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9. 29. 06:03

천년의 금서 - 대韓민국의 비밀


벌써 13여년전의 일이었던가?

한국에서 한때 고대사에 대한 책들이 봇물 터지듯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한단고기' '고구려, 백제, 신라는 한반도에 없었다' 등...
주로 한국의 고대사와 삼국시대의 역사가 일본에 의하여 왜곡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학교에서 배워왔던 역사의 내용과 너무 달라서 한동안 혼란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소설가 최인호씨가 중국으로 들어가 고구려의 역사를 캐고 다니다가, 중국으로부터 입국금지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그 무렵이었던 같다. (지금은 입국금지가 해제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이야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다 아는 얘기가 되었고...

이제 한국도 이전처럼 배달의 겨레인 단일민족임을 강조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제결혼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학교 일선에서는 다민족 문화의 정착을 위한 교육에 힘쓴다고 들었다.

사실 한때 아주 인기가 높았던 '주몽'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주몽을 도와 고구려를 건국하게 되는 민족이 과연 한(韓)민족뿐인가에 대하여 약간 회의가 있었다.
더우기 백성들은 거주지역이 고구려 정권의 영향이 미치는 곳에 살고 있었으면 말갈족, 여진족, 만주족 심지어 한(漢)족까지도 고구려 백성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고구려의 정신을 이어받은 고려(Corea, Korea)인의 후예인 단일배달민족의 자긍심을 가지도록 교육받았고, 그렇게 살아왔다.
이후 조선이 고조선의 정신을 계승하였다고 하나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다.

자 이제 대韓민국이라는 국호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4강신화를 달성할 때, 온국민이 목높여 부르던 '대한민국 짝짝짝~'의 그 대한민국 말이다.
그 국호가 어디에서 유래된 것인가는 우리도 다 아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한데...
일본, 러시아 등의 열강 틈바구니에서 힘을 못쓰던 고종황제가 국호라도 바꾸어서 심기일전 하려고 선택한 이름이 바로 대韓제국이다. 대한민국은 바로 그 대한帝국이 공화국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대한民국이 된것이고.

그러면 대韓제국은 무엇을 계승하기 위하여 국호를 그렇게 결정한 것일까?
당시 고종황제의 힘이 별로 없을 때이었므로, 새로운 나라의 비젼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과거에 융성했던 우리의 역사속에서 그 이름을 따오지 않았을까? 마치 고려(고구려), 조선(고조선)처럼.
중국 5호16국시대 국가중의 하나인 韓나라를 계승할려고 한 것은 분명 아닐테고.

'천년의 금서'는 바로 이 대韓민국이라는 국호의 유래를 추적하는 내용의 소설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김진명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하여 우리가 너무나도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객관적 입증자료를 통하여 분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의 고대사에서 고조선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한 나라의 실체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미국의 NASA 프로그램에서 증명되는 천문학적 실체에 대한 진실도 파헤치고 있다. 고대사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며, 다시 한번 한국인의 정신을 일깨워준다.

“한국인들도 한자로 된 성을 쓰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의 성 중에 중국 정부가 유래를 감추고 싶어 하는 성이 있다는 얘기도 되겠네요.”
귀가 번쩍 뜨이는 얘기였다. 정서는 새삼 왕부라는 학자가 아주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어째서 은원이 중국의 금서를 그리 추적하는지 알 것 같았다. 〈씨성본결〉은 사람의 성씨를 논한 책이지만 그 안에 있는 한국인의 어떤 성씨를 더듬다보면 한국인의 역사가 자연히 드러난다는 사실이었다.
“호오! 그런 성이 있을까요? 그게 뭘까요?”
링차이는 웃었다.
“나는 한국의 성은 잘 모릅니다.”
< 책속에서 >

