의 출세가도를 달리다 암으로 일찍 생을 마감한 여교수의 에세이집이다.

 

저자 위지안(于娟)은 1979년생으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에 유학한 뒤 돌아와 상하이 푸단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소문난 독서광이었으며, 지는 것을 싫어해 공부에서든 놀기 또는 먹기에서든 항상 또래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곤 했다.  정부에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던 2009년 10월, 갑작스럽게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겨우 성공의 열매를 맛볼려고 하는 순간에 찾아온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지만, 좌절과 분노를 딛고 일어나 ‘앞으로 남겨진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깨달은 것들을 일상의 에피소드와 함께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푸단대학이라는 곳이 세계100대 대학에 들어가는 명문이라고 여러번 언급하지만, 사실 그녀가 재직했던 곳이 그렇게 유명한 대학이든 아니든 그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 젊은이가 목표를 세워두고 오로지 그 목표달성만을 위하여 많은 것들을 뒤로 밀어두는 그런 삶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인생퇴장명령을 받은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은 시간 뿐인데, 저자는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 그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여태껏 무심하게 지나친 많은 일상들이 새롭게 보였고 느껴졌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소회를 일면 감상적이긴 하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적어나갔다.

 

삶의 마지막에 와서야 마치 세상에 처음 나온 것처럼,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우리에게 그 어떤 고통도 모두 지나간다는 인생의 지혜를 전해준다. 더불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스스로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뒤, 삶의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하루하루가 마치 인생의 처음처럼 낯설게 다가왔다.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처럼 하나하나,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삶의 끝에 와서야.
지금에야 깨닫게 된 것들을, 암에 걸리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만 그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랬더라면 내 삶을 더 행복한 것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뭔가를 잡기 위해서는 아주 먼 곳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믿으며 ......'

 < 책속에서 >

 

우리는 살기 힘들때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마지못해 사는 것이라고"  어쩌면 그렇게도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한국이 OECD국가중에서 자살률 1위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이다. 엊그제 안철수씨가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자살률 1위라는 것은 현재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하였는데, 난 생각이 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고통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진다면 자살이라는 극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매사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 이런 생활태도나 사고가 그런 극한 선택을 하게 만든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가 한때 생각하였던 것처럼 자신의 세속적인 성공이, 당연히 자신이 잘나서 그렇게 남보다 나은 위치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여태 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띄게 된다. 오늘의 자신을 있게한 많은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들이.

 

리도 지금 이 책의 제목을 다시 소리내어 되뇌이며 그 답을 찾아볼 일이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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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예찬

책은 생물이다.

책을 사랑하고 그것에 빠지는 것은 일종의 연애다.

연애와 마찬가지로 읽는 즐거움은 도취에서 비롯한다.

사랑하는 이가 고난을 견디게 하는 힘과 원기와 신념을 주듯 책도 마찬가지다.

책은 절망에서 일어설 수 있게 하며, 꿈을 키우게 한다.

책읽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내 영혼의 키를 키운 것은 책이다.

.

.

.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이미 씌어진 책들과 아직 씌어지지 않은 책들.

혹은 내가 읽은 책들과 아직 읽지 않은 책들. ^^

 

     - 장석주님의 <그 많은 느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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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작가 박범신氏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설 '은교'가 최근 베스트셀러로 주목받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씁쓸하다고 한 기사를 읽었다.

사실 소설이 발표된 것은 몇 해전이다 보니, 소설 그 자체가 유명해졌다기보다는 최근 이 소설이 영화화 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소설의 내용은 70세의 노작가 이적요와 30대 초반의 그의 제자 서지우 그리고 17살의 소녀 은교, 이 세사람 사이의 사랑(?) 그리고 미움을 동반한 인간관계에 대한 심리묘사 소설이다.

특별하게 주목을 끄는 스토리의 반전같은 것은 없지만, 서로간의 밀고 당기는 심리 묘사가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작가 박범신의 필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글이다.

영화홍보에서는  70 노인과 17세 어린 소녀의 사랑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데, 실제 소설속에서는 육체적인 사랑이 그리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기대하고 책을 집어든 독자들은 자못 실망할 수도 있겠다. 사랑이야기이긴 한데, 심리묘사에 많은 시귀들이 동원되어, 맘다잡고 읽지 않으면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  

아, 나는 은교를 사랑했다.

