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9. 23. 19:00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책의 제목이 다분히 도발(?)적이다.

호기심에 책을 집어들고, 작가가 누군지 살펴보았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라는 40대 후반의 명지대 교수라고 한다. 

또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이겠구먼 하는 선입견을 가지고,
조금은 마음의 거리를 둔 채 읽기 시작하였다. ^^
왜냐하면 책 제목이 다분히 낚시성이라서...



'문화심리학'이라...

작가는 삶에서 재미(FUN)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많이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이 될지도 모르겠다만 '어떻게 해야 살아 남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사치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작가 자신이 진심으로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면, 책의 제목을 그렇게 도발적인 문구를 사용한 것은 자기 자랑을 하기 위함이거나 아니면 와이프 자랑을 할려는 것 아니겠는가?
책장을 넘길수록 나의 선입관이 조금씩 사실로 확인되면서 씁슬한 웃음이 나온다.

책의 제목을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했다고 하자, 아내가 묻는다.
“당신, 진짜로 나와 결혼한 걸 후회해?”
나는 약간 주저하다 대답했다.
“응, 가끔….”
아내는 잠시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바로 몸을 내 쪽으로 향하며 이렇게 말했다.
“난, 만족하는데….”
내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리는데, 아내의 나지막한 한마디가 내 가슴을 깔끔하고도 깊숙하게 찌른다.

“아주, 가끔….”               <책 속에서>

읽다보면 와이프 자랑뿐만 아니다. 본인 자랑도 참지 못하는 대목이 군데군데 나온다.
하기사 삶에서 '재미'가 가장 중요하다고 갈파하는 작가가 그 정도의 재미는 글쓰기에서 찾겠다는 걸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번 읽어볼만하다.
작가의 자아도취성 자랑이 군데 군데 묻어나는 것을 잘 소화해내거나, 웃어 넘길 수 있다면...-.-
특히 남녀 심리분석이나, 한국사람들의 심리 분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게된다.

나는 일주일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주말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 갑자기 맛있는 스테이크가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우아한 레스토랑을 찾아 들어가 스테이크와 레드와인을 시켜, 혼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어렵다. 허름한 순댓국밥집에 혼자 들어가 배를 채우는 일은 할 수 있어도,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혼자 즐기는 일은 대부분 힘들어한다.                  <책 속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한국 사람들은 '혼자서 재미를 본다'는 것에는 정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만일 누가 나에게 "너 혼자만 재미보냐?"라고 했을 때 그 말 뜻이 무엇인가 말이다.
혼자서라도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한다. 특히 우리같은 이민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남자와 여자의 심리차이에 대하여는
남자는 프로스트의 두 갈래길이라는 시에서 나오듯,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하여 후회를 많이 하고,
여자는 자기가 선택한 길을 쉽게 결정하였던 것에 대하여 후회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남자는 지금의 와이프말고 마음에 두었던 (첫사랑이든 아니든) 그녀에게 용기있게 다가서지 못하였던 것을 후회하고, 여자는 지금의 남편을 쉽게(?) 받아들인 것을 후회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 책의 작가는 남자인데 책 제목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라고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작가는 성격상 여성 취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_-

아래 글을 읽어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인간이 어떻게 마흔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때 마흔이 되던 해, 나는 매일같이 이 말을 반복하며 절망했다. 그러나 그 후 매년 세월은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갔다.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고, 흰머리도 나고, 화장실에서 갑자기 신문의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배가 나온다. 이제 목욕탕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에선 그 어떠한 ‘수컷의 향기’도 없다. 가슴이 갑갑해온다          <책 속에서>

그리고 왜 한국사람들이 그렇게 골프에 많이 빠져 드는가? 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자라나면서 공개적인 칭찬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자랐다. 요즘 어린아이들은 모르겠으나 우리 세대를 살아온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다.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싫은 소리를 듣지 않으면 그것이 곧 칭찬인 것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골프를 치다보면 공개적인 칭찬을 정말 많이 주고 받게된다. 사실 그렇게 잘 친 볼이 아닌데도 '굿샷, 나이스 샷'이 여기 저기서 쏟아진다. 언제부터 우리 한국사람이 이렇게 서로 공개적으로 칭찬하면서 지낸 적이 있냐 말이다. 
여기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이야 어릴 적부터 'Wonderful, Great Job, Excellent'를 항상 듣고 살아왔겠지만.

정말 맞는 이야기인 것 같다.
우리가 노래방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일 것 같다.
물론 마음껏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누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기를 마치면, 실제로 얼마나 잘 불렀는가는 나중 문제이고, 다들 박수를 치면서 잘 불렀다고 칭찬을 해주지 않는가 말이다.
물론 노래방 기계에서도 팡파레 음악이 힘차게 울려나오고.

모든 것에서 재미(Fun)를 찾아야 보다 활력있고, 생산적인 삶이 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감이다.

그런데 그 재미라는 것이 누군가와 함께 할 때에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인정해 주고 인정받고, 칭찬하고 칭찬받고, 그렇게 서로 서로를 챙겨줄 때 우리는 주위에서 보다 많은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