“경주박물관에 가보면 우리나라 최초의 고대국가가 탄생한 시기를 기원전 40년 무렵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 무렵 삼국이 신라, 고구려, 백제 순으로 생겨났다고 일본인 학자들이 철골을 세우고 여러분들이 콘크리트를 친 역사입니다. 그전은 물론 단군 할아버지의 고조선입니다.”
“조롱하지 말고 하시오!”
“지금 과학실험으로 보았듯 우리에게는 기원전 18세기에 오성취루의 기록이 있고 기원전 10세기에 남해조수퇴삼척의 기록이 있습니다. 그 텅 비었다는 우리 역사에 이토록 문명화된 나라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이제 이 나라의 존재를 역사 기록으로 찾아보겠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하는 기록은 뭐요? 주나라 때의 기록이라도 된단 말이오?”
< 책속에서 >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고 이야기도 재미나게 풀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가 실재하였다는 것을 정말 믿고 싶은 마음도 든다. 

우리말의 유래가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것은 학창시절에 자주 시험문제로 등장하는 것이었다. 또한 중앙아시아 지역의 바이칼호 인근에서 우리와 생김새가 아주 흡사한 현지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고.
비록 소설 형식을 빌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역사적으로 사실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도 이제 다민족문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형편이므로, 이 소설의 내용이 100%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민족제일주의 또는 순혈주의를 고양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이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그냥 무심히 사실로 받아들여버린 많은 것들이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면, 이제라도 다시 한번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남은 세월들이 덜 아깝지 않을까?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9. 23. 19:00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책의 제목이 다분히 도발(?)적이다.

호기심에 책을 집어들고, 작가가 누군지 살펴보았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라는 40대 후반의 명지대 교수라고 한다. 

또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이겠구먼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조금은 마음의 거리를 둔 채 읽기 시작하였다. ^^
왜냐하면 책 제목이 다분히 낚시성이라서...



'문화심리학'이라...

작가는 삶에서 재미(FUN)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많이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이 될지도 모르겠다만 '어떻게 해야 살아 남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사치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작가 자신이 진심으로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면, 책의 제목을 그렇게 도발적인 문구를 사용한 것은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함이거나 아니면 와이프 자랑을 할려는 것 아니겠는가?
책장을 넘길수록 나의 선입관이 조금씩 사실로 확인되면서 씁슬한 웃음이 나온다.

책의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했다고 하자, 아내가 묻는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나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내 쪽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내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는데, 아내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내 가슴을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찌른다.

“아주, 가끔….”               <책 속에서>

읽다보면 와이프 자랑뿐만 아니다. 본인 자랑도 참지 못하는 대목이 군데군데 나온다.
하기사 삶에서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갈파하는 작가가 그 정도의 재미는 글쓰기에서 찾겠다는 걸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번 읽어볼만하다.
작가의 자아도취성 자랑이 군데 군데 묻어나는 것을 잘 소화해내거나, 웃어 넘길 수 있다면...-.-
특히 남녀 심리분석이나, 한국사람들의 심리 분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게된다.

나는 일주일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주말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갑자기 맛있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우아한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가 스테이크와 레드와인을 시켜, 혼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어렵다. 허름한 순댓국밥집에 혼자 들어가 배를 채우는 일은 할 수 있어도,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혼자 즐기는 일은 대부분 힘들어한다.                  <책 속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한국 사람들은 '혼자서 재미를 본다'는 것에는 정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만일 누가 나에게 "너 혼자만 재미보냐?"라고 했을 때 그 말 뜻이 무엇인가 말이다.
혼자서라도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특히 우리같은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남자와 여자의 심리차이에 대하여는
남자는 프로스트의 두 갈래길이라는 시에서 나오듯,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하여 후회를 많이 하고,
여자는 자기가 선택한 길을 쉽게 결정하였던 것에 대하여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남자는 지금의 와이프말고 마음에 두었던 (첫사랑이든 아니든) 그녀에게 용기있게 다가서지 못하였던 것을 후회하고, 여자는 지금의 남편을 쉽게(?) 받아들인 것을 후회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책의 작가는 남자인데 책 제목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라고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작가는 성격상 여성 취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_-

