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 | Posted by Book Hana 2009. 12. 21. 09:27

눈이 온 아침



눈이 온 아침은
앞산이 갑자기
가까워 보였다.

허옇게
눈이 쌓인 등성이가
코 앞에 다가서고,

논두렁 응달마다
댓잎처럼 파랗게 빛나는
꿩 발자국.

그런 아침엘수록
아침 일찍 친구를
부르러 갔다.

눈이 하얗게 쌓인
사립문 앞에서
장수야
덕수야,
학교 가아자.
큰 소리로 친구를 부르면,

대답 대신 삽살개가 컹컹 짖고,
감나무 가지에 쌓인 눈이 
와르르 무너졌다.

----영종 박목월의 <눈이 온 아침>



오늘 아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지붕 위에도 나뭇가지 위에도 전기줄 위에도 온통 무겁게 내려 앉은 
눈! 눈! 눈!
바람이라도 설핏 불면 또 눈이 날리고...

어린 시절 눈 내린 아침이면 
공연히 일찍 집을 나서선 친구를 부르고...
웬지 들뜨는 마음을 주체  못하곤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곳만 골라 발디디곤 하던 그 마음!

그 때의 서늘하면서도 따뜻한 온기가 그리운 날,
이역만리 먼 곳에서 고향 하늘을 그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