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황지우의 <나는 너다>라는 시집에 있는 시 하나!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족>
오랫만에 황지우님의 시를 대하니 뜨거운 마음이 울컥 합니다.
요즘 같이 각자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세상에서는 이런 감정은 느끼기 힘들 것 같다.
전화 연락도 안 되고, 무작정 기다려야만 하던 때.
문을 열고 들어 오는 모든 사람, 모든 소리들이 온통 그 사람일 것만 같아
온 촉각이 곤두서 있는 마음...
그런 초조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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