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7. 25. 02:28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젊은 나이에 세속의 출세가도를 달리다 암으로 일찍 생을 마감한 여교수의 에세이집이다.

 

저자 위지안(于娟)은 1979년생으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에 유학한 뒤 돌아와 상하이 푸단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소문난 독서광이었으며, 지는 것을 싫어해 공부에서든 놀기 또는 먹기에서든 항상 또래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곤 했다.  정부에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던 2009년 10월, 갑작스럽게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겨우 성공의 열매를 맛볼려고 하는 순간에 찾아온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지만, 좌절과 분노를 딛고 일어나 ‘앞으로 남겨진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깨달은 것들을 일상의 에피소드와 함께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푸단대학이라는 곳이 세계100대 대학에 들어가는 명문이라고 여러번 언급하지만, 사실 그녀가 재직했던 곳이 그렇게 유명한 대학이든 아니든 그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 젊은이가 목표를 세워두고 오로지 그 목표달성만을 위하여 많은 것들을 뒤로 밀어두는 그런 삶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인생퇴장명령을 받은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은 시간 뿐인데, 저자는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 그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여태껏 무심하게 지나친 많은 일상들이 새롭게 보였고 느껴졌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소회를 일면 감상적이긴 하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적어나갔다.

 

삶의 마지막에 와서야 마치 세상에 처음 나온 것처럼,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우리에게 그 어떤 고통도 모두 지나간다는 인생의 지혜를 전해준다. 더불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스스로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뒤, 삶의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하루하루가 마치 인생의 처음처럼 낯설게 다가왔다.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처럼 하나하나,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삶의 끝에 와서야.
지금에야 깨닫게 된 것들을, 암에 걸리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만 그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랬더라면 내 삶을 더 행복한 것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뭔가를 잡기 위해서는 아주 먼 곳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믿으며 ......'

 < 책속에서 >

 

우리는 살기 힘들때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마지못해 사는 것이라고"  어쩌면 그렇게도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한국이 OECD국가중에서 자살률 1위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이다. 엊그제 안철수씨가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자살률 1위라는 것은 현재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하였는데, 난 생각이 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고통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진다면 자살이라는 극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매사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 이런 생활태도나 사고가 그런 극한 선택을 하게 만든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가 한때 생각하였던 것처럼 자신의 세속적인 성공이, 당연히 자신이 잘나서 그렇게 남보다 나은 위치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여태 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띄게 된다. 오늘의 자신을 있게한 많은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들이.

 

리도 지금 이 책의 제목을 다시 소리내어 되뇌이며 그 답을 찾아볼 일이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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