 

주인공 이적요시인이 탄식처럼 뱉은 마지막 말, 꺼내어 차마 뱉지 못한 말이다.

세상적인 나이도 육체도 그 모든 것을 넘어서, 가장 내밀하고 솔직한 자신의 욕망은 그것이었다.

기꺼이 죽음을 앞당긴 주인공 이적요는 열일곱 은교를 사랑했노라고,

그것은 다름아닌 '사랑'이었노라고 유작 노트에 적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근원을 흐르는 단어는 '갈망'이라고 한다.

차마 이룰 수 없는 꿈이기에 더 절실하고, 그래서 더 목이 타들어가는 '갈망'

죽음을 앞두고  껍질만 남아 퍼석거리는 주인공에게 갑자기 나타나 펄떡 거리는 싱싱함을 보여주는 열일곱 '은교'는 '갈망' 그 자체다. 다시는 되돌이킬 수 없는 젊음이기에 갈망이다. 

누구에게나,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더 미치게 하는 '갈망'이 있다는 것은 곧 살아있음의 증거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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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대개의 잠언집 들이 그렇듯이 좋은 얘기들이 책속에 많이 실려있다.

그런데 책들을 읽다보면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성인군자같은 얘기만 늘어놓은 책을 읽다보면, 나중에는 말이 그말 같고 해서 감흥이 점차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책은 다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침대에서 잠이 때까지 읽다가 잠이오면 머리맡에 두고 싶은 책이 바로 이책이다.

어떤 책들은 줄거리의 전개로 인하여 꿈자리가 시끄럽지 않을까하는 걱정 되는 책도지만, 책은 잠들기 전에 자리끼로 가져다 놓은 시원하지만 차갑지는 않은 한잔을 마시는 같은 느낌을 준다.

글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한꺼번에 읽기가 아까워서 며칠을 나누어 읽었다.

 

작가의 이력도 특이하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그리고 영화공부를 위해 UC버클리대로 왔다가, 하버드와 프린스턴에서 비교종교학으로 , 박사를 취득하였다고 한다. 하버드에 재학중에 뜻한 바가 있어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고 출가한다. 하지만 산속의 절로 들어가는 대신에 대학교수(메사추세츠주 햄프셔대) 재직한다.

 

이국생활에서 한국말에 대한 갈증이 그가 트위터에 열중하게 이유라고 하는데, 지금은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언으로 꼽힌다고 한다.

 

  
좋은 음악도 계속 들으면 질려요
.
하지만 잊을 만했을 또다시 들으면 좋습니다
.
이것은 음악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나와 음악과의 관계의 문제입니다
.
이처럼 사람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고

사람과 나와의 관계의 문제입니다
.
-
관계의 중에서


무조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같아요
.
모든 일이 자기 원하는 대로 쉽게 되면

게을러지고 교만해지며, 노력하지 않게 되고

다른 사람 어려움도 모르게 됩니다
.
어쩌면 지금 내가 겪는 어려움은

삶의 가르침일지 모릅니다
.
-
미래의 중에서


운전을 못하는 사람은

운전 중에 브레이크 페달을 자주 밟습니다
.
대화를 못하는 사람은

대화 중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로 브레이크를 자주 겁니다
.
-
인생의 중에서


좋은 인연이란
?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닌

끝이 좋은 인연입니다
.
시작은 나와 상관없이 시작되었어도

인연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는

자신에게 달렸기 때문입니다
.
-
사랑의 중에서


식당에서 밥을 먹는 중에는 모릅니다
.
먹고 일어나야

얼마나 과식했는지 비로소 알게 돼요
.
수행은 순간순간 깨어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먹는 순간 바로 아는 사람은 수행을 많이 사람입니다
.
-
수행의 중에서

 

< 책속에서 >

 

 

이상의 많은 좋은 글들 중에 아직도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고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하나요? 라는 질문에

작가의 답은,

 

존버정신으로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존버정신이라……  존나게 버티는 정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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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코리안 델리

 

간혹 노래도 그렇고 책도 그렇지만 입소문을 통하여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백인인 미국인이 쓴 소설인데, 한국인들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는 이야기가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로 소개된다는 얘기를 지인으로부터 듣게되었다.

 

여기는 미국 동부 뉴욕 메트로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많은 교민들이 세탁소, 그로서리, 뷰티 서플라이, 네일 가게에 종사하고 있다. 거기에 또 하나 반드시 추가해야할 업종이 바로 델리가게이다.

