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아프리카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보다 노인의 죽음을 더 슬퍼한다.
노인은 많은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부족의 나머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갓난아이는 세상을 경험해 보지 않아서 자기의 죽음조차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갓난아이의 죽음을 슬퍼한다.
살았더라면 아주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었을 아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노인의 죽음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노인은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쓴 이유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꼭 그래서인건 아니지만...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어나가는 방법이 아닌, 
책을 뒤적뒤적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부분부터 먼저 읽곤 한다.
베르나르의 사물에 대한 독특한 시각 때문에 슬그머니  웃기도 하고,
오늘처럼 이런 글귀를 발견했을 때는 페이지를 더 이상 넘기지 못하고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기도 한다.


'노인'이라...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할 건지는 사람이 가진 가치 기준에 따라 또는 사회적인 잣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살아가는 생활 환경의 다름이 사고 방식도 이렇게 달리 지배하는 것 같다.
한 곳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농사를 짓고 함께 협동해야만 살 수 있는 곳과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필요에 따라 사냥도 하고 전투도 해야 하는 생존 방식의 차이가 이렇게 노인을 보는 시각도 달리 나타나게 하는 것 같다.
아프리카에서의 노인에 대한 시각은 인디언들이나 아시안들의 사고 방식과 많이 닮아 있다.
오랜 세월의 연륜이 필요한 농경 문화와
사냥을 할 수 있는 '힘' 즉 '젊음'이 중시되는 환경의 차이가  이렇게 가치관도 다르게 형성했을 것이다.

그렇다면...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는 어떠한가?
몇 번의 클릭이면 엄청난 지식을 불러 올 수 있는 사회이다.
그래서 옛날처럼 내가 무엇에 관하여 많이 안다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열 살 짜리가 오히려 더 빨리 더 많이 정보를 가질 수도 있는 사회로 변했다.

요즘 정말 어디 가서 내 나이가 몇 갠데 하는 분위기를 폈다간 당장 왕따 신세다.
갈 수록 신체적 나이가 노인에 가까워 지고 있는 요즈음  ^^
나는 '무엇'으로 젊은이들에게, 또 이 사회에 쓸모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