아래 글을 읽어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인간이 어떻게 마흔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때 마흔이 되던 해, 나는 매일같이 이 말을 반복하며 절망했다. 그러나 그 후 매년 세월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갔다.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고, 흰머리도 나고, 화장실에서 갑자기 신문의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배가 나온다. 이제 목욕탕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에선 그 어떠한 ‘수컷의 향기’도 없다. 가슴이 갑갑해온다          <책 속에서>

그리고 왜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골프에 많이 빠져 드는가? 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자라나면서 공개적인 칭찬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랐다. 요즘 어린아이들은 모르겠으나 우리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다.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지 않으면 그것이 곧 칭찬인 것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골프를 치다보면 공개적인 칭찬을 정말 많이 주고 받게된다. 사실 그렇게 잘 친 볼이 아닌데도 '굿샷, 나이스 샷'이 여기 저기서 쏟아진다. 언제부터 우리 한국사람이 이렇게 서로 공개적으로 칭찬하면서 지낸 적이 있냐 말이다. 
여기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이야 어릴 적부터 'Wonderful, Great Job, Excellent'를 항상 듣고 살아왔겠지만.

정말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가 노래방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일 것 같다.
물론 마음껏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누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기를 마치면, 실제로 얼마나 잘 불렀는가는 나중 문제이고, 다들 박수를 치면서 잘 불렀다고 칭찬을 해주지 않는가 말이다.
물론 노래방 기계에서도 팡파레 음악이 힘차게 울려나오고.

모든 것에서 재미(Fun)를 찾아야 보다 활력있고, 생산적인 삶이 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런데 그 재미라는 것이 누군가와 함께 할 때에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인정해 주고 인정받고, 칭찬하고 칭찬받고, 그렇게 서로 서로를 챙겨줄 때 우리는 주위에서 보다 많은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가족 밖에서 꿈꾸는 새로운 삶 스물 여덟 가지...

도서명 : 언니들, 집을 나가다
엮은이 : 언니네트워크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꿈꾸려고 할 때, 
의외로 멀리 있는 남보다 가까이 있는 가족이 족쇄가 되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라는 이름, 그리고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를 벗어나려고 할 때, 누구보다도 무서운 적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가족이라는 이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혼자서 꾸려가는 삶, '결혼하지 않음(비혼)'을 택한 언니들과 한 오빠의 이야기가 적힌 책이다.


스물 여덟 가지 다양한 색깔로  어떻게 혼자서 삶을 꾸려가게 되었는지, 왜 그런 삶의 방식을 택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지를 솔직하고 과감하게 말하고 있다.

여기 적힌 글들을 읽으면서 고등학교 때 친구들 생각이 났다.
각자 여러 가지 이유들로 상업학교에 오게 된 친구들...
가장 큰 이유는 집안의 경제적인 어려움이었겠지만, '여자'라서 더욱 쉽게 실업계로 오게 되었을 그 친구들...
뭔가 자신만의 삶을 위하여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부모님이 원하는 삶에 부응해야만 하는 삶.

그 때, 졸업 후의 우리들이 가게 될 길은 사실 뻔했다.
적당한 곳에 취직하여 가정 경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다가, 또 적당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리라는 것.
우리들은 그런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래서 불안했다.
그렇게만은 살고 싶지는 않은데...

그래서일까?  우리는 종종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고 싶다는 말들을 자주 했다.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뭔가에 계속 '소속되어 살아가는 삶'-누구의 딸, 누구의 와이프, 누구의 엄마 등등-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바램들!!!

하지만 그때는 그런 것들을 과감하게 실천하기에는 용기도 부족했고, 또 너무나 비현실적인 '생각'이기만 했다.
우리들은 앞으로 펼쳐질 삶이 불안했지만, 다들 안전(?)하다는 그 길로 하나둘 걸어가기 시작했고 애써 위안하며 합리화시키며 살아냈다.

지금 이런 글을 읽으매, 이들이 택한 삶이 너무나 부럽고, 질투조차 난다.
물론 만만한 삶이 아니라는 것이 곳곳에 솔직하게 나타나 있지만...
그래도 나는 그들이 꿋꿋이 버텨
'나는 이런 삶을 살기로 했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다' 고 계속 외쳐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