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11. 21. 00:19

승자는 혼자다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를 통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그 책이 워낙 유명하여 읽어 보았지만 솔직히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사실 내가 그 책을 읽으면서 무슨 연금술에 대한 비밀이라도 알아낼 수 있을까 기대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법...
(아! 오해하지 마시길. <연금술사>라는 책이 형편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기대하였던 나의 개인적인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였다는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 다시 그의 소설인 <승자는 혼자다>가 또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번의 경험도 있고 해서 큰 기대는 않은채 책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좋은 말들은 많은지 몰라도 재미는 있을까? 반신반의 하면서...
책장을 계속 넘기면서 정말 놀랐다. 
왜 그가 그렇게 유명한 작가일 수 있는지,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연금술사>와 비교하면 이야기의 무대가 화려한다. 바로 프랑스의 칸 영화제가 그 배경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칸에서 한나절 동안에 발생한 사건을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적절한 비유가 될 지 모르겠지만, <연금술사>가 맑은 약수물을 마시는 느낌이라면, <승자는 혼자다>는 컬러풀한 칵테일을 향기를 음미하면서 마시는 것이라고 하겠다. ^^

연금술사를 통하여 형성된 그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사실 처음에는 어떻게 이야기를 제대로 엮어갈 수 있을까?
내심 걱정도 하였지만 그것은 완전한 나의 기우였다. 
가끔 작가 특유의 내적 자가발전을 통하여 인물이나 사건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 걸리적거리지만 정말 재미있다.
영화와 패션계 그리고 소설에 등장하는 러시아 무술까지 그의 해박한 지식에 정말 놀랐다. 
그리고 그 해박한 지식을 절제된 언어를 사용하면서 상황과 사건을 적절히 묘사하는그의 글솜씨는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선한 의도, 미덕, 올바름…… 
이것들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정부에 복종하는 것이 선이라고 믿은 이들이 결국 나치의 집단수용소를 건설했다.
공산주의가 정의로운 사회체제라고 확신한 의사들이 반체제인사들을 정신병자로 낙인찍는 증명서를 발급하여 시베리아로 유형을 보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에 나가 그들이 알지도 못하는 이상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고 있다. 모두가 선의와 미덕과 올바른 생각들로 충만해서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이 잘못되지 않았는가.
그렇다. 선을 위한 죄악은 미덕이며, 악을 위한 미덕은 죄악에 불과하다.
             
                                                                 --- 책속에서

파울로 코엘료!
그의 작가적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소설, 영화와 만나다 | Posted by Book Hana 2009. 11. 13. 04:32

안나 카레니나 - 1997년

'고전 명작 다시 읽어보기'

요즘 가끔씩 머리속을 스쳐가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팡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 파우스트 등등...
이 정도의 제목들은 알고 있어야 대학 학창시절의 미팅때 그래도 아는 체라도 할 수 있었으니.
솔직히 지금은 그 내용이 거의 생각나지도 않는다.  그래서 언제 시간적으로 여유가 되면 고전 명작들을 한번 차분히 읽어 보아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다.

'안나 카레니나'   

옛날 대다수의 집안에서는 월부 책장사하는 친인척이나 지인의 부탁으로 구입된 세계문학전집이나 톨스토이전집 아니면 세익스피어전집이 한두 질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이 소설도 그 전집들 중의 하나에 들어 있었던 기억이 난다.

오랫만에 영화나 한번 볼까 하고 생각하던 차에, 눈에 들어 온 것이 바로 이 '안나 카레니나'였다.
사실 이 소설은 내가 중학교 시절에 읽은 것이었으니,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이다.
그 당시에는 왜 이 소설이 재미있는지 잘 몰랐고, 그저 위대한 문호 톨스토이의 작품이라고 하니 무엇이 있어도 있을텐데, 내가 소설을 잘 읽을 줄 몰라서 그렇겠지하고 생각하였던 바로 그 책이었다. 
이제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으니, 이제는 무슨 감동이 느껴질려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영화감상을 시작하였다.