 

바로 그 코리안 델리가게를 소재로 한 소설인데, 오리지날 백인인 미국인이 자기의 실제 경험에 기반하여 쓴 이야기이다. 물론 한국인인 아내와 결혼하였으니, 아시안에 대한 편협한 시각은 갖지 않았을터이지만, 그래도 책을 읽기 전에는 조금 신경이 씌였다. 과연 현지 미국인들에게는 한국델리가게가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그리고 그 집의 예외적인 사건이나 관습들이 한국인 전반에 대한 무리한 일반화 시도는 없을런지, 등등.

 

아니나 다를까 한국인의 독특한 생활습관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하지만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러한 언급들이 단지 Fact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지 그 이상의 다른 의미는 없음을 곧 알게된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나 행동이 다르다는 얘기를 들으면 다소 비판적으로 들리는 것같다. 아마 그것은 어릴 적에 획일적인 동양유교문화권에서 아이는 이렇게 해야하고, 남자는 저렇게 그리고 또 여자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역할론이 너무나 몸에 익어버린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미국에서야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한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봄이긴 하지만 맨하탄엘 가보라. 모자달린 털옷부터 반팔 티셔츠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복장이나 행동이 곧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이 책에서는 작가가 한국인의 습관이나 관습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사례가 여러번 나오는데, 그것이 아주 나쁘다 이런 식은 아니다라는 얘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관습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작자이면서 주인공인 '벤'은 잡지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처가집에 들어가 반지하에서 살게된다.  그러다가 경제적인 독립을 얻기 위하여 처가 식구들과 델리가게를 운영하게 되는데, 특히 장모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게 묘사된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얘기이지만, 뉴욕/뉴저지에서 델리가게나 세탁소 등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제법 현지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봐도 된다. 간혹 한국에서 갓 온 사람들이, 그 좋은 학벌에 그런 일에 종사하느냐면서 안쓰럽게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정말 물정 모르는 이야기이다. 그런 사업을 영위하긴 위해선 자본도 꽤 있어야하고, 수입도 아주 괜찮은 편이다. (요즘은 워낙 경기가 좋지않다고들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책의 작자도 시카고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인텔리이다. 그의 한국인 아내인 '개브'도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근무하던 변호사였다. 그런 그들이 많은 하층민들이 거주하는 브룩클린의 델리가게를 인수하여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전개된다. 작가의 글솜씨도 아주 수준급이다. 

 

책을 읽는 동안은 작가의 글솜씨에 빠져 그냥 재미있게 읽었다. 읽기를 마치고 책을 덮으니, 역시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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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유도원

 

작가 김진명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검토해야하는 것인가 하고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천년의 금서>를 잇는 또다른 한민족의 역사를 배경으로 씌여진 소설이다.

일제의 문화재 강탈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한국인들의 무관심,

'임나일본부'라는 역사왜곡에 대하여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일축하기만 할뿐 역사적 실증자료로 소명하는 일에는 소홀한 한국.

'독도는 우리땅'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왜 일본인들은 저렇게 난리일까? 무슨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한국인들.

"호태왕비 (광개토왕비)'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장수왕이 세웠다는 그 호태왕비의 탁본을 해석한 내용이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이 제각각이다. 모두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한다. 그 호태왕비는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에 탁본을 아무리 잘떠도 글자를 제대로 해독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물며 글자가 지워진 곳도 있다고 하니.

 

그러고 보니, 아련한 이전에 고등학교시절에 국사선생님이 광개토왕비에 일본인들이 석회를 발라서 글자를 바꾸고서는, 자기네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역사를 왜곡시켰다는 이야기를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짓이군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과연 역사라는 것이 그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감춘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응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냥 말도 아닌 소리이다, 이렇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날조된 사실임을 과학적인 방법이나 고증을 통하여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 한국이 중국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북한과의 공조는 더욱 더 어려웠을터.

 

 호태왕비의 변조라는 사실을 모티브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대부분의 김진명 작가의 책이 그러하듯이 단숨에 읽혀진다.

하지만, 이제 나도 미국에서 산 지가 좀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지나친 민족주의에 입각한 논리전개가 때로는 부담스럽다. 한국도 이젠 다문화 가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단일민족으로서의 한국사람의 자긍심은 어느 정도까지가 적당한 것인지?

