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1. 14. 03:40

'난중일기'를 읽으며 ...


임진년 1월 초하루. 맑음.
새벽에 아우 여필과 조카 봉과 아들 회가 와서 함께 이야기했다.
어머님을 떠나서 두 번이나 남쪽에서 설을 쇠니 간절한 회포를 이길 수 없다 …

- 이 순신의 <난중일기> 중에서

임진년 새해에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다.

'어머님을 떠나서 두 번이나 남쪽에서 설을 쇠니 간절한 회포를 이길 수 없다'

고향을 떠나 부모님과 처자식을 두고 멀리 군영에서 설을 맞이한 사내의 담담한 고백이다.
멀리 고국을 떠나 살고 있으니, 이런 마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으로부터 420 년 전.
궁벽한 남해 바닷가에서 시린 바람을 맞고 돌아와 이 글을 적었을 터이다.
이 글을 적은 지 석 달 보름 뒤 본격적인 전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지난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특히 어떤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 채, 그 상황을 맞이했던 한 사람의 인생을 빤히 들여다보는 일은 
너무 소름끼치는 일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듯이,
다른 차원에서 누군가 나의 삶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다른 이의 삶을 돌아보며 경계할 일이다.
그때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 지를.
나는 두렵다.
나의 사소한 어떤 선택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새해 벽두에 감히 두려운 마음으로 또 한 해를 맞이한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레프  (1) 2012.02.15
어둠의 아이들  (0) 2012.02.03
오 하느님  (0) 2011.12.13
살인의 해석  (0) 2011.11.22
혼자 사는 즐거움 -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나만의 행복 찾기 !  (0) 2011.10.20
BookHana와 블로그 | Posted by Book Hana 2012. 1. 7. 03:15

'임진년' 용의 해를 맞이하며 ...




용은 원래 변화무쌍하고 조화무궁한 동물로
옛부터 기린, 봉황, 거북 등과 함께 사영수의 숭배의 대상이 되어 왔다.
용은 전통적으로 고귀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비유되어 왕과 관계된 단어들-용안, 용덕, 용상, 용포 등-이 많다.
왕을 용으로 비유하게 된 사연은 용에게는 인간과 국가를 보호하고 물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 '용의 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희망을 걸어 보는 시점이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
이런 마음으로 올 한 해 우리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많은 난관들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보호 받기를 염원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ookHana와 블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2013.01.03
New Year Thoughts - 복 받을 준비 되었나요?  (0) 2011.01.05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1) 2010.01.05
BookHana Website Open  (0) 2009.06.20
블로거와 함께 한 30일  (2) 2009.05.02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12. 13. 08:08

오 하느님



별도 설명이 필요없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작가, 조정래
그가  '노르망디에서 포로가 된 조선인의 운명'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다.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유타 해안, 미군의 포로로 잡혀 조사를 받고 있는 독일 군복 차림의 아시아인을 찍은 보도사진. 일본군으로 징집되었던 남자는 1939년 8월 만주 국경 분쟁시 소련군에 붙잡혀 적군에 편입되었다가, 다시 독일군 포로가 되어 대서양 방어선을 건설하는 데 강제 투입되고, 미군의 포로가 된다. 소설은 이 역사적 사실과 문서보관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씌어졌다.


일제말기 조선인인 주인공 신길만은 일본 황군에 차출되어 만주전선으로 떠난다. 거기서 소련군과 몽고군 연합군에 포로로 잡히어 소련으로 압송된다. 처참한 포로생활을 하다가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공동의 적인 일본군에 같이 대항하자는 제안에 소련군이 된다. 이때 통역을 담당하던 카레야스키의 권유에 따라 소련식 이름인 신미하일로 불리게 된다. 그러던 중 서부전선에 배치되어 전투중 또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그곳에서 포로생활중 소련이 조선인들을 사할린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다 많은 사람들이 죽게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또다시 독일군의 회유에 따라 독일군복을 입게 된다. 사실 그가 소련군임을 굳이 고집할 이유도 없는 것이었다. 그의 지상최대목표는 살아서 그리운 가족들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다. 그러다가 대서양 방어선 건설에 투입되었다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중에 미군의 포로가 되어 미국으로 끌려오게 된다.
 
