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0. 2. 10. 23:00

도박사




서가에 '도박사'라는 소설이 꽂혀 있는 것을 몇 번인가 본 기억은 있었지만 그냥 지나치곤 하였다. 
'도박사'라는 제목의 뉘앙스가 그렇고 그런 소설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갖게 하였던 탓이다.
하지만 어떨 때는 그렇고 그런 소설을 부담없이 읽고 싶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머리도 식힐 겸(?) 해서 집어들게 되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소설의 작가가 누군지도 몰랐다. 그런데 작가가 김진명이다.  

작가 김진명!
그의 이름은 나에게는 항상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함께 연상된다.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라는 인식이 나에게 심어져 있는 것이다. 
최근 '천년의 금서'에서도 그러하였다.
이 양반이 쓴 소설이라면 그냥 편하게 읽히는 것은 아닐텐데 하는 선입관이 들었지만, 
이왕 집어든 것이니 한번 보자하고 읽기 시작한 것이, 단숨에 1, 2권을 다 읽게 되었다.

소설의 내용은 도박의 고수들이 한판 겨루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멜로도 등장하고, 도박에 대한 기술(?)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도박으로 패가망신하는 군상들의 이야기등이 전개된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그 내용을 여기서 세세히 밝히는 것은 향후 이 책을 읽을 기회를 가질 분들을 위하여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의 강원랜드에 내국인을 출입시키는 카지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가 본 적은 없고, 라스베가스도 몇 번인가 갈 기회가 있었지만 아직 실제로 가보지는 못하였다. 그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아틀란틱 시티'에는 몇 번 가 본 적 있다. 거기에 가면 블랙잭이다 바카라다 하면서 카드놀이에 몰두해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그냥 재미삼아서 한다고 한다. 얼마까지의 금액이 재미로 도박을 할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지노를 운영하는 경비는 그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부담한다고 보면, 절대로 본전을 찾을 수 는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본전이라도 하고 돌아오면 정말 운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카지노에 가 본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거기에는 없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어느 카지노를 가든 마찬가지이다.
바로 '시계'와 '창문'이다. 그러니까 時空을 초월한 놀이인 셈이다. -_-;

이 소설은 편하게 읽히는 책이지만, 작가가 나름대로 메세지를 전달할려고 하는 것 같다. 도박의 폐해도 그런 것이지만, 어쩔 수 없이 승부를 걸어야만 하는 것이라면, 시간을 가지고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렸다가, 적시에 과감하게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흔히들 하는 이야기이지만, 고스톱에서 '열고'하는 사람치고 돈 따는 사람은 드물듯이.^^

작가도 이 소설을 구상하면서 라스베가스를 방문 한 것 같은데, 그 때 얼마나 잃었으려나?


P.S : 지금 여기 밖에는 눈이 퍼붓고(?) 있습니다. 아랫동네(필라델피아, 메릴랜드, 버지니아)에는 더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하는군요. 눈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기가 한국이라면 밖에는 눈이 내리고 집안에 이렇게 갇혀서 지낼 때라면, 가까운 사람들하고 둘러 앉아서 고스톱이나 한번 치는건데 쯥쯥...-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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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0. 2. 5. 00:39

로스트 심벌



댄 브라운, 그는 정말 소설을 쓸 때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 같다.
그의 전작인 <천사와 악마> 그리고 <다빈치 코드>를 읽으며, 이 소설을 그냥 이렇게 읽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작가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왜냐고? 소설속에 등장하는 건물 또는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에 대한 설명들이 그냥 작가의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그것들을 분석적이며 설득력있게 해석하는 그의 노력이 글귀마다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중간한 논문들보다 훨씬 심혈을 기울인 그의 글을 침대나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읽으면서 가진 생각이었다.

로스트 심벌!
이미 전작에서 소개된 프리메이슨의 이야기가 또 나오면서 처음에는 약간 식상한 느낌을 가지게 하였다. 
이 양반은 프리메이슨 이야기로 아예 뿌리를 뽑으려는구먼 이라는 생각에...
그 분야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렇게 계속 울궈 먹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나 이 소설은 배경이 내가 자주 방문하는 워싱턴 DC이어서 그런지 훨씬 현실감있게 이야기가 전달되었다.
그냥 무심히 지나치던 워싱턴 타워, 국회의사당, 스미소니언 박물관 그리고 제퍼슨 기념관 등등이 새롭게 다가왔다.
마치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나면 거기에 있는 유적들이 새롭게 보이듯이.
사실 어떤 소설속의 어떤 건물들은 그런 건물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나에게는 아래 사진에 나타나 있는 House of Temple이 그 경우이다.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이 영....
역시 세상의 모든 사물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만큼만 볼 수 있나 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House of Temple



