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4. 17. 22:26

마이 코리안 델리

 

간혹 노래도 그렇고 책도 그렇지만 입소문을 통하여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백인인 미국인이 쓴 소설인데, 한국인들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는 이야기가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로 소개된다는 얘기를 지인으로부터 듣게되었다.

 

여기는 미국 동부 뉴욕 메트로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많은 교민들이 세탁소, 그로서리, 뷰티 서플라이, 네일 가게에 종사하고 있다. 거기에 또 하나 반드시 추가해야할 업종이 바로 델리가게이다.

 

바로 그 코리안 델리가게를 소재로 한 소설인데, 오리지날 백인인 미국인이 자기의 실제 경험에 기반하여 쓴 이야기이다. 물론 한국인인 아내와 결혼하였으니, 아시안에 대한 편협한 시각은 갖지 않았을터이지만, 그래도 책을 읽기 전에는 조금 신경이 씌였다. 과연 현지 미국인들에게는 한국델리가게가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그리고 그 집의 예외적인 사건이나 관습들이 한국인 전반에 대한 무리한 일반화 시도는 없을런지, 등등.

 

아니나 다를까 한국인의 독특한 생활습관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하지만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러한 언급들이 단지 Fact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지 그 이상의 다른 의미는 없음을 곧 알게된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나 행동이 다르다는 얘기를 들으면 다소 비판적으로 들리는 것같다. 아마 그것은 어릴 적에 획일적인 동양유교문화권에서 아이는 이렇게 해야하고, 남자는 저렇게 그리고 또 여자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역할론이 너무나 몸에 익어버린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미국에서야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한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봄이긴 하지만 맨하탄엘 가보라. 모자달린 털옷부터 반팔 티셔츠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복장이나 행동이 곧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이 책에서는 작가가 한국인의 습관이나 관습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사례가 여러번 나오는데, 그것이 아주 나쁘다 이런 식은 아니다라는 얘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관습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작자이면서 주인공인 '벤'은 잡지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처가집에 들어가 반지하에서 살게된다.  그러다가 경제적인 독립을 얻기 위하여 처가 식구들과 델리가게를 운영하게 되는데, 특히 장모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게 묘사된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얘기이지만, 뉴욕/뉴저지에서 델리가게나 세탁소 등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제법 현지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봐도 된다. 간혹 한국에서 갓 온 사람들이, 그 좋은 학벌에 그런 일에 종사하느냐면서 안쓰럽게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정말 물정 모르는 이야기이다. 그런 사업을 영위하긴 위해선 자본도 꽤 있어야하고, 수입도 아주 괜찮은 편이다. (요즘은 워낙 경기가 좋지않다고들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책의 작자도 시카고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인텔리이다. 그의 한국인 아내인 '개브'도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근무하던 변호사였다. 그런 그들이 많은 하층민들이 거주하는 브룩클린의 델리가게를 인수하여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전개된다. 작가의 글솜씨도 아주 수준급이다. 

 

책을 읽는 동안은 작가의 글솜씨에 빠져 그냥 재미있게 읽었다. 읽기를 마치고 책을 덮으니, 역시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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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4. 5. 04:44

몽유도원

 

작가 김진명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검토해야하는 것인가 하고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천년의 금서>를 잇는 또다른 한민족의 역사를 배경으로 씌여진 소설이다.

일제의 문화재 강탈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한국인들의 무관심,

'임나일본부'라는 역사왜곡에 대하여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일축하기만 할뿐 역사적 실증자료로 소명하는 일에는 소홀한 한국.

'독도는 우리땅'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왜 일본인들은 저렇게 난리일까? 무슨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한국인들.

"호태왕비 (광개토왕비)'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장수왕이 세웠다는 그 호태왕비의 탁본을 해석한 내용이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이 제각각이다. 모두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한다. 그 호태왕비는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에 탁본을 아무리 잘떠도 글자를 제대로 해독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물며 글자가 지워진 곳도 있다고 하니.