미군의 포로가 되면서 처우도 많이 개선되고 다소 희망이 생기지만, 이후 소련이름을 가진 그는 조선으로 가지 못하고 소련으로 송환을 당하게 되는데...     


단행본으로 나온 소설이라서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조정래 특유의 세밀한 상황과 심리묘사가 책읽는 속도를 더욱더 내게 해준다.
일본군들은 황군으로 전쟁에 임하면서 죽어서 명예를 지킬지언정 적군의 포로가 되지말 것이라는 교육을 받는다.
실제 전투에서 패하고 이제 항복외에는 방법이 없었으므로, 일본군식 단체 자결의 순간에 주인공은 살 궁리를 찾아서 실행한다. 어쩌면 이 장면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조선, 일본, 소련, 독일 그리고 미국,
도대체 국적이란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국가가 그 구성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어떤 의미를 국가에서 찾을 수 있을까?
국가적 대의라는 미명하에서 얼마나 많은 비인간적인 일들이 저질러지는 것인지?

스스로 원해서 이민을 와서 미국사람이 된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이웨이'


장동건, 오다기리 조 (일본배우), 그리고 판빙빙(중국배우)가 출연하고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출한 강제규 감독의 신작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한다는군요. 조정래의 상기 소설내용을 각색하여서.


보여주는 영화이다보니 전쟁이나 전투 씬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관람거리일지 모르겠으나,

소설에서 주인공이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 심리변화의 세밀한 묘사가 영화에서는 어떻게 전달될 지 궁금하다.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11. 22. 04:17

살인의 해석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을 등장시킨 추리소설이다.

사실 범죄 추리소설이면서도 심리소설에 가깝디고 볼 수도 있다.
프로이트가 실제로 미국을 방문한 해인 1909년 뉴욕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맨하탄을 자주 나가는 편이라서,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센터랄팍, 맨하탄 브릿지 그리고 차이나타운이 있는 캐널 스트리트 등이 한결 더 현실감있게 다가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뉴욕의 고층 빌딩에서 어느 날 미모의 여성이 살해되고, 프로이트가 그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프로이트는 제자인 영거에게 피해자의 정신을 분석하게 하고, 자신은 조언하면서 조금씩 범죄의 진실에 다가간다. 한편, 칼 융은 미국에서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프로이트의 학설을 전면 부정하며, 스승을 배반하게 되는 것으로 설정된다. 

작가 제드 러벤펠드는 일반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다.
그는 현재 예일 대학 법과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저명한 법률학자이다. 그러나 그는 학자이기 이전에 열렬한 문학청년이었다. 프린스턴 대학교 재학 당시 졸업논문으로 프로이트를 선택했고, 줄리아드 연극원에 진학해 셰익스피어를 전공했다. 

그는 성공한 법률학자지만, 젊었을 때 간직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저버리지 못하고 조금씩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이 작품이 그의 처녀작인데 전세계 32개국에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출간되자마자 각종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각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또 「타임」지의 ‘2006년 가장 기대되는 책 10’,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는 책이다.