소설의 내용 중에 미 국회의사당의 천정벽화에 죠지 워싱턴이 신으로 변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 있다고 한다.
다음에 워싱턴 DC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들러서 실제로 보고 싶다. 
그런데 그 그림이 상징하는 바가 인간(죠지 워싱턴)이 신으로 변하는, 이른바 신격화를 묘사한 것이라는 것이 기독교국가를 표방하는 미국 국회의사당의 천정 벽화에 버젓이 있다는 것이 얼른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존경받는 지도자를 신격화하는 것은 로마시대의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이래 흔히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로마는 다신교를 받아들이는 종교관을 가지고 있던 사회였다. ( 이 부분에 대하여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보면 자세히 내용을 알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인간 = 신'이라는 이러한 생각은 많은 기독교인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는 충분한 논란거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미 국회 의사당 천정에 그려져 있는 Apotheosis of George Washington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1달러 지폐의 뒷면에 있는 그림에도 프리메이슨의 상징이 있다고 한다.
피라미드와 그 위의 '섭리의 눈 - Eye of Providence'이 그것인데, 우리가 그렇게 자주 사용하면서도 얼마나 의식을 하였을까?

 

섭리의 눈 - Eye of Providence



소설 속의 주인공 로버트 랭던, 그의 소설 속 역할은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 같은 역할이다. 
대학 교수(기호학이나 고고학이나 거기가 거기다)이면서 키도 크고 덩치도 좋지만 싸움을 잘하지는 못해 상대방에게 실컷 얻어터지고, 그러나 어려운 역경을 어찌 어찌 극복하고는 마침내 주어진 임무를 완수 해낸다는......
그리고 주인공이 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설이나 영화에 푹 빠져들게 하는 것, 그것 또한 공통점이다.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는 영화가 끝나면 그만이지만, 이 소설은 그 내용의 무게때문에 책읽기가 끝나도 여러 가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 그것은 큰 차이라고 하겠다.
아직은 날씨가 추워서 그렇고, 따뜻한 봄날이 오면 워싱턴DC 방문 스케쥴을 한번 잡아봐야겠다. 
댄 브라운이 일깨워준 새로운 시야를 가지고 그곳을 한번 둘러 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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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0. 1. 28. 21:10

혼자라도 삶과 춤춰라



   혼자 사는 것, 
   이것은 특권이다.  
   혼자면서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것, 
   이것은 인생의 아름다운 꽃잎과 같다.







'돌싱'(돌아온 싱글) , '비혼자'(결혼을 하지 않기로 선언한 사람), '노처녀', '노총각', '독신자', '미망인' '홀아비' 등등 이 단어들의 공통점은 '혼자 살기'이다. 
자신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간에 혼자 산다는 것은 
웬지 마른 풀잎같은 건조함이란 이미지가 먼저 연상되어 나는 쓸쓸하게만 생각되었다.

이 책은 심리학자이자 '싱글라이프'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상담 치료를 하고 있는 우어줄라 바그너가 썼다.
작가는 한마디로 "혼자 사는 기술을 연습하라" 고 권하고 있다.
어차피 혼자 살게 되었다면, 
'나만 왜 혼자 살고 있을까?' 에 대한 열등감 또는  자신을 버린 상대에 대한 원망에 젖어 살 것이 아니라,
지금의 자신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어떻게 지금의 이 시간을 잘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자고 말한다.
피할 수 없다면 지금의 자신을 최대한 즐기자는 것이다.

이 책을 장점은 많은 사람들의 사례가 실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지'  
' 어! 내가 아는 누구랑 비슷한 이야기네!'
...이런 점이 편안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나 역시 결혼하고 나서도 여러 해를 혼자 산 경험이 있다.
그땐 정말 '왜 나만 이렇게 살아야 되나'하고 혼자서 괴로워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즐겁고 보람차게 살려고 노력했었지만, 
늘 뭔가 목구멍에 뭔가 걸린 것 처럼 답답하고, 언제 이 시간이 끝나려나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를 되돌아 보게 되었다.
그래도 그땐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싶으면 가볍게 가방 꾸려 떠날 수도 있었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밤늦게 수다도 떨 수 있었다.( 물론 그 친구들은 싱글이었으니까 가능했었다.)
그땐 모든게 힘들다고만 생각했었는데...좋았던 일도 많이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다.

혼자 살던 시절에 이 책을 보았다면,
나는 얼마될 지 모르는 혼자 사는 그 시간들을 좀 더 열심히 좀 더 즐겁게 살지 않았을까?
여러 가족들과 부대끼며 사는 지금,
자유로왔던 그 시간들이 새삼 돌아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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