이 책은 민족주의에 입각한 소설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배경이 일본인데, 일본인중에서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사리분별이 분명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소설 곳곳에서 보여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모두들 내가 진정한 애국자이다라고 목청을 돋구고 있는데, 상대방을 부정함으로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으로 열린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당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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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


요즘 세상돌아가는 것이 정말 복잡하다.
아마 이 얘기는 수천년 전부터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 하였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은 정말 복잡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할 것 없이 선거를 앞두고 쏟아내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뭐가 정확히 다른지 잘 모르겠고,
한미 FTA를 해야한다, 하면 안된다는 논리도 다 그게 그것 같기도 하고...
휴대폰만해도 그렇다. 그냥 전화하고 필요하면 가끔 시계대용으로 쓰기만 하면 충분한데.
그래 문자정도는 주고 받는 기능을 알아야 하다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무슨 스마튼폰이다, 안드로이드폰이다, 어플리케이션이 다운이 되어있다 아니다, wifi가 된다 안된다 등등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데, 그걸 모르면 전화도 제대로 못쓰는 세상이 되어가니... 쯥. 

이렇게 세상이 나를 잠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을 때에는,
단순한 논리로 전개되는 추리소설이 시간을 보내기는 정말 딱이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내가 잠들기 전에'라는 소설이었다.

S. J. Watson이라는 작가의 추리소설인데 소재가 신선하다.

주인공은 사고로 인하여 지난 24시간동안만 기억할 수 있다.
그 이전의 기억은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주위의 사람들이 누군이지,
그래도 음식은 먹는 것이고, 옷은 입는 것이고, 전화는 원거리통신을 위한 것이다라는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다.

소재의 참신성은 읽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켜준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사건전개가 우연성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이야기의 전개가 한층 탄탄한 구조하에서 이루어진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진실 게임을 그린 심리 스릴러로서, 교통사고 이후 주인공(크리스틴)은 기억력이 하루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 

나는 침실로 돌아간다. 손에는 여전히 사진이 들려 있다. 눈뜰 때 옆에 있던 사내와 내가 나온 사진이다. 나는 사진을 들고 본다.
“어떻게 된 거예요?” 눈물이 얼굴에 흘러내린다. 사내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침대에 앉아 있다. “당신 누구예요?”
“당신 남편이야.” 그의 얼굴에 졸음이 묻어 있기는 하지만 귀찮은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내 알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결혼한 지 여러 해 됐어.”
“무슨 소리예요?” 뛰쳐나가고 싶지만 갈 곳이 없다. “결혼한 지 여러 해 됐다고요? 무슨 소리예요?”

< 책속에서 >


이 소설에는 백미인 반전이 있다.
이 말은 스포일러성 멘트일줄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후일 독자가 될 사람들을 위하여 함구한다.

골치아픈 현안들 잠시 밀어두고, 추리 소설의 세계로 빠지기에는 정말 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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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리운 당신 ...


우리는

우리는 서로 없는 것 같지만
서로 꽉 차게 살아
어쩌다 당신 모습 보이지 않으면
내 눈길은 여기저기
당신 모습 찾아 헤매입니다.
강 건너 우리 밭과 감잎 사이
텃밭 옥수수잎 사이에
어른어른 호박꽃만 피어나도
내 가슴은 뛰고
바람에 꽃잎같이 설레입니다.

우리는 날이면 날마다
얼굴 맞대고 살아도
당신이 보고 싶고
밤이면 밤마다 살 맞대고 잠들어도
이따금 손 더듬어 당신 손 찾아
내 가슴에 얹고
나는 안심하며 잠듭니다.

내 곁에 늘 꽃 피는 당신
내 마음은 당신한테 머물러 쉬며
한 세월이 갑니다.

                                                        - 김용택 시집「 꽃산 가는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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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2. 15. 04:20

알레프



저자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는 <연금술사>라는 책을 통하여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이다. 그의 특이한 이력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1947년 리우데 자네이루에서 태어나서, 그후 록 음악 작곡가로 브라질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고, 저 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 사의 중역 등 다양한 이력을 거쳤다고 한다.
 
2006년, 코엘료는 3월부터 7월까지 오랜 꿈이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전혀 예상치 못하게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힐랄을 만난다. 둘은 함께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고, 그 여행을 통해 사랑과 용서, 그리고 생 앞에 놓인 도전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이 책『알레프』는 이때의 놀랍고도 감동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지금, 당신은 몇 개의 생을 살고 있습니까?” 