실존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관계로 사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1909년에 완공된 맨하탄 브릿지 그리고 마차가 다니는 캐널 스트리트와 센터럴 팍 등 당시의 맨하탄의 풍경과 생활상의 묘사에 작가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프로이트가 등장한다고 하여 이 책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분석학적인 스토리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실제 주인공은 아니고 스트레섬 영거(작중 화자 '나')란 사람이 주인공이다. 대부분의 추리 소설이 그렇듯이 아름다운 여주인공도 나오고 탐욕과 욕망을 쫓는 인간들이 그 배경인물들로 등장한다. 하지만 기존 추리소설과는 달리 우연을 가장한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식이 아니라, 작중 인물들의 정신분석을 통하여 사건의 실체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 만든다. 일반 추리소설보다는 조금 더 신경을 쓰면서 읽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그 유명한 햄릿의 대사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이란 말을 그냥 중학교때부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만 알고 지내온 나에게 보다 심오한 뜻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책이다. 그 뜻을 여기에서 다 풀어놓기는 쉽지않다. 그것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옳은 것인지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어느 날, 홀로 산책을 하다가
"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라"  는 인생의 '부름 (calling)' 을 받고
잘 나가던 언론인에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작가의 첫번 째 책이
바로 이 <혼자 사는 즐거움> 이라는 책이라고 한다.

살면서 문득 '자신이 걸어갈 길'을 명확하게 보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루하루 처리해야 할 일들에 쫓겨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새 한 주가 갔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 <혼자 사는 즐거움> -은  싱글이나 독신으로 사는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 관계 속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사람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인생은 완벽하게 혼자 떠나는 여행' 이며 ...
아직 당신이 원하는 삶을 찾지 못했다는 건 지금껏 당신이 당신을 위해 살지 못했다는 뜻이다 ...

살면서 문득문득 느끼는 공허함과 상실감은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해결해 줄 수 없다.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내면의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영혼의 부름에 따라 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인생의 부름에 답하라> 중에서


이 책이 한동안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기에 사실 의아했다.
요즘 이런 류의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 관심을 끄는 걸까?

첫째, 이 책은 ' ~하기 '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 쉽다.
   --- 01. 묘원 산책하기 에서 79. 이타카를 찾아 떠나기까지 79개의 항목으로 구성 ---
 이 점은 독자들이 마음에 드는 것들을 쉽게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흥미를 끄는 것 같다.
요즘 한국에서 '죽기전에 ...하기' 가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두번 째는 이 책은 천상 여자가 쓴 것이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소중한 추억 수집하기,   발견일지 만들기, 하루에 하나씩 모험하기, 벼룩시장 구경하기, 넋을 잃고 아름다움 바라보기...'
사소하지만 우리 일상에 작은 기쁨과 활력을 줄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끝으로, 이런 사소해 보이는 행위 속에 끝까지  한 가지 주제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행동 모두가  '자신의 고유함과 귀함을  발견하게 하고...언젠가 발견하게 될 나의 '인생의 부름'의 순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고유한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당신만의 홀로 있는시간,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자주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신을 놓을 때가 많은 요즘,
나자신과 홀로 대면하는 그 시간을 위해 작가처럼 오래된 묘지라도 찾아야 되려나...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 하느님  (0) 2011.12.13
살인의 해석  (0) 2011.11.22
역사 한잔 하실까요?  (0) 2011.08.19
리딩으로 리드하라  (0) 2011.08.11
중국 견문록  (0) 2011.07.22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8. 19. 04:21

역사 한잔 하실까요?


Tom Standage가 지은  <A History of the World in 6 Glasses >가 원제이다.
한국어 제목이 웬지 자꾸 거슬려 원서 제목을 찾아보았다.

원서 제목이 책의 내용을 훨씬 잘 전달시켜주는 것 같다.
원래 번역본을 읽다보면 가끔씩 읽는 글줄이 걸리적거리는 느낌을 받게된다. 그럴 때마다 원서를 찾아서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되지만 맘대로 잘되지는 않는다. 

영화를 제작할 때나 외화를 수입하여 한국어 제목으로 번역할 때, 그 영화제목이 흥행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어설픈 번역보다는 차라리 원제로 가는 것이 훨씬 나을수 있다.

이 책의 제목 <역사 한 잔 하실까요?>는 제목의 경쾌함으로 인하여 잠재적 독자로 하여금 쉬운 읽을 거리라는 선입관을 가지게 하는데, 막상 읽어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또한 역사서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조금은 진지하지 못한(?) 제목탓에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역사서란 독자가 나름대로의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하기가 한결 쉬운 법이다.
특히 이 책은 서양사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어서, 로마 그리고 유럽 및 미국에 대한 역사의 기본지식이 있으면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다.

