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1. 14. 03:40

'난중일기'를 읽으며 ...


임진년 1월 초하루. 맑음.
새벽에 아우 여필과 조카 봉과 아들 회가 와서 함께 이야기했다.
어머님을 떠나서 두 번이나 남쪽에서 설을 쇠니 간절한 회포를 이길 수 없다 …

- 이 순신의 <난중일기> 중에서

임진년 새해에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다.

'어머님을 떠나서 두 번이나 남쪽에서 설을 쇠니 간절한 회포를 이길 수 없다'

고향을 떠나 부모님과 처자식을 두고 멀리 군영에서 설을 맞이한 사내의 담담한 고백이다.
멀리 고국을 떠나 살고 있으니, 이런 마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으로부터 420 년 전.
궁벽한 남해 바닷가에서 시린 바람을 맞고 돌아와 이 글을 적었을 터이다.
이 글을 적은 지 석 달 보름 뒤 본격적인 전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지난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특히 어떤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 채, 그 상황을 맞이했던 한 사람의 인생을 빤히 들여다보는 일은 
너무 소름끼치는 일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듯이,
다른 차원에서 누군가 나의 삶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다른 이의 삶을 돌아보며 경계할 일이다.
그때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 지를.
나는 두렵다.
나의 사소한 어떤 선택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새해 벽두에 감히 두려운 마음으로 또 한 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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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ana와 블로그 | Posted by Book Hana 2012. 1. 7. 03:15

'임진년' 용의 해를 맞이하며 ...




용은 원래 변화무쌍하고 조화무궁한 동물로
옛부터 기린, 봉황, 거북 등과 함께 사영수의 숭배의 대상이 되어 왔다.
용은 전통적으로 고귀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비유되어 왕과 관계된 단어들-용안, 용덕, 용상, 용포 등-이 많다.
왕을 용으로 비유하게 된 사연은 용에게는 인간과 국가를 보호하고 물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제 '용의 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희망을 걸어 보는 시점이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
이런 마음으로 올 한 해 우리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많은 난관들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보호 받기를 염원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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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12. 13. 08:08

오 하느님



별도 설명이 필요없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작가, 조정래
그가  '노르망디에서 포로가 된 조선인의 운명'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다.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유타 해안, 미군의 포로로 잡혀 조사를 받고 있는 독일 군복 차림의 아시아인을 찍은 보도사진. 일본군으로 징집되었던 남자는 1939년 8월 만주 국경 분쟁시 소련군에 붙잡혀 적군에 편입되었다가, 다시 독일군 포로가 되어 대서양 방어선을 건설하는 데 강제 투입되고, 미군의 포로가 된다. 소설은 이 역사적 사실과 문서보관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씌어졌다.


일제말기 조선인인 주인공 신길만은 일본 황군에 차출되어 만주전선으로 떠난다. 거기서 소련군과 몽고군 연합군에 포로로 잡히어 소련으로 압송된다. 처참한 포로생활을 하다가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공동의 적인 일본군에 같이 대항하자는 제안에 소련군이 된다. 이때 통역을 담당하던 카레야스키의 권유에 따라 소련식 이름인 신미하일로 불리게 된다. 그러던 중 서부전선에 배치되어 전투중 또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그곳에서 포로생활중 소련이 조선인들을 사할린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다 많은 사람들이 죽게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또다시 독일군의 회유에 따라 독일군복을 입게 된다. 사실 그가 소련군임을 굳이 고집할 이유도 없는 것이었다. 그의 지상최대목표는 살아서 그리운 가족들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다. 그러다가 대서양 방어선 건설에 투입되었다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중에 미군의 포로가 되어 미국으로 끌려오게 된다.
 
미군의 포로가 되면서 처우도 많이 개선되고 다소 희망이 생기지만, 이후 소련이름을 가진 그는 조선으로 가지 못하고 소련으로 송환을 당하게 되는데...     


단행본으로 나온 소설이라서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조정래 특유의 세밀한 상황과 심리묘사가 책읽는 속도를 더욱더 내게 해준다.
일본군들은 황군으로 전쟁에 임하면서 죽어서 명예를 지킬지언정 적군의 포로가 되지말 것이라는 교육을 받는다.
실제 전투에서 패하고 이제 항복외에는 방법이 없었으므로, 일본군식 단체 자결의 순간에 주인공은 살 궁리를 찾아서 실행한다. 어쩌면 이 장면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조선, 일본, 소련, 독일 그리고 미국,
도대체 국적이란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국가가 그 구성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어떤 의미를 국가에서 찾을 수 있을까?
국가적 대의라는 미명하에서 얼마나 많은 비인간적인 일들이 저질러지는 것인지?

스스로 원해서 이민을 와서 미국사람이 된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이웨이'


장동건, 오다기리 조 (일본배우), 그리고 판빙빙(중국배우)가 출연하고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출한 강제규 감독의 신작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한다는군요. 조정래의 상기 소설내용을 각색하여서.


보여주는 영화이다보니 전쟁이나 전투 씬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관람거리일지 모르겠으나,

소설에서 주인공이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 심리변화의 세밀한 묘사가 영화에서는 어떻게 전달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