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6. 3.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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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읽고 난 다음의 뒷맛이 씁쓸하다.
사람들은 다 제각각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마련이지만,
이 책의 작자가 주장하는 논조는 참 수긍하기가 어렵다.

작자 신정아는 한때, 대한민국을 학력위조사건으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박사학위증을 위조한 것이 아니고,
많은 남들이 하는 것처럼, 대리 출석에다 대리 논문을 통하여 받은 것인데,
세상이 자기를 너무 몰아친다고 항변한다.
쯥...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기전만해도,
언론에서 작자의 신상털기, 그리고 누드사진까지 너무 심하게 몰아부친다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학력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현장에서 보여준 실력이 있었으니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보면 학력제일주의 세상을 향해서 일침을 가한 사건이 되겠구먼이라고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일반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되지않는 것이 계속된다. 

“사람들은 나 스스로 학력을 위조했건 결과적으로 위조한 것이 되었건 다 똑같은 것 아니냐고 보겠지만, 내게 그것은 나의 양심, 나의 마지막 도덕심이 걸린 문제이다. 법적으로는 여전히 나를 범죄자라 불러도 이제는 아무 상관이 없다. 1년 6개월의 수감 생활을 겪으면서, 나는 내게 내려진 형벌을 논문 대필에 대한 대가로 생각하고 뼈저린 반성을 하며 고통을 참았다. 아무런 심각성도 없이 그저 편하게 세상을 살려고 한 것이 범죄가 될 수 있고, 내가 그런 범죄자라는 것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이자 아픔이었다.”   < 책속에서>

본인이 자랑으로 얘기한 것인지 아닌지 아직도 헷갈리는 대목 하나.
금호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할 때, 월급 칠십칠만오천원을 받았다고 하는 것인데,
그 정도의 월급을 받고도 BMW를 타고 다닐 수 있었다는 얘기인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원래 집안에 돈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런 자리는 원래 부수입이 많이 생기는 것인지?

책속의 내용이 어느만큼이 사실인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보통사람들의 사고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이 책으로 인하여 심각한 내상을 입게 된 사람은 여럿이다.
정운찬 전총리, 변양균 전실장 그리고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된 기자들 등등...

말과 글로써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여럿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 책이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러 밖으로 나가서 시원한 바람이라도 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