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 | Posted by Book Hana 2009. 5. 26. 23:40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옹이

흉터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이것도 꽃이었으니
비록 빨리 피었다 졌을지라도
상처라고 부르지 말라
한때는 눈부시게 꽃물을 밀어올렸으니
비록 눈물로 졌을지라도

죽지 않을 것이면 살지도 않았다
떠나지 않을 것이면 붙잡지도 않았다
침묵하지 않을 것이면 말하지도 않았다
부서지지 않을 것이면, 미워하지 않을 것이면
사랑하지도 않았다

옹이라고 부르지 말라
가장 단단한 부분이라고
한때는 이것도 여리고 여렸으니
다만 열정이 지나쳐 단 한 번 상처로
다시는 피어나지 못했으니

                                                 ---by  류시화

                                                                    



 류시화 님이 엮은 책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실린 글입니다.

모국에서 들려 오는 소식이 어지러운 요즘입니다.
뜨거운 열정으로, 때로는 소탈한 웃음으로 상식을 깨뜨리던 님의 모습!
많은 이들에게 꽃으로 기억되길 기원하며...

오늘부터는 여기 뉴욕 영사관에서도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빈소가 마련되어 조문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삼가 영전에 머리 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