책 표지에 나와있는 이 글귀처럼, 윤회설에 근거하여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제는 다소 무거운 것이지만,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므로 그리 심각한 표정으로 책읽기를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꿈꾸는 이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다 

“안전하고자 한다면 평범해지면 되지요. 하지만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래서 실패를 즐기는 사람들을 찾으십시오. 실패 때문에 그들의 업적이 인정받지 못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결국 그런 사람들이고, 그들은 시행착오 끝에 그들 공동체를 완전히 변모시키는 무언가를 이루어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잃지 않아요. 그들은 우리와 함께합니다. 그들은 우리 생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다만 우리는 다른 방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죠. 나는 옆 객차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분명히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와 같은 시간에 여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것, 다른 객차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들은 거기에 있어요. 그러므로 우리가 ‘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러 개의 객차로 이루어진 기차와도 같은 것입니다. 때로는 이 칸에 탔다가 때로는 저 칸에 타고, 꿈을 꾸거나 기이한 경험에 휩쓸리면 이 칸에서 저 칸으로 가로지르기도 하는 것이죠.” 

< 책속에서 > 

일전에 읽었던 법륜 스님의 글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사람의 삶이란 것이 우리가 있는 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것이 태어나는 것이고, 문을 닫고 나가면 그것이 죽음인 것을...
문을 닫고 나간다는 것은 없어진다는 것이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간 것 뿐인데 왜 사람들은 그것을 깨치지 못하고 그리도 슬퍼하는 것인지...

책 내용중에 중세의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마녀사냥이란 말의 뉘앙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로 마녀라고 제시하는 증거라는 것들이 터무니없는 것이다.
때로는 정적을 제거하기위하여, 또는 개인적인 원한관계 등으로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서 화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때 마녀로 지목된 자신의 딸이나 가족들을 위하여 할 수있는 것이라고는, 사형집행인을 매수하여 화형식을 집행할 때 기름을 많이 부어, 실제로는 불에 타서 죽는 것이 아니고, 연기에 미리 질식사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훨씬 고통을 덜 받으며 죽을 수 있는 길이므르...       

이런 대목을 읽으면 입맛이 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편가르기가 횡행하여, 나와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적(敵)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많다. 적(Enemy)이란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지, 객관적으로 나쁜 사람이란 뜻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차 한잔과 함께,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전생과 내세를 생각해보며 읽어볼만하다.
  
작가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알레프』는 내가 공개적으로 쓴 첫 책입니다(많은 눈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혼자 글을 쓰긴 했지만, 집필중에 매일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해 트위터에 업데이트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10년 3월 11일 목요일 새벽 두시, 이 책을 탈고했습니다.

2006년 나는 신의 뜻에 따라 세번째 성스러운 순례길을 떠났습니다.

내 첫번째 순례는 1986년에 떠난 ‘산티아고의 길’이었습니다. 그때 내가 한 것은 공간의 순례였습니다. 두 지점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이동한 것입니다. 나는 프랑스의 국경지대에서 오 세브레이로(갈리시아)까지 거의 6백 킬로미터의 거리를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여정은 『순례자』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1989년에 떠난 두번째 순례인 ‘로마의 길’은 시간의 순례였습니다. 실제로 로마를 향해 길을 떠난 것은 아니지만 칠십 일 동안 걸어야 할 장소를 골라야 했고, 그때 내가 택한 곳은 프랑스의 피레네산맥 지방이었습니다. 그 순례 기간에 나는 꿈을 꾸고 다음 날 일어나 꿈을 꾼 그대로 따라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그 꿈이 터무니없더라도 그래야 했습니다. 버스 정류장이 나오는 꿈을 꾸고 다음날 버스 정류장에서 세 시간을 아무 일 없이 보낸 기억이 납니다. 이 순례에서 나는 여성적 에너지와 만나게 되었고, 나는 내 안의 여성적 면모가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브리다』와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를 썼습니다.

세번째로 내가 떠나는 순례는 ‘예루살렘의 길’입니다. 이번에도 예루살렘까지 실제로 갔던 것은 아닙니다. 대신 시간과 공간을 여행해야 했습니다. 당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임무는 네 달 동안 집을 떠나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례중에 나는 여러 나라를 들렀지만 깨달음은 아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찾아왔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보름 동안 일곱 개의 시간대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9288킬로미터에 달하는 길 위에서였습니다. 힐랄이라는 이름의 한 터키 소녀(진짜 이름은 아닙니다)와 함께였습니다. 그녀와 나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시간과 공간이 한데 존재하는 이 지점은 ‘알레프’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나는 내 새 작품의 제목을 『알레프』라고 지었습니다.

