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11. 22. 04:17

살인의 해석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을 등장시킨 추리소설이다.

사실 범죄 추리소설이면서도 심리소설에 가깝디고 볼 수도 있다.
프로이트가 실제로 미국을 방문한 해인 1909년 뉴욕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맨하탄을 자주 나가는 편이라서,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센터랄팍, 맨하탄 브릿지 그리고 차이나타운이 있는 캐널 스트리트 등이 한결 더 현실감있게 다가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뉴욕의 고층 빌딩에서 어느 날 미모의 여성이 살해되고, 프로이트가 그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프로이트는 제자인 영거에게 피해자의 정신을 분석하게 하고, 자신은 조언하면서 조금씩 범죄의 진실에 다가간다. 한편, 칼 융은 미국에서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프로이트의 학설을 전면 부정하며, 스승을 배반하게 되는 것으로 설정된다. 

작가 제드 러벤펠드는 일반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다.
그는 현재 예일 대학 법과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저명한 법률학자이다. 그러나 그는 학자이기 이전에 열렬한 문학청년이었다. 프린스턴 대학교 재학 당시 졸업논문으로 프로이트를 선택했고, 줄리아드 연극원에 진학해 셰익스피어를 전공했다. 

그는 성공한 법률학자지만, 젊었을 때 간직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저버리지 못하고 조금씩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이 작품이 그의 처녀작인데 전세계 32개국에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출간되자마자 각종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각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또 「타임」지의 ‘2006년 가장 기대되는 책 10’,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는 책이다.


실존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관계로 사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1909년에 완공된 맨하탄 브릿지 그리고 마차가 다니는 캐널 스트리트와 센터럴 팍 등 당시의 맨하탄의 풍경과 생활상의 묘사에 작가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프로이트가 등장한다고 하여 이 책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분석학적인 스토리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실제 주인공은 아니고 스트레섬 영거(작중 화자 '나')란 사람이 주인공이다. 대부분의 추리 소설이 그렇듯이 아름다운 여주인공도 나오고 탐욕과 욕망을 쫓는 인간들이 그 배경인물들로 등장한다. 하지만 기존 추리소설과는 달리 우연을 가장한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식이 아니라, 작중 인물들의 정신분석을 통하여 사건의 실체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 만든다. 일반 추리소설보다는 조금 더 신경을 쓰면서 읽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그 유명한 햄릿의 대사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이란 말을 그냥 중학교때부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만 알고 지내온 나에게 보다 심오한 뜻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책이다. 그 뜻을 여기에서 다 풀어놓기는 쉽지않다. 그것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옳은 것인지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어느 날, 홀로 산책을 하다가
"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라"  는 인생의 '부름 (calling)' 을 받고
잘 나가던 언론인에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작가의 첫번 째 책이
바로 이 <혼자 사는 즐거움> 이라는 책이라고 한다.

살면서 문득 '자신이 걸어갈 길'을 명확하게 보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루하루 처리해야 할 일들에 쫓겨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새 한 주가 갔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 <혼자 사는 즐거움> -은  싱글이나 독신으로 사는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 관계 속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사람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인생은 완벽하게 혼자 떠나는 여행' 이며 ...
아직 당신이 원하는 삶을 찾지 못했다는 건 지금껏 당신이 당신을 위해 살지 못했다는 뜻이다 ...

살면서 문득문득 느끼는 공허함과 상실감은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해결해 줄 수 없다.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내면의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영혼의 부름에 따라 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인생의 부름에 답하라> 중에서


이 책이 한동안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기에 사실 의아했다.
요즘 이런 류의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 관심을 끄는 걸까?

첫째, 이 책은 ' ~하기 '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 쉽다.
   --- 01. 묘원 산책하기 에서 79. 이타카를 찾아 떠나기까지 79개의 항목으로 구성 ---
 이 점은 독자들이 마음에 드는 것들을 쉽게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흥미를 끄는 것 같다.
요즘 한국에서 '죽기전에 ...하기' 가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두번 째는 이 책은 천상 여자가 쓴 것이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소중한 추억 수집하기,   발견일지 만들기, 하루에 하나씩 모험하기, 벼룩시장 구경하기, 넋을 잃고 아름다움 바라보기...'
사소하지만 우리 일상에 작은 기쁨과 활력을 줄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끝으로, 이런 사소해 보이는 행위 속에 끝까지  한 가지 주제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행동 모두가  '자신의 고유함과 귀함을  발견하게 하고...언젠가 발견하게 될 나의 '인생의 부름'의 순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고유한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당신만의 홀로 있는시간,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자주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신을 놓을 때가 많은 요즘,
나자신과 홀로 대면하는 그 시간을 위해 작가처럼 오래된 묘지라도 찾아야 되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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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8. 19. 04:21

역사 한잔 하실까요?


Tom Standage가 지은  <A History of the World in 6 Glasses >가 원제이다.
한국어 제목이 웬지 자꾸 거슬려 원서 제목을 찾아보았다.

원서 제목이 책의 내용을 훨씬 잘 전달시켜주는 것 같다.
원래 번역본을 읽다보면 가끔씩 읽는 글줄이 걸리적거리는 느낌을 받게된다. 그럴 때마다 원서를 찾아서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되지만 맘대로 잘되지는 않는다. 

영화를 제작할 때나 외화를 수입하여 한국어 제목으로 번역할 때, 그 영화제목이 흥행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어설픈 번역보다는 차라리 원제로 가는 것이 훨씬 나을수 있다.