세계사의 중심에 선 음료 6가지!
맥주, 와인, 커피, 증류주(위스키, 럼), 차(주로 홍차) 그리고 코카콜라 (그냥 콜라가 아니다)를 중심으로 역사이야기가 진행된다.
우리가 좋아하는 소주나 중국의 유명한 백주 또는 보드카 등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툴툴거릴 것도 없다.
그냥 서양사의 관점에서 씌여진 가벼운 역사서로 받아들이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맥주가 선사시대 이전부터 존재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맥주하면 독일, 네델란드 그리고 와인하면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 등이 떠오르게 되는데,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잘 설명해준다.
쉽게 이야기하면 팩스 로마시대에 로마의 영향권안에 들었던 지역에서는 와인이, 그렇지 못한 유럽지역에서는 맥주가 주종을 이루었다는 얘기이다.
우리가 잘 아다시피 와인을 잘알기 위해서는 시간투자가 꽤 필요하다. 그리고 돈도 투자되어야 한다.
그래서 와인은 주로 상류계층이 마시는 것으로 인식되어있다. 와인에 대하여 아는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제적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열거한 6가지 음료들이 역사속에서 어떤 위치를 담당하였는지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사냥과 수렵생활에서 정착 단계로 스타일이 바뀌면서 인류는 정성껏 경작한 보리나 밀 등의 곡류에서 추출한 음료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인류가 근대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음료는 다름 아닌 맥주였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는  최적의 기후조건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농사가 시작되었고, 인류 초창기 문명이 발생하였으며 글자가 처음 발견되고 맥주가 아주 풍부했던 곳이었다. 맥주는 최초의 위대한 문명을 정의내리는 음료였다.
<맥주, 문명의 여명기를 열다> 중에서

기원전 1000년경,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내에서 발달되어 번성된 문화는 아직까지도 근대 서양 사상의 근간이 되고 있는 철학․정치학․과학․문학 등의 진보를 향상시켰다. 와인은 이러한 지중해 문명에서 삶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그리스 사상을 멀리 전파하도록 도와주었던 광대한 해양 무역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알코올음료를 마시는 모든 지역에서 와인은 음료 중에서 가장 문명화되고 세련된 것으로 간주되었다.
<지중해 문명의 원동력, 와인 한 잔> 중에서

연금술 실험실에서 진행된 증류기법으로 탄생된 증류주는, 유럽의 항해가들이 전 세계에 걸쳐 식민지와 제국을 세우는 시기였던 탐험의 시대 동안에 지배적인 음료가 되었다. 브랜디, 럼,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했으며 아주 작은 병에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배를 타고 항해하며 이동이 용이했다. 또한 노예를 사고파는 데 거래되는 통화(通貨)로도 사용되었으며, 특히 북아메리카의 식민지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러한 주류들은 정치적으로 널리 이용되어 미국의 건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식민지 시대의 필수품, 증류주> 중에서

이성의 시대를 지배하였던 신비스럽고 화려한 음료는 바로 커피였으며, 중동에서부터 유럽 지역으로 소개되었다. 커피는 사고의 명료함을 홍보하였으며 특히 과학자, 사업가, 철학자들에게 딱 들어맞는 이상적인 음료로 전해졌다. 커피하우스는 상업적․정치적 그리고 지적인 욕구를 서로 교환하였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곳에서의 토론은 과학 학회의 설립으로 이어졌으며, 신문 창간과 금융기관의 설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특히 프랑스에서는 혁명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풍부한 근거를 제공하였다.
<커피, 근대유럽 지식인들을 잠못들게 하다> 중에서

