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 | Posted by Book Hana 2012. 3. 8. 00:57

늘 그리운 당신 ...


우리는

우리는 서로 없는 것 같지만
서로 꽉 차게 살아
어쩌다 당신 모습 보이지 않으면
내 눈길은 여기저기
당신 모습 찾아 헤매입니다.
강 건너 우리 밭과 감잎 사이
텃밭 옥수수잎 사이에
어른어른 호박꽃만 피어나도
내 가슴은 뛰고
바람에 꽃잎같이 설레입니다.

우리는 날이면 날마다
얼굴 맞대고 살아도
당신이 보고 싶고
밤이면 밤마다 살 맞대고 잠들어도
이따금 손 더듬어 당신 손 찾아
내 가슴에 얹고
나는 안심하며 잠듭니다.

내 곁에 늘 꽃 피는 당신
내 마음은 당신한테 머물러 쉬며
한 세월이 갑니다.

                                                        - 김용택 시집「 꽃산 가는 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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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2. 15. 04:20

알레프



저자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는 <연금술사>라는 책을 통하여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이다. 그의 특이한 이력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1947년 리우데 자네이루에서 태어나서, 그후 록 음악 작곡가로 브라질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고, 저 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 사의 중역 등 다양한 이력을 거쳤다고 한다.
 
2006년, 코엘료는 3월부터 7월까지 오랜 꿈이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전혀 예상치 못하게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힐랄을 만난다. 둘은 함께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고, 그 여행을 통해 사랑과 용서, 그리고 생 앞에 놓인 도전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이 책『알레프』는 이때의 놀랍고도 감동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지금, 당신은 몇 개의 생을 살고 있습니까?” 

책 표지에 나와있는 이 글귀처럼, 윤회설에 근거하여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제는 다소 무거운 것이지만,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므로 그리 심각한 표정으로 책읽기를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꿈꾸는 이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다 

“안전하고자 한다면 평범해지면 되지요. 하지만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래서 실패를 즐기는 사람들을 찾으십시오. 실패 때문에 그들의 업적이 인정받지 못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결국 그런 사람들이고, 그들은 시행착오 끝에 그들 공동체를 완전히 변모시키는 무언가를 이루어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잃지 않아요. 그들은 우리와 함께합니다. 그들은 우리 생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다만 우리는 다른 방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죠. 나는 옆 객차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분명히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와 같은 시간에 여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것, 다른 객차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들은 거기에 있어요. 그러므로 우리가 ‘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러 개의 객차로 이루어진 기차와도 같은 것입니다. 때로는 이 칸에 탔다가 때로는 저 칸에 타고, 꿈을 꾸거나 기이한 경험에 휩쓸리면 이 칸에서 저 칸으로 가로지르기도 하는 것이죠.” 

< 책속에서 > 

일전에 읽었던 법륜 스님의 글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사람의 삶이란 것이 우리가 있는 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것이 태어나는 것이고, 문을 닫고 나가면 그것이 죽음인 것을...
문을 닫고 나간다는 것은 없어진다는 것이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간 것 뿐인데 왜 사람들은 그것을 깨치지 못하고 그리도 슬퍼하는 것인지...

책 내용중에 중세의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마녀사냥이란 말의 뉘앙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로 마녀라고 제시하는 증거라는 것들이 터무니없는 것이다.
때로는 정적을 제거하기위하여, 또는 개인적인 원한관계 등으로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서 화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때 마녀로 지목된 자신의 딸이나 가족들을 위하여 할 수있는 것이라고는, 사형집행인을 매수하여 화형식을 집행할 때 기름을 많이 부어, 실제로는 불에 타서 죽는 것이 아니고, 연기에 미리 질식사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훨씬 고통을 덜 받으며 죽을 수 있는 길이므르...       

이런 대목을 읽으면 입맛이 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편가르기가 횡행하여, 나와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적(敵)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많다. 적(Enemy)이란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지, 객관적으로 나쁜 사람이란 뜻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차 한잔과 함께,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전생과 내세를 생각해보며 읽어볼만하다.
  
작가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알레프』는 내가 공개적으로 쓴 첫 책입니다(많은 눈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혼자 글을 쓰긴 했지만, 집필중에 매일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해 트위터에 업데이트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10년 3월 11일 목요일 새벽 두시, 이 책을 탈고했습니다.

2006년 나는 신의 뜻에 따라 세번째 성스러운 순례길을 떠났습니다.

내 첫번째 순례는 1986년에 떠난 ‘산티아고의 길’이었습니다. 그때 내가 한 것은 공간의 순례였습니다. 두 지점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이동한 것입니다. 나는 프랑스의 국경지대에서 오 세브레이로(갈리시아)까지 거의 6백 킬로미터의 거리를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여정은 『순례자』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1989년에 떠난 두번째 순례인 ‘로마의 길’은 시간의 순례였습니다. 실제로 로마를 향해 길을 떠난 것은 아니지만 칠십 일 동안 걸어야 할 장소를 골라야 했고, 그때 내가 택한 곳은 프랑스의 피레네산맥 지방이었습니다. 그 순례 기간에 나는 꿈을 꾸고 다음 날 일어나 꿈을 꾼 그대로 따라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그 꿈이 터무니없더라도 그래야 했습니다. 버스 정류장이 나오는 꿈을 꾸고 다음날 버스 정류장에서 세 시간을 아무 일 없이 보낸 기억이 납니다. 이 순례에서 나는 여성적 에너지와 만나게 되었고, 나는 내 안의 여성적 면모가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브리다』와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를 썼습니다.