이 책의 제목 <역사 한 잔 하실까요?>는 제목의 경쾌함으로 인하여 잠재적 독자로 하여금 쉬운 읽을 거리라는 선입관을 가지게 하는데, 막상 읽어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또한 역사서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조금은 진지하지 못한(?) 제목탓에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역사서란 독자가 나름대로의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하기가 한결 쉬운 법이다.
특히 이 책은 서양사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어서, 로마 그리고 유럽 및 미국에 대한 역사의 기본지식이 있으면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다.

세계사의 중심에 선 음료 6가지!
맥주, 와인, 커피, 증류주(위스키, 럼), 차(주로 홍차) 그리고 코카콜라 (그냥 콜라가 아니다)를 중심으로 역사이야기가 진행된다.
우리가 좋아하는 소주나 중국의 유명한 백주 또는 보드카 등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툴툴거릴 것도 없다.
그냥 서양사의 관점에서 씌여진 가벼운 역사서로 받아들이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맥주가 선사시대 이전부터 존재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맥주하면 독일, 네델란드 그리고 와인하면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 등이 떠오르게 되는데,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잘 설명해준다.
쉽게 이야기하면 팩스 로마시대에 로마의 영향권안에 들었던 지역에서는 와인이, 그렇지 못한 유럽지역에서는 맥주가 주종을 이루었다는 얘기이다.
우리가 잘 아다시피 와인을 잘알기 위해서는 시간투자가 꽤 필요하다. 그리고 돈도 투자되어야 한다.
그래서 와인은 주로 상류계층이 마시는 것으로 인식되어있다. 와인에 대하여 아는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제적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열거한 6가지 음료들이 역사속에서 어떤 위치를 담당하였는지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사냥과 수렵생활에서 정착 단계로 스타일이 바뀌면서 인류는 정성껏 경작한 보리나 밀 등의 곡류에서 추출한 음료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인류가 근대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음료는 다름 아닌 맥주였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는  최적의 기후조건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농사가 시작되었고, 인류 초창기 문명이 발생하였으며 글자가 처음 발견되고 맥주가 아주 풍부했던 곳이었다. 맥주는 최초의 위대한 문명을 정의내리는 음료였다.
<맥주, 문명의 여명기를 열다> 중에서

기원전 1000년경,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내에서 발달되어 번성된 문화는 아직까지도 근대 서양 사상의 근간이 되고 있는 철학․정치학․과학․문학 등의 진보를 향상시켰다. 와인은 이러한 지중해 문명에서 삶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그리스 사상을 멀리 전파하도록 도와주었던 광대한 해양 무역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알코올음료를 마시는 모든 지역에서 와인은 음료 중에서 가장 문명화되고 세련된 것으로 간주되었다.
<지중해 문명의 원동력, 와인 한 잔> 중에서

연금술 실험실에서 진행된 증류기법으로 탄생된 증류주는, 유럽의 항해가들이 전 세계에 걸쳐 식민지와 제국을 세우는 시기였던 탐험의 시대 동안에 지배적인 음료가 되었다. 브랜디, 럼,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했으며 아주 작은 병에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배를 타고 항해하며 이동이 용이했다. 또한 노예를 사고파는 데 거래되는 통화(通貨)로도 사용되었으며, 특히 북아메리카의 식민지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러한 주류들은 정치적으로 널리 이용되어 미국의 건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식민지 시대의 필수품, 증류주> 중에서

이성의 시대를 지배하였던 신비스럽고 화려한 음료는 바로 커피였으며, 중동에서부터 유럽 지역으로 소개되었다. 커피는 사고의 명료함을 홍보하였으며 특히 과학자, 사업가, 철학자들에게 딱 들어맞는 이상적인 음료로 전해졌다. 커피하우스는 상업적․정치적 그리고 지적인 욕구를 서로 교환하였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곳에서의 토론은 과학 학회의 설립으로 이어졌으며, 신문 창간과 금융기관의 설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특히 프랑스에서는 혁명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풍부한 근거를 제공하였다.
<커피, 근대유럽 지식인들을 잠못들게 하다> 중에서

유럽에서 차의 인기는 동쪽으로의 약탈무역 루트를 개척하는 데 일조했으며, 전례 없는 규모로 제국주의와 산업화를 부채질하였다. 차는 동양과 유럽인들과의 무역거래를 넓히는 초석을 제공하였고, 영국을 세계 최초의 강대국으로 만들기도 했다. 
차가 영국의 국민음료로서 인정받게 되자 차의 공급을 원활하게 유지하려는 욕망은 영국의 외교정책을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향하도록 만들었다. 그 영향으로 미국의 독립과 중국 고대문명의 경시, 그리고 인도에서의 대규모 차 생산이 가능해졌다.
<왜 대영제국은 홍차에 열광하였는가?> 중에서

인공으로 합성된 음료가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소프트 음료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그로부터 100년 후 코카콜라가 개발되면서부터였다. 원래 애틀랜타의 어느 약사에 의해 의학적 용도로 고안되었던 코카콜라는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으며, 미국이 강대국으로 변모하도록 도움을 준 소비자 중심 자본주의의 상징물이 되었다. 20세기 기간 동안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미군들이 휴대하고 다녔던 코카콜라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음료로, 현재는 단일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아이콘이 되었다.
<미국을 꼭 닮은 음료, 코카콜라> 중에서

< 책속에서 >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대하는 음료에서도 이러한 역사의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마시게 되면 그 맛을 또 다르게 음미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