이 순례를 책으로 쓰는 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이 여정을 이해하는 데 꼬박 삼 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여행안내서가 아닙니다. 물론 오랜 기간의 열차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를 묘사하기는 했지만, 내가 이 책을 쓴 것은 내 영혼과 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긴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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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2. 3. 06:50

어둠의 아이들

호텔에서 내려다 본 치앙마이의 한가로운 전경



치앙마이,

작년에 여행을 다녀온 곳이다.
태국의 방콕, 푸켓 등을 이미 방문한 한국관광객들이 그나마 덜 도시화 된, 그래서 비교적 전통적인 태국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요즘 많이들 찾는 곳이다. 서울에서 직항노선이 있다.
물론 태국 북쪽에 위치한 덕택에 날씨도 방콕보다는 훨씬 낫다.

다들 아는 얘기이지만, 태국은 왕국이다.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국왕부처의 사진들을 보며,
이 나라 사람들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잠깐씩 든다.
이전에 우리가 한국의 민주화를 너무나 많은 댓가를 치루면서 얻어낸 탓일까?
아니면 하나같이 국민들의 원성을 받으면서 떠나는 한국의 대통령들을 너무 많이 보아서일까?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냐?'는 평등개념에 너무나 익숙하게 지내왔던 탓일까?

어쨌거나 그들은 국왕부처를 무척이나 존경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자들과 가난한 자들이 같은 동네에서 어울려 산다고 한다.
한국이나 미국의 거주지역이 부자동네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것과는 다르다.
여행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싫어하거나 경멸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윤회사상을 철저히 믿는 관계로 지금은 단지 자신의 차례가 아닐 뿐,
내세에서는 자신도 부자로 살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기야 많은 국민들이 저소득층에 속하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에 따른 상실감보다, 어려운 생활형편을 같이하는 많은 이웃들의 동질감과 유대감이 그들을 견디게 하는 것 같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작가 양석일의 '어둠의 아이들'  이 책은 '19금 소설'이다.
양석일은 재일교포 2세이다. 그가 일본어로 쓴 책을 번역한 것이다.




책을 집어들면서 웬 뜬금없는 '19금 소설'인가 하면서 첫 장을 넘기는데,
소설의 첫 줄이 '치앙마이'이다.
치앙마이를 다녀온 지도 얼마되지 않고 해서, 호기심에 계속 책을 읽어 들어가는데,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병적인 아동매춘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장기밀매와 마약 등등 그 소재가 충분히 '19금'이라고 할만하다.
단순히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소설의 묘사가 어떨 때는 읽는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소재가 실제에 근거한 것이라는 작가의 해석을 따르면,
정말이지 '불편한 진실'이란 것을 대할 때의 그 불쾌감이란...

소설을 읽어 가면서,
치앙마이 여행에서 가졌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여유로운 사람들에 대한 한가로운 기억들이, 
그렇게 끔찍하고 처참한 현실위에 덧칠해진 것이라는 생각에 괜히 우울해진다.

메콩강. 맞은 편이 Golden Triangle지역의 라오스 땅이다. 왼편 저멀리 미얀마도 보인다.


소설과는 상관없는 얘기이지만,
Golden Triangle 지역에서 미얀마로 건너갈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고산족이라고 불리우는 원주민들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혹시 TV에서 본 사람들이 있겠지만,
목에다가 여러 개의 링을 끼워 넣어서(아마 20~30개가 되는 여자도 있었다), 목을 길게 만든 부족이었는데,
우리 일행을 위하여 전통춤을 추는 공연을 하였다.
그 공연팀의 어린 아이들(대략 4~5살 정도)의 표정이 정말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걸 보는 우리 일행은 공연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장면이 새삼 기억이 난다.

아동매춘, 장기밀매 그리고 마약,
인도주의를 가장한 아이입양(실제로는 변태 성적욕망 충족을 위한 것이다.)
자녀들을 돈을 받고 파는 부모들,
이 소설의 소재라는 것이 온통 회색빛이다.

책읽기를 마치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그 일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고...
그것에 대처할 마땅한 방법이란게, 그냥 모른 체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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