유럽에서 차의 인기는 동쪽으로의 약탈무역 루트를 개척하는 데 일조했으며, 전례 없는 규모로 제국주의와 산업화를 부채질하였다. 차는 동양과 유럽인들과의 무역거래를 넓히는 초석을 제공하였고, 영국을 세계 최초의 강대국으로 만들기도 했다. 
차가 영국의 국민음료로서 인정받게 되자 차의 공급을 원활하게 유지하려는 욕망은 영국의 외교정책을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향하도록 만들었다. 그 영향으로 미국의 독립과 중국 고대문명의 경시, 그리고 인도에서의 대규모 차 생산이 가능해졌다.
<왜 대영제국은 홍차에 열광하였는가?> 중에서

인공으로 합성된 음료가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소프트 음료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그로부터 100년 후 코카콜라가 개발되면서부터였다. 원래 애틀랜타의 어느 약사에 의해 의학적 용도로 고안되었던 코카콜라는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으며, 미국이 강대국으로 변모하도록 도움을 준 소비자 중심 자본주의의 상징물이 되었다. 20세기 기간 동안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미군들이 휴대하고 다녔던 코카콜라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음료로, 현재는 단일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아이콘이 되었다.
<미국을 꼭 닮은 음료, 코카콜라> 중에서

< 책속에서 >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대하는 음료에서도 이러한 역사의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마시게 되면 그 맛을 또 다르게 음미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8. 11. 07:19

리딩으로 리드하라



<꿈꾸는 다락방>,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지성이 지은 책이다.
책 제목에서 보다시피,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다.

리드(Lead) 당하지 않고 자신이 Lead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려면 책 많이 읽고,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는 얘기는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러한 평범한 주제를 가진 책을 많은 사람들이 비싼 책값을 지불해가며 읽는다고 한다. 아무리 옳고 당연한 이야기이더라도 부모님이나 학교선생님이 말씀하면 대부분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의 심성때문일까?

어쨌거나 작금의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있겠거니하고 책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솔직히 내용은 책표지의 소개글에서 짐작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카네기, 워런 버핏, 이병철, 정주영 등을 예를 들면서 세속적인 출세를 위하여도 인문고전 독서를 많이 하여야 하고,
알렉산더, 세종과 정조 그리고 아인슈타인, 뉴턴, 처칠, 에디슨까지 사례를 들면서 위대한 천재가 되기위하여는 그 비밀이 모두 인문고전 독서에 있다고 말하며, '인문고전 읽기'를 통해 미래를 바꾸는 힘을 제시한다.

철학, 역사, 과학, 예술 등의 분야를 아울러 짧게는 일이백 년, 길게는 일이천 년 이상 전해오며 널리 읽히는 작품인 '인문고전'을 읽는 것을 "천재의 두뇌에 직접 접속하는 행위"라 말하며, 나름대로 독서 노하우, 인문고전으로 리드하는 인생경영법, 세상을 지배하는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 등 인문고전 독서를 위한 실용적인 정보들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제는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이 학교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배우고도 두뇌와 삶에 어떤 변화도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당신의 자녀가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머리가 비상해지고 삶의 지혜가 쌓이는 게 아니라 두 눈의 총기를 잃고 지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되는 본질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인문 고전 독서는 두뇌에 특별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물론 처음에는 고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어렵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이해하지 못해 진도가 일주일 또는 한 달씩 늦추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기면 고통은 기쁨으로 변한다.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 온 천재들의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뇌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고, 그 맛에 중독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꿈밖에 꿀 줄 모르고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인문 고전 저자들처럼 혁명적으로 꿈꾸고 천재적으로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나는 인문 고전 독서에 내 인생을 걸어보기로 결심했고, 실천에 옮겼다.
인문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천재의 두뇌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이를 실천하자 돌덩이 같던 두뇌가 정말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 책속에서 >

너무나 옳은 이야기이어서 작가의 논지를 반박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렇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책을 읽힐려고 인문고전을 많이 읽으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논리를 비약시키는 부분은 좀 거슬린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런 억지를 부리면 곱게 봐지지만은 않는다.

