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3. 2. 27. 04:17

천년의 침묵



'피타고라스 정리는 정말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것일까?'라는 의문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아! 학교 졸업하고, 수학책을 놓은 지가 언제인데... 뜬금없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이라니.

이민 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대부분 동감하겠지만, 아이들 학교 수학공부도 거들어 주기가 쉽지 않다.

Primary School은 그렇다치고, Middle School만 해도 영어로 된 수학용어가 좀체 와닿지를 않는다. 

그러다보면 아이들이 먼저 눈치채고 아예 물어볼 생각도 않는다. 그저 자력으로 공부 잘 해주길 바랄 수 밖에... ^^

이런 판국에 피타고라스 정리라니... ㅠ.ㅠ


하지만 이 소설을 읽기 위하여 많은 수학적인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 전혀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저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아주 유명한 수학적인 발견이고, 그 발견자는 수학사적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정도만 짐작할 수 있으면 된다.  


이 소설은 '피타고라스의 정리' 사실 피타고라스가 발견한 정리가 아니라는 도발적 전제에서 출발해, 

 전에 바빌로니아에서 이미 밝혀진 진리를 자신의 업적으로 삼으려고 하는 피타고라스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기원전 6세기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 크로톤에서 수(Number)의 제국을 세운 현자 피타고라스의 학파에서 일어난 음모와 사건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고대 그리스의 학자들과 그들의 스승인 피타고라스가 진실의 은폐와 폭로를 두고 벌이는 암투를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살인범을 쫓는 추리소설적 구조에 로맨스, 기원전 6세기 피타고라스 학파의 풍경과 폴리스 사이의 정치 구도, 그리고 무리수를 발견한 히파소스, 피타고라스의 처 '테아노' 등 실존 인물과 가공 인물들을 등장시켜 팩션스타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작가는 권력과 명예에 눈먼 피타고라스를 절대악으로 규명해두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자신이 발견하지 않은 수학적인 정리에 자신의 이름을 갖다 붙이고, 그것을 이용해서 사회적인 권력까지 추구하는 세속적인 인물로 묘사한다.   

그런데, 사실 그러한 일은 오늘날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                                                 

가까운 곳에서 예를 찾아보면, iPhone이나 iPad가 Apple사의 대표상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 우리는 스티브 잡스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다. 사실 나는 그가 어느정도 그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 관여하였는 지는 모르지만, 많은 연구원들이 골머리를 싸매었을 것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면 당시 학파를 이끌던 피타고라스가 자기네 학파에서 재정립한 수학적인 정리를 '피타고라스의 정리'라고 명명한 것이 그렇게도 비난받아야만 하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한다. 

(사실 그것이 뭐 그리 중요한 것이라고.) 

하지만 소설은 아주 재미나게 읽힌다. 작가가 오랫동안 구상하고 쓴 이야기인데다가, 문체도 비교적 간결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소설 번역본을 읽을 때 가끔 나타나는 걸리적거림이 없다. 이야기의 소재와 배경 그리고 등장인물은 고대그리스이지만 작가가 한국인인 탓이다.   

이 소설을 쓴 작가의 이력을 보면, 

중학교 수학교사로 지내면서 수학사를 다룬 책을  탐독하던  어느 날, 줄의 글이 이선영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피타고라스가 무리수를 발견한 히파소스를 우물에 빠뜨려 죽였다.’ 

작가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고, 창작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와 피타고라스학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며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고, 눈을 감고도 소설의 무대인 크로톤의 지도를 그릴 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하늘빛과 바람의 냄새,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과 함께 하루하루 살아낸 작가 

마침내 마흔이 되어 장편을 완성했고, 년여에 걸친 수정 작업 끝에 이 작품은 2009 대한민국뉴웨이브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긴 소개가 되고 말았지만, 이 소설을 처음 봤을 때, '어떻게 피타고라스의 이야기를...' 이라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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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책이 출간되어 현재까지 3천만부 이상이 팔린 책!

<다빈치 코드>  <해리포터> 시리즈의 기록들-판권 액수, 판매량, 판매 속도 등-을 모두 갱신했다고 한다.

