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4. 5. 04:44

몽유도원

 

작가 김진명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검토해야하는 것인가 하고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천년의 금서>를 잇는 또다른 한민족의 역사를 배경으로 씌여진 소설이다.

일제의 문화재 강탈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한국인들의 무관심,

'임나일본부'라는 역사왜곡에 대하여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일축하기만 할뿐 역사적 실증자료로 소명하는 일에는 소홀한 한국.

'독도는 우리땅'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왜 일본인들은 저렇게 난리일까? 무슨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한국인들.

"호태왕비 (광개토왕비)'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장수왕이 세웠다는 그 호태왕비의 탁본을 해석한 내용이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이 제각각이다. 모두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한다. 그 호태왕비는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에 탁본을 아무리 잘떠도 글자를 제대로 해독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물며 글자가 지워진 곳도 있다고 하니.

 

그러고 보니, 아련한 이전에 고등학교시절에 국사선생님이 광개토왕비에 일본인들이 석회를 발라서 글자를 바꾸고서는, 자기네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역사를 왜곡시켰다는 이야기를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짓이군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과연 역사라는 것이 그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감춘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응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냥 말도 아닌 소리이다, 이렇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날조된 사실임을 과학적인 방법이나 고증을 통하여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 한국이 중국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북한과의 공조는 더욱 더 어려웠을터.

 

 호태왕비의 변조라는 사실을 모티브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대부분의 김진명 작가의 책이 그러하듯이 단숨에 읽혀진다.

하지만, 이제 나도 미국에서 산 지가 좀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지나친 민족주의에 입각한 논리전개가 때로는 부담스럽다. 한국도 이젠 다문화 가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단일민족으로서의 한국사람의 자긍심은 어느 정도까지가 적당한 것인지?

이 책은 민족주의에 입각한 소설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배경이 일본인데, 일본인중에서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사리분별이 분명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소설 곳곳에서 보여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모두들 내가 진정한 애국자이다라고 목청을 돋구고 있는데, 상대방을 부정함으로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으로 열린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당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0) 2012.05.16
마이 코리안 델리  (0) 2012.04.17
내가 잠들기 전에  (0) 2012.03.13
알레프  (1) 2012.02.15
어둠의 아이들  (0) 201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