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7. 22. 00:33

중국 견문록


설명이 별로 필요없는 인기작가 한비야가 쓴 '중국견문록'이다.
다른 기행문과는 달리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위해 1년간 체재히면서 느낀 점 등을 정리한 글이다.
이 글이 2000년 당시의 이야기이니, 벌써 10년전의 일이고 그동안 중국은 올림픽도 치렀고,
특히 미국에서는 주위에서 중국인들을 흔히 만날 수 있으니 호기심도 떨어지는 소재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다른 책과는 달리 내눈에 몇 번인가 띄었지만 읽기를 미루었던 것이다.

대충 어떤 내용인지 몇 페이지 넘겨보다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일사천리로 읽게 되었다.
작가의 입담은 워낙 대단해서 화려한 수식어을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떤 때는 내용보다 그 표현방법이 너무나 편하게 다가와서 마치 책을 읽는 것보다는 이야기를 듣는 듯 하다.

대부분의 여행기라는 것이 그렇듯이, 작가가 당시 메모를 하여 두었든지, 아니면 기억을 더듬어 글을 썼든지 다소 미화되고, 과장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행기를 읽을 때는 항상 그러려니하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그런데 이건 뭐 아주 솔직한 이야기 한편이 드라마처럼 전개된다. ^^

그 글의 소제목은 '자전거를 도둑맞지 않는 다섯가지 방법' 이었는데,

작가가 북경에서 사용하던 자전거를 3번이나 도둑맞은 끝에, 마침내 현지인과 공모(?)하여 다른 자전거를 하나 훔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당시의 심리상태를 재미있게 묘사하였는데,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억울함을 토로하며 또 남의 자전거를 훔치게 된 것이 현지인의 제안에 따른 것이었으며 그곳의 관행으로는 아주 큰 죄는 아니라는 이야기를 중언부언 설명한다.
여하간 40대의 한국아줌마(그렇지만 당시에도 꽤 유명한 작가였는데)가 자전거를 훔쳐 내빼는 체험담을 그렇게 재미있게 풀어 놓을 수 없었다.  요즘의 어느 정치인들 모양 끝끝내 오리발을 내며 자기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는 그 뻔뻔함들과 비교되기도 하여 정말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가 주위에서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접할 수 있어서 중국은 더 이상 미지의 나라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작가가 40대에 들어서도 어학공부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 자세와 그냥 짐작으로 흘려버릴 수 있었던 소재들에 대한 신선한 재해석이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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