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0. 4. 22. 00:39

왜와 어떻게?


장애물이 앞에 나타났을 때,
사람이 보이는 최초의 반응은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거지?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잘못을 범한 사람을 찾고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에게 부과해야 할 벌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똑같은 상황에서 개미는 먼저 <어떻게 누구의 도움을 받아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개미 세계에는 <유죄>라는 개념이 전혀 없다.
<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까?>라고 자문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일이 제대로 되게 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는 사람들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생기는 것은 자명하다.
현재 인간 세계는 <왜>라고 묻는 사람들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어떻게>라고 묻는 사람들이 다스리는 날이 오게 될 것이다.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백과 사전> 중에서


^^ 일상에서 자주 보게 되는 모습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야?' 하며 다른 쪽을 먼저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에도 남 탓을 먼저 하고 보는 철면피도 종종 보이고...
베르베르의 글을 읽다 보면,
'그래, 참  이렇게 생각했었지.'
또는
'정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하는 때가 많다.

'왜' 보단 '어떻게'가 훨씬 실용적이고 개미적이다!!!




                                   노인

아프리카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보다 노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노인은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부족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갓난아이는 세상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자기의 죽음조차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을 슬퍼한다.
살았더라면 아주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었을 아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노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노인은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쓴 이유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꼭 그래서인건 아니지만...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어나가는 방법이 아닌, 
책을 뒤적뒤적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부분부터 먼저 읽곤 한다.
베르나르의 사물에 대한 독특한 시각 때문에 슬그머니  웃기도 하고,
오늘처럼 이런 글귀를 발견했을 때는 페이지를 더 이상 넘기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노인'이라...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할 건지는 사람이 가진 가치 기준에 따라 또는 사회적인 잣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살아가는 생활 환경의 다름이 사고 방식도 이렇게 달리 지배하는 것 같다.
한 곳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농사를 짓고 함께 협동해야만 살 수 있는 곳과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필요에 따라 사냥도 하고 전투도 해야 하는 생존 방식의 차이가 이렇게 노인을 보는 시각도 달리 나타나게 하는 것 같다.
아프리카에서의 노인에 대한 시각은 인디언들이나 아시안들의 사고 방식과 많이 닮아 있다.
오랜 세월의 연륜이 필요한 농경 문화와
사냥을 할 수 있는 '힘' 즉 '젊음'이 중시되는 환경의 차이가  이렇게 가치관도 다르게 형성했을 것이다.

그렇다면...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어떠한가?
몇 번의 클릭이면 엄청난 지식을 불러 올 수 있는 사회이다.
그래서 옛날처럼 내가 무엇에 관하여 많이 안다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열 살 짜리가 오히려 더 빨리 더 많이 정보를 가질 수도 있는 사회로 변했다.

요즘 정말 어디 가서 내 나이가 몇 갠데 하는 분위기를 폈다간 당장 왕따 신세다.
갈 수록 신체적 나이가 노인에 가까워 지고 있는 요즈음  ^^
나는 '무엇'으로 젊은이들에게, 또 이 사회에 쓸모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0. 4. 6. 02:23

13 계단



  ♣ 도서명 : 13 계단
  ♣ 저자명 : 다카노 가즈아키

주변에 여러 사람으로부터 적극 추천을 받았었던 책이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모처럼, 책을 잡자마자 정신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적인 긴장감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본 영화 <집행자>를 많이 생각나게 했다.
어쩔 수 없이 법이라는 이름으로 사형을 집행해야만 하는 간수들의 심리 상태가 아주 인상 깊었던 영화였었다. 



저승사자는 오전 9시에 찾아온다.

이 소설의 첫문장이다.
저승사자는 바로 사형 집행인!
사형수인 사카키바라 료가 사형 집행인이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느꼈던 공포감과 
그로인한 심리적 공황 상태를 너무나 긴장감 넘치는 문장으로 적고 있다.
첫페이지를 보는 순간, 책 속에 정신없이 빠져들게 하는 작가의 탄탄한 구성과 설득력 있는 문장이 뛰어나다.
추리 소설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독자가 계속해서 설득을 당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임은 당연한 일!

나도 모르게 이 글을 읽으며 '이 사람이 전직 간수였었나'하는 생각이 들어 작가의 이력을 돌아보았다.
그 세계에 대한 많은 자료를 토대로 한 이해가 없다면 이런 글을 쓰기가 불가능 했을 것 같다.

이 소설에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살인자가 된 사람과,
그 살인자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가족과 같은 피해자의 마음이 교묘하게 뒤섞여  
눈에 보이는 사건의 그 이면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 것인지 끝까지 궁금하게 한다.

추리 소설의 묘미는 바로 눈에 보이는 것과 객관적인 증거 자료 그 이면의  실타래가 어떻게  해결되어 가는 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 측면으로 봤을 때,  복잡하게 얽힌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는지 잘 보여 주고 있다.

자기가 저지른 죄를 기억하지도 못하는 사형수의 무죄를 증명하라!
익명의 독지가가 내건 거액의 현상금이 필요한 교도관 난고와 상해 치사 전과자인 준이치는  어떻게 사건을 해결할 것인가?
유일한 단서는 사건이 벌어진 날 사형수 료가 오르던 어딘가의 '계단' 뿐.
사형 집행이 고작 3개월 정도 남았다는 기한이 사건에 더 긴박감을 주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