세번째로 내가 떠나는 순례는 ‘예루살렘의 길’입니다. 이번에도 예루살렘까지 실제로 갔던 것은 아닙니다. 대신 시간과 공간을 여행해야 했습니다. 당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임무는 네 달 동안 집을 떠나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례중에 나는 여러 나라를 들렀지만 깨달음은 아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찾아왔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보름 동안 일곱 개의 시간대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9288킬로미터에 달하는 길 위에서였습니다. 힐랄이라는 이름의 한 터키 소녀(진짜 이름은 아닙니다)와 함께였습니다. 그녀와 나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시간과 공간이 한데 존재하는 이 지점은 ‘알레프’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나는 내 새 작품의 제목을 『알레프』라고 지었습니다.

이 순례를 책으로 쓰는 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이 여정을 이해하는 데 꼬박 삼 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여행안내서가 아닙니다. 물론 오랜 기간의 열차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를 묘사하기는 했지만, 내가 이 책을 쓴 것은 내 영혼과 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긴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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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2. 3. 06:50

어둠의 아이들

호텔에서 내려다 본 치앙마이의 한가로운 전경



치앙마이,

작년에 여행을 다녀온 곳이다.
태국의 방콕, 푸켓 등을 이미 방문한 한국관광객들이 그나마 덜 도시화 된, 그래서 비교적 전통적인 태국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요즘 많이들 찾는 곳이다. 서울에서 직항노선이 있다.
물론 태국 북쪽에 위치한 덕택에 날씨도 방콕보다는 훨씬 낫다.

다들 아는 얘기이지만, 태국은 왕국이다.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국왕부처의 사진들을 보며,
이 나라 사람들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잠깐씩 든다.
이전에 우리가 한국의 민주화를 너무나 많은 댓가를 치루면서 얻어낸 탓일까?
아니면 하나같이 국민들의 원성을 받으면서 떠나는 한국의 대통령들을 너무 많이 보아서일까?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냐?'는 평등개념에 너무나 익숙하게 지내왔던 탓일까?

어쨌거나 그들은 국왕부처를 무척이나 존경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자들과 가난한 자들이 같은 동네에서 어울려 산다고 한다.
한국이나 미국의 거주지역이 부자동네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것과는 다르다.
여행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싫어하거나 경멸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윤회사상을 철저히 믿는 관계로 지금은 단지 자신의 차례가 아닐 뿐,
내세에서는 자신도 부자로 살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기야 많은 국민들이 저소득층에 속하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에 따른 상실감보다, 어려운 생활형편을 같이하는 많은 이웃들의 동질감과 유대감이 그들을 견디게 하는 것 같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작가 양석일의 '어둠의 아이들'  이 책은 '19금 소설'이다.
양석일은 재일교포 2세이다. 그가 일본어로 쓴 책을 번역한 것이다.




책을 집어들면서 웬 뜬금없는 '19금 소설'인가 하면서 첫 장을 넘기는데,
소설의 첫 줄이 '치앙마이'이다.
치앙마이를 다녀온 지도 얼마되지 않고 해서, 호기심에 계속 책을 읽어 들어가는데,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병적인 아동매춘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장기밀매와 마약 등등 그 소재가 충분히 '19금'이라고 할만하다.
단순히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소설의 묘사가 어떨 때는 읽는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소재가 실제에 근거한 것이라는 작가의 해석을 따르면,
정말이지 '불편한 진실'이란 것을 대할 때의 그 불쾌감이란...

소설을 읽어 가면서,
치앙마이 여행에서 가졌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여유로운 사람들에 대한 한가로운 기억들이, 
그렇게 끔찍하고 처참한 현실위에 덧칠해진 것이라는 생각에 괜히 우울해진다.

메콩강. 맞은 편이 Golden Triangle지역의 라오스 땅이다. 왼편 저멀리 미얀마도 보인다.


소설과는 상관없는 얘기이지만,
Golden Triangle 지역에서 미얀마로 건너갈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고산족이라고 불리우는 원주민들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혹시 TV에서 본 사람들이 있겠지만,
목에다가 여러 개의 링을 끼워 넣어서(아마 20~30개가 되는 여자도 있었다), 목을 길게 만든 부족이었는데,
우리 일행을 위하여 전통춤을 추는 공연을 하였다.
그 공연팀의 어린 아이들(대략 4~5살 정도)의 표정이 정말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걸 보는 우리 일행은 공연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장면이 새삼 기억이 난다.

아동매춘, 장기밀매 그리고 마약,
인도주의를 가장한 아이입양(실제로는 변태 성적욕망 충족을 위한 것이다.)
자녀들을 돈을 받고 파는 부모들,
이 소설의 소재라는 것이 온통 회색빛이다.

책읽기를 마치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그 일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고...
그것에 대처할 마땅한 방법이란게, 그냥 모른 체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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