 

그러고 보니, 아련한 이전에 고등학교시절에 국사선생님이 광개토왕비에 일본인들이 석회를 발라서 글자를 바꾸고서는, 자기네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역사를 왜곡시켰다는 이야기를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짓이군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과연 역사라는 것이 그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감춘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응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냥 말도 아닌 소리이다, 이렇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날조된 사실임을 과학적인 방법이나 고증을 통하여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 한국이 중국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북한과의 공조는 더욱 더 어려웠을터.

 

 호태왕비의 변조라는 사실을 모티브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대부분의 김진명 작가의 책이 그러하듯이 단숨에 읽혀진다.

하지만, 이제 나도 미국에서 산 지가 좀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지나친 민족주의에 입각한 논리전개가 때로는 부담스럽다. 한국도 이젠 다문화 가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단일민족으로서의 한국사람의 자긍심은 어느 정도까지가 적당한 것인지?

이 책은 민족주의에 입각한 소설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배경이 일본인데, 일본인중에서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사리분별이 분명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소설 곳곳에서 보여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모두들 내가 진정한 애국자이다라고 목청을 돋구고 있는데, 상대방을 부정함으로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으로 열린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당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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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3. 13. 07:14

내가 잠들기 전에


요즘 세상돌아가는 것이 정말 복잡하다.
아마 이 얘기는 수천년 전부터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 하였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은 정말 복잡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할 것 없이 선거를 앞두고 쏟아내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뭐가 정확히 다른지 잘 모르겠고,
한미 FTA를 해야한다, 하면 안된다는 논리도 다 그게 그것 같기도 하고...
휴대폰만해도 그렇다. 그냥 전화하고 필요하면 가끔 시계대용으로 쓰기만 하면 충분한데.
그래 문자정도는 주고 받는 기능을 알아야 하다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무슨 스마튼폰이다, 안드로이드폰이다, 어플리케이션이 다운이 되어있다 아니다, wifi가 된다 안된다 등등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데, 그걸 모르면 전화도 제대로 못쓰는 세상이 되어가니... 쯥. 

이렇게 세상이 나를 잠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을 때에는,
단순한 논리로 전개되는 추리소설이 시간을 보내기는 정말 딱이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내가 잠들기 전에'라는 소설이었다.

S. J. Watson이라는 작가의 추리소설인데 소재가 신선하다.

주인공은 사고로 인하여 지난 24시간동안만 기억할 수 있다.
그 이전의 기억은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주위의 사람들이 누군이지,
그래도 음식은 먹는 것이고, 옷은 입는 것이고, 전화는 원거리통신을 위한 것이다라는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다.

소재의 참신성은 읽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켜준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사건전개가 우연성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이야기의 전개가 한층 탄탄한 구조하에서 이루어진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진실 게임을 그린 심리 스릴러로서, 교통사고 이후 주인공(크리스틴)은 기억력이 하루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 

나는 침실로 돌아간다. 손에는 여전히 사진이 들려 있다. 눈뜰 때 옆에 있던 사내와 내가 나온 사진이다. 나는 사진을 들고 본다.
“어떻게 된 거예요?” 눈물이 얼굴에 흘러내린다. 사내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침대에 앉아 있다. “당신 누구예요?”
“당신 남편이야.” 그의 얼굴에 졸음이 묻어 있기는 하지만 귀찮은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내 알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결혼한 지 여러 해 됐어.”
“무슨 소리예요?” 뛰쳐나가고 싶지만 갈 곳이 없다. “결혼한 지 여러 해 됐다고요? 무슨 소리예요?”

< 책속에서 >


이 소설에는 백미인 반전이 있다.
이 말은 스포일러성 멘트일줄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후일 독자가 될 사람들을 위하여 함구한다.

골치아픈 현안들 잠시 밀어두고, 추리 소설의 세계로 빠지기에는 정말 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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