그럼에도 블구하고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는 좋은 책이어서 일독을 권하고 싶다.
사실 70년대에 국민학교(초등학교가 아니다)를 다닌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그 당시 '고전읽기'라는 것이 있었다. 고전읽기가 방학숙제로 주어진 적도 여러 번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그때 <삼국유사>, <삼국사기>등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학교선생님이 방학숙제 검사를 하면서 읽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는 그에 대한 토론이나 발표 등은 하지않았던 갓 같다.
그러니 책을 읽긴 읽었으되, 그냥 글자만 읽은 셈이 된 것이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이 책은 그 책읽기를 제대로 할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실제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사람나름대로 책을 읽는 습관이나 방법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인문고전 같은 어려운 책은 작가가 제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덕분에 어렵게만 느껴져서 건성으로 읽다만 책들을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고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한 책이다.

어느 책부터 읽을까?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아니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책들은 시원한 가을에 읽는 것이 제격이겠지^^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7. 22. 00:33

중국 견문록


설명이 별로 필요없는 인기작가 한비야가 쓴 '중국견문록'이다.
다른 기행문과는 달리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위해 1년간 체재히면서 느낀 점 등을 정리한 글이다.
이 글이 2000년 당시의 이야기이니, 벌써 10년전의 일이고 그동안 중국은 올림픽도 치렀고,
특히 미국에서는 주위에서 중국인들을 흔히 만날 수 있으니 호기심도 떨어지는 소재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다른 책과는 달리 내눈에 몇 번인가 띄었지만 읽기를 미루었던 것이다.

대충 어떤 내용인지 몇 페이지 넘겨보다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일사천리로 읽게 되었다.
작가의 입담은 워낙 대단해서 화려한 수식어을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때는 내용보다 그 표현방법이 너무나 편하게 다가와서 마치 책을 읽는 것보다는 이야기를 듣는 듯 하다.

대부분의 여행기라는 것이 그렇듯이, 작가가 당시 메모를 하여 두었든지, 아니면 기억을 더듬어 글을 썼든지 다소 미화되고, 과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행기를 읽을 때는 항상 그러려니하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런데 이건 뭐 아주 솔직한 이야기 한편이 드라마처럼 전개된다. ^^

그 글의 소제목은 '자전거를 도둑맞지 않는 다섯가지 방법' 이었는데,

작가가 북경에서 사용하던 자전거를 3번이나 도둑맞은 끝에, 마침내 현지인과 공모(?)하여 다른 자전거를 하나 훔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당시의 심리상태를 재미있게 묘사하였는데,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또 남의 자전거를 훔치게 된 것이 현지인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으며 그곳의 관행으로는 아주 큰 죄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중언부언 설명한다.
여하간 40대의 한국아줌마(그렇지만 당시에도 꽤 유명한 작가였는데)가 자전거를 훔쳐 내빼는 체험담을 그렇게 재미있게 풀어 놓을 수 없었다.  요즘의 어느 정치인들 모양 끝끝내 오리발을 내며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그 뻔뻔함들과 비교되기도 하여 정말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가 주위에서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접할 수 있어서 중국은 더 이상 미지의 나라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작가가 40대에 들어서도 어학공부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 자세와 그냥 짐작으로 흘려버릴 수 있었던 소재들에 대한 신선한 재해석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 한잔 하실까요?  (0) 2011.08.19
리딩으로 리드하라  (0) 2011.08.11
가난의 절망을 물리치려면 ...  (0) 2011.07.02
와일드 소울 (Wild Soul)  (0) 2011.06.17
4001  (0) 2011.06.03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7. 2. 02:16

가난의 절망을 물리치려면 ...


가난의 절망을 물리치려면,
진정한 친구는 단 하나,
뿐이다.
일은 - 어떤 일이든 -
절망감이 잡아먹은 내면의 가치를 다시 세워준다.
아무리 시시한 일이라도
성장의 틀을 만들어 주고, 설 곳을 마련해 준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더 높은 곳으로 손을 뻗을 수 있게 된다.