특히 '어른 여자' 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왜  이렇게 열광할까? 

수많은 로맨스 소설이 있어왔고, 자극적인 성묘사가 주가 되는 19금도 수두룩한 이 마당에... ^^

 

그레이 시리즈는 모두 3부작으로 1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 2부 '심연', 3부  '해방' 이다.

1부가 두 남녀 주인공의 불꽃같은 만남과 갈등 그리고 헤어짐을 그렸다면,

2부는 제목 '심연'이 상징하듯이 사랑하지만 50가지 다양한 어둠을 가진 남자와의 만남은 여전히 힘들기만 한데...

3부는 닥치는 위기를 통하여 진정한 믿음과 사랑을 찾게 된다는...이야기다.

이렇게 단순하게 써놓으니, 정말 아주 모범적인 로설(로맨스소설) 인 것 같다. ^^

 

이 소설은 로맨스의 전형적인 요소는 다 갖추고 있다.

조각같은 얼굴과 몸매를 가진 데다  엄청난 부를 가진 젊은 남주(남자주인공).크리스천!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순진하고 아름답고 영문학을 전공한 지적이기까지한 여주인공. 아나스타샤! 

이들의 불꽃같은 만남, 속수무책으로 빠져 드는 두 사람.

그리고 로설에 빠질 수 없는 남주의 치명적인 결점 한가지.

어릴 적 구타와 애정 결핍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어떤 사람- 특히 여자 -도 믿지 않는다.

자기가 사랑을 쏟았다가 배신 당하고 버림받지 않을까 해서,  누구와도 항상 거리감을 두고 대한다.

이런 남주가 평범한 여주를 만나 자신의 인생이 완전히 역전된다는 이야긴데...흠--;

 

그럼, 무엇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열광하게 하는가!

첫째, 이 이야기는 충실한 현재 시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옛날, 또는 미래의 공상적인 세계가 아닌, 바로 '지금'이다.

블랙베리, 아이패드, 노트북 등의 기자재와 음악의 적절한 활용으로...

--- 유튜브에는 '그레이의 음악'이라고 치면 이야기 속에 나오는 노래들이 바로 뜬다.

Nina Simone 의 <I put a spell on you>가 특히 이 소설 분위기와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

자신들의 감정을 짧으면서도 아주 위트있고,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그래서 바로 주인공들의 행동을 따라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어른 여자'들의 즉각적인 반응과 토론이 뜨거운 이유이기도 한 것같다.

두번 째, 이 소설은 철저하게 여주인공 아나스타샤의 관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주의 감정은 바로 여성독자들의 공감과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처녀였던 여주가 성적인 부분에서 눈을 떠가며 느끼는 혼란과 솔직한 감정들이 아주 재미있게 표현된다.

그리고 성에 관한 잠재의식이 적극적으로 반응해 가면서,

지배적인 남성_남주인 크리스천-과의 관계에서도 순종적인 역할만 맡던 여주인공이 점점 주도적으로 변해 간다.

이런 면에서도 '어른 여자'들의 억눌린 성적 욕망이 대리 체험으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아! 나도 이런 감정을 느껴 봤으면...등등'

그리고, 이 소설의 논란 거리가 되고 있는 가학적 피학적 성관계나 도구 등의 사용 등등이 너무 지나치다 하는 말도 있지만,

작가의 사실적인 묘사는 감각적이면서도 간결하여  추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끝으로  이 소설의 기저를 유지하는 것은 '사랑'의 힘이다.

아무리 정신적으로 50가지 변덕스러움과 어둠, 위험스러움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사랑'의 힘은 모든 걸 극복하게 한다는 이야기다.

사랑의 빛깔과 방식은 다양하여 이것이 옳다 저것은 그르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각자에 어울리는 빛이 있을 뿐... ^^

 

탄탄한 줄거리, 간결하고 위트있는 문장, 감각적이고 사실적인 묘사 ...그리고

여성들의 심리와 감추어진 욕망을 대신해서일까?

