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노래도 그렇고 책도 그렇지만 입소문을 통하여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백인인 미국인이 쓴 소설인데, 한국인들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는 이야기가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로 소개된다는 얘기를 지인으로부터 듣게되었다.
여기는 미국 동부 뉴욕 메트로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많은 교민들이 세탁소, 그로서리, 뷰티 서플라이, 네일 가게에 종사하고 있다. 거기에 또 하나 반드시 추가해야할 업종이 바로 델리가게이다.
바로 그 코리안 델리가게를 소재로 한 소설인데, 오리지날 백인인 미국인이 자기의 실제 경험에 기반하여 쓴 이야기이다. 물론 한국인인 아내와 결혼하였으니, 아시안에 대한 편협한 시각은 갖지 않았을터이지만, 그래도 책을 읽기 전에는 조금 신경이 씌였다. 과연 현지 미국인들에게는 한국델리가게가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그리고 그 집의 예외적인 사건이나 관습들이 한국인 전반에 대한 무리한 일반화 시도는 없을런지, 등등.
아니나 다를까 한국인의 독특한 생활습관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하지만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러한 언급들이 단지 Fact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지 그 이상의 다른 의미는 없음을 곧 알게된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나 행동이 다르다는 얘기를 들으면 다소 비판적으로 들리는 것같다. 아마 그것은 어릴 적에 획일적인 동양유교문화권에서 아이는 이렇게 해야하고, 남자는 저렇게 그리고 또 여자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역할론이 너무나 몸에 익어버린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미국에서야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한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봄이긴 하지만 맨하탄엘 가보라. 모자달린 털옷부터 반팔 티셔츠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복장이나 행동이 곧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이 책에서는 작가가 한국인의 습관이나 관습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사례가 여러번 나오는데, 그것이 아주 나쁘다 이런 식은 아니다라는 얘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관습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작자이면서 주인공인 '벤'은 잡지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처가집에 들어가 반지하에서 살게된다. 그러다가 경제적인 독립을 얻기 위하여 처가 식구들과 델리가게를 운영하게 되는데, 특히 장모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게 묘사된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얘기이지만, 뉴욕/뉴저지에서 델리가게나 세탁소 등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제법 현지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봐도 된다. 간혹 한국에서 갓 온 사람들이, 그 좋은 학벌에 그런 일에 종사하느냐면서 안쓰럽게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정말 물정 모르는 이야기이다. 그런 사업을 영위하긴 위해선 자본도 꽤 있어야하고, 수입도 아주 괜찮은 편이다. (요즘은 워낙 경기가 좋지않다고들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책의 작자도 시카고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인텔리이다. 그의 한국인 아내인 '개브'도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근무하던 변호사였다. 그런 그들이 많은 하층민들이 거주하는 브룩클린의 델리가게를 인수하여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전개된다. 작가의 글솜씨도 아주 수준급이다.
책을 읽는 동안은 작가의 글솜씨에 빠져 그냥 재미있게 읽었다. 읽기를 마치고 책을 덮으니, 역시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