가난이라는 짐이 힘겨울 때
결코 돈을 구하지 말라.
일을 구하라.
돈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그러면 돈은 삶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단지 의미 깊은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의 자리로 되돌아가게 된다.

                        -  켄트 너번의 <단순하게 사는 법> 중에서



요즘,  이민와서 어렵게 마련한 비지니스를 접어야만 하게 된 사람들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 온다.
종종 들러던 가게가 불이 꺼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을 때의 그 씁쓸함이란...
몇 년간 뼈가 부서져라 일구었던 터전을 스스로 접어야만 했을 때의 심정은 어떠 했을까?
자연 재해로, 또 인근에 새로 생긴 대형 업소 때문에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그 동안 벌어 놨던 돈을 다 날리고 나니, 
좋은 건  더 이상 세금 걱정은 안하게 되었다고.
이제 아이들도 장학금을 받고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다고 웃는다.

어렵다 어렵다고 하니, 애써 어두운 이야기를 외면하게 되는 요즘이다.
오늘 켄트 너번의 이 글귀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일'을 통해 씨앗을 뿌리는 농부처럼 희망을 갖고 힘내기를 바란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딩으로 리드하라  (0) 2011.08.11
중국 견문록  (0) 2011.07.22
와일드 소울 (Wild Soul)  (0) 2011.06.17
4001  (0) 2011.06.03
한국인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해!  (0) 2011.04.28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6. 17. 01:28

와일드 소울 (Wild Soul)

 


Wild Soul !
자연 그대로의 영혼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거친 영혼을 일컫는 것인지? 어쩌면 둘다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거창한 책 제목과는 달리 일단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전 2권을 단숨에 읽게 된다.
특히 가까운 나라인 일본의 이민 정책에서 빚어졌던 역사의 뒤안길을 알게 되는 재미가 있다.
소위 기민(棄民)정책의 실상을 어느정도 짐작하게 한다. 

한국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하에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사할린으로 만주 등지로 강제 이주를 당한 적이 있다.
이러한 일본의 이민정책이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하여서도 이루어졌던 것이다.
2차 세계대전 패전이후 극심한 식량난 및 어려운 경제상황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허위 과장광고를 통하여, 사람이 생존하기조차 어려운 아마존 밀림지대로 자국민들을 이주시킨 것이다.
물론 본인들의 자원에 의하여 실시된 이민이긴 하지만, 정부의 거짓 정보에 속아서 그곳으로 내버려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일본은 섬나라이다.
많은 국민들을 먹여 살리기에 식량이 부족할 경우, 한정된 토지자원을 가진 일본에서 획기적인 식량증산을 하기는 어렵다.
결국 '공급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으니, 수요를 줄여버리자'(?) 이런 발상이었던 것인가?

책 자체의 내용은 그러한 역사사실을 배경으로 하여 추리 소설 형태로 씌여졌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일본 소설 특유의 짜맞추기식 이야기가 간혹 거슬리기도 하지만 추리소설의 원칙인 인과관계를 위한 설정일 뿐이다.    

작가 이력이 특이하여 옮겨본다.

가키네 료스케 :

1966년 나가사키 현에서 태어났다. 쓰쿠바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 대행사, 여행사 등에서 근무했으며,
수영과 드라이브,
앵글로색슨계 나라를 제외한 해외여행이 취미다.
2000년 <오전 3시의 수탉>으로 제 17회 산토리 미스테리 대상과 독자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2004년 발표한 <와일드 소울>은 두 달간의 남미 취재와 1년의 집필기간을 거쳐 나온 초대형 작품이다.


이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여름이다.
시원한 수박 한 통과 함께 읽으면 시간이 절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견문록  (0) 2011.07.22
가난의 절망을 물리치려면 ...  (0) 2011.07.02
4001  (0) 2011.06.03
한국인은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해!  (0) 2011.04.28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0) 2011.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