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8. 19. 04:21

역사 한잔 하실까요?


Tom Standage가 지은  <A History of the World in 6 Glasses >가 원제이다.
한국어 제목이 웬지 자꾸 거슬려 원서 제목을 찾아보았다.

원서 제목이 책의 내용을 훨씬 잘 전달시켜주는 것 같다.
원래 번역본을 읽다보면 가끔씩 읽는 글줄이 걸리적거리는 느낌을 받게된다. 그럴 때마다 원서를 찾아서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되지만 맘대로 잘되지는 않는다. 

영화를 제작할 때나 외화를 수입하여 한국어 제목으로 번역할 때, 그 영화제목이 흥행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어설픈 번역보다는 차라리 원제로 가는 것이 훨씬 나을수 있다.

이 책의 제목 <역사 한 잔 하실까요?>는 제목의 경쾌함으로 인하여 잠재적 독자로 하여금 쉬운 읽을 거리라는 선입관을 가지게 하는데, 막상 읽어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또한 역사서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조금은 진지하지 못한(?) 제목탓에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역사서란 독자가 나름대로의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하기가 한결 쉬운 법이다.
특히 이 책은 서양사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어서, 로마 그리고 유럽 및 미국에 대한 역사의 기본지식이 있으면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다.

세계사의 중심에 선 음료 6가지!
맥주, 와인, 커피, 증류주(위스키, 럼), 차(주로 홍차) 그리고 코카콜라 (그냥 콜라가 아니다)를 중심으로 역사이야기가 진행된다.
우리가 좋아하는 소주나 중국의 유명한 백주 또는 보드카 등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툴툴거릴 것도 없다.
그냥 서양사의 관점에서 씌여진 가벼운 역사서로 받아들이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맥주가 선사시대 이전부터 존재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맥주하면 독일, 네델란드 그리고 와인하면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 등이 떠오르게 되는데,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잘 설명해준다.
쉽게 이야기하면 팩스 로마시대에 로마의 영향권안에 들었던 지역에서는 와인이, 그렇지 못한 유럽지역에서는 맥주가 주종을 이루었다는 얘기이다.
우리가 잘 아다시피 와인을 잘알기 위해서는 시간투자가 꽤 필요하다. 그리고 돈도 투자되어야 한다.
그래서 와인은 주로 상류계층이 마시는 것으로 인식되어있다. 와인에 대하여 아는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제적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열거한 6가지 음료들이 역사속에서 어떤 위치를 담당하였는지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사냥과 수렵생활에서 정착 단계로 스타일이 바뀌면서 인류는 정성껏 경작한 보리나 밀 등의 곡류에서 추출한 음료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인류가 근대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음료는 다름 아닌 맥주였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는  최적의 기후조건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농사가 시작되었고, 인류 초창기 문명이 발생하였으며 글자가 처음 발견되고 맥주가 아주 풍부했던 곳이었다. 맥주는 최초의 위대한 문명을 정의내리는 음료였다.
<맥주, 문명의 여명기를 열다> 중에서

기원전 1000년경,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내에서 발달되어 번성된 문화는 아직까지도 근대 서양 사상의 근간이 되고 있는 철학․정치학․과학․문학 등의 진보를 향상시켰다. 와인은 이러한 지중해 문명에서 삶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그리스 사상을 멀리 전파하도록 도와주었던 광대한 해양 무역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알코올음료를 마시는 모든 지역에서 와인은 음료 중에서 가장 문명화되고 세련된 것으로 간주되었다.
<지중해 문명의 원동력, 와인 한 잔> 중에서

연금술 실험실에서 진행된 증류기법으로 탄생된 증류주는, 유럽의 항해가들이 전 세계에 걸쳐 식민지와 제국을 세우는 시기였던 탐험의 시대 동안에 지배적인 음료가 되었다. 브랜디, 럼,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했으며 아주 작은 병에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배를 타고 항해하며 이동이 용이했다. 또한 노예를 사고파는 데 거래되는 통화(通貨)로도 사용되었으며, 특히 북아메리카의 식민지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러한 주류들은 정치적으로 널리 이용되어 미국의 건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식민지 시대의 필수품, 증류주> 중에서

이성의 시대를 지배하였던 신비스럽고 화려한 음료는 바로 커피였으며, 중동에서부터 유럽 지역으로 소개되었다. 커피는 사고의 명료함을 홍보하였으며 특히 과학자, 사업가, 철학자들에게 딱 들어맞는 이상적인 음료로 전해졌다. 커피하우스는 상업적․정치적 그리고 지적인 욕구를 서로 교환하였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곳에서의 토론은 과학 학회의 설립으로 이어졌으며, 신문 창간과 금융기관의 설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특히 프랑스에서는 혁명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풍부한 근거를 제공하였다.
<커피, 근대유럽 지식인들을 잠못들게 하다> 중에서

유럽에서 차의 인기는 동쪽으로의 약탈무역 루트를 개척하는 데 일조했으며, 전례 없는 규모로 제국주의와 산업화를 부채질하였다. 차는 동양과 유럽인들과의 무역거래를 넓히는 초석을 제공하였고, 영국을 세계 최초의 강대국으로 만들기도 했다. 
차가 영국의 국민음료로서 인정받게 되자 차의 공급을 원활하게 유지하려는 욕망은 영국의 외교정책을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향하도록 만들었다. 그 영향으로 미국의 독립과 중국 고대문명의 경시, 그리고 인도에서의 대규모 차 생산이 가능해졌다.
<왜 대영제국은 홍차에 열광하였는가?> 중에서

인공으로 합성된 음료가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소프트 음료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그로부터 100년 후 코카콜라가 개발되면서부터였다. 원래 애틀랜타의 어느 약사에 의해 의학적 용도로 고안되었던 코카콜라는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으며, 미국이 강대국으로 변모하도록 도움을 준 소비자 중심 자본주의의 상징물이 되었다. 20세기 기간 동안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미군들이 휴대하고 다녔던 코카콜라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음료로, 현재는 단일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아이콘이 되었다.
<미국을 꼭 닮은 음료, 코카콜라> 중에서

< 책속에서 >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대하는 음료에서도 이러한 역사의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마시게 되면 그 맛을 또 다르게 음미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