우선 주연배우가 '소피 마르소'이니 영화내용과는 상관없이 Video는 볼만하다. ^^ 
소피 마르소가 누구인가!
한때 한국에서 학생들 책받침(요즘도 이런 것 사용하는지 모르겠다)에 가장 많이 등장하였고, 인기가 많았던 여배우가 아닌가 말이다.^^


어쨌든 영화속으로 들어가보면,

---러시아의 고유 건축양식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화려하게 치장된 건물들의 내부 모습들...
농부들이 한줄로 죽 늘어서서는 길다란 낫으로 풀을 베는 장면...
눈, 눈, 눈...길한쪽으로는 눈더미가 가득 쌓여져 있고... 
증기 기관차에서 뿜어내는 허연 연기---

안나 카레니나와 연인과의 기차역에서의 운명적(?)인 만남,
사랑을 위하여 사회적인 지위와 부를 버리고... 자식마저도...
사람들이 서로 첫눈에 반하면, 그 효과가 600여일 지속된다고 하였던가?
사랑의 도피행각 기간이 길어지면서 서로의 애정 전선이 보다 현실적인 제약을 받게되고...


이윽고 영화가 끝나고...

아직도 잘 모르겠다. 왜 이 작품이 그렇게 유명한지?
내가 벌써 세파에 많이 시달려서 그 정도의 유부녀 바람 피우는 이야기에는 감흥을 받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소설 대작을 영화로 옮기다 보니 특유의 세밀한 심리묘사를 제대로 못한 탓일까?

하여튼 언제 한번 시간을 내어 소설을 차분하게 다시 읽어 봐야겠다는 숙제만 생겼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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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명 :  사랑보다 지독하다 노서아 가비
♣ 저자명 :   김탁환

 고종 황제의 모닝 커피를 직접 내리던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
 여자 혼자의 몸으로 청나라와 러시아 대륙을 넘나들며 사기를 치며 살아오던 그녀에게  나타난 한 남자, 이반!
그들의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사기극이 유쾌하게,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이 소설의 최고 강점은 역시 사건의 빠른 전개와 상큼발랄함이다.
작가 스스로를 '이야기꾼'이라고 했는데, 역시 이 소설에 딱 맞는 말이다.


<노서아 가비>...Russian Coffee 를 이르는 말이다.
이 글을 쓰고 있으니, 또 커피 한 잔이 궁금하다.
'사랑보다 지독하다'...커피가 ?  혹은 그녀 ??

 다음은 이야기의 첫장면, 첫문장이다.
이 부분은 작가의 가장 큰 어떤 의도가 담긴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글을 죽 읽어 나가다 뭔가 모호함이 느껴질 때, 
이야기의 첫페이지로 돌아가면 많은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작가 또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리라.

...어둑새벽 눈을 뜨자마자 찾는 것이 둘 있다. 
   하나는 담배 또 하나는 커피.
   커피를 마시며 담배를 피웠던 시절이 절반,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셨던 시절이 절반.
   그렇게 흘러갔다고.
   감히 인생을 요약해버리는 여자의 속삭임이다....<책 속에서>

그녀의 캐릭터를 끝까지 바쳐주는 도입부이다.
'따냐'는 '남자의 사랑에 백이면 백 전부를 거는 여자가 아니다. 백 중 아흔아흡까지 마음을 준다 해도, 항상 마지막 단 하나의 최악을 대비하는' 그런 여자이다.
어떤 그물에도 걸리지 않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가벼운, 상큼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그녀의 유쾌한 사기극 한 판이 즐겁다.

개화기를 소재로 한 무거운 나라의 운명을 고뇌하는 영웅 따윈 없다.
'돈' 그것이 곧 '나라'다.
'돈'을 향하여 맹렬히 쫓아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음모와 협잡...
그리고 '사랑'  더하기 '가비' ...

마지막으로 Contents를 소개한다.
작가의 말솜씨가 톡톡 튄다.  ^^

커피는

   외로워 마라 외로워 마라, 속삭임이다
   돌이킬 수 없이 아득한 질주다
   언제나 첫사랑이다
   달고 쓰고 차고 뜨거운 기억의 소용돌이다
   검은 히드라다
   두근두근, 기대다
   아내 같은 애인이다
   맛보지 않은 욕심이며 가지 않은 여행이다
   따로 또 같은 미소다
   오직 이것뿐! 이라는 착각이다
   흔들림이다
   아름다운 독이다
   끝나지 않는 당신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