아주 재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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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조금은 거창한 제목의 '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영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TV 다큐멘터리 <80일간의 거래일주> 원작이다. 전직 애널리스트가 6개월 동안 세계를 여행하며 물건을 사고팔면서 경제를 배운 경험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영국에서 출발하여 아프리카, 아시아를 거쳐 남미를 경유하여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면서, 낙타에서 커피, 말, 와인, 목재까지 돈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든 사고팔았다. 

해당 품목에서 잔뼈가 굵은 상인들과의 치열한 협상과 경쟁 속에서 살아 있는 시장을 체험한다. 2만 5천 파운드의 밑천으로 5만 파운드를 만들기까지의 그의 행로가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저자 코너 우드먼은 1974년 아일랜드 태생으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로 일했다. 고액 연봉자였지만 따분한 숫자 놀음에 환멸을 느끼고 전 세계 상인들을 상대로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는지 확인해보기로 결심한다. 경제를 책으로 배운 그에게 세계 시장은 결코 녹록한 곳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갈고 닦은 베테랑 상인들의 협상 기술은 그가 대적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고, 고비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사건이 터져 곤경에 빠졌다. 하지만 결국에는 5만 파운드(약 1억 원)를 벌어오겠다는 목표를 이뤘다. 거기에다가 방송과 책이 큰 인기를 끌면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는 등 애널리스트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사업이든 사람이든 정말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직접 만나고 경험하고 부딪쳐보는 수밖에 없다. 저 멀리 언덕을 넘어가 국경을 건너려는 사람들, 그들 무리에 끼어들어 그들과 하나가 되면서 그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수밖에 없다. 과연 내가 전 세계 내로라할 약삭빠른 상인들과 거래하면 조금이라도 이윤을 남겨올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어졌다. 당시에는 내 앞에 어떤 일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상상도 못했다. 그저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협상과 거래를 해보면 경제와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고 싶었다. 그래서 겁도 없이 덤벼보기로 했다. >

-- 책속에서  


솔직히 뭐 제목처럼 그렇게 거창하게 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주는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배운 경제이론이 실제 비지니스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실제로 체험한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이니 재미가 있다. 그가 당초에 세웠던 2만 5천파운드를 두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어떻게 품목을 선정하고 시장을 공략하며, 실제로 협상에 임하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소설보다 재미있게 펼쳐진다. 물론 저자의 자기자랑이 곳곳에 나타난다. 그거야 뭐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일반인들이 말로만 떠들던 것을, 실제로 그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가면서 성공사례를 만들었으니.


독자에 따라서 그의 성공 요인을 여러가지로 파악할 수 있겠지만,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다음이 아닐까 싶다. 


1.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 물론 그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및 남미 등을 여행하면서 통역을 활용하였지만, 그것도 그가 영어가 유창하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등에서 유능한 한국어 통역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유능한 인맥의 활용이다.

 - 그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나름대로 인맥이 잘 구축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들로부터 각국 시장 및 품목에 대한 개괄적이긴 하지만 어느정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적시에 구할 수 있었다.


3. 지속적인 비지니스 모델이 아니다.  

- 그는 선정된 품목을 공급처로부터 구매하여 소비자 또는 중간 도매인에게 판매하였다. 물론 자기의 여행목적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공급자 입장에서는 시장개척 또는 상품홍보 성격으로 매우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 엄밀한 의미에서 거래의 초과 이윤을 얻은 것이 아닌 경우도 있었다.


어쨌거나, 어릴 때부터 공부 열심히 하여 좋은 학교 가고, 좋은 직장 구하여 오랫동안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교육을 받아온 나에게는 아주 신선한 자극이 되는 책이었다. 이민을 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 가졌던 직업을 바꿀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경우가 많다. 꼭 이민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평생동안 여러개의 직업을 가지게 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북돋워 주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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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 왕이 된 남자

 
 
 
솔직히 광해군, 연산군, 영창대군 그리고 인목대비 등등 이런 단어들은 나를 지겹게 만든다.
그 역사속의 인물들을 좋아하거나 싫어 해서가 아니다. 하지만 이 인물들을 소재로 한 소설, 영화 그리고 드라마를 수도 없이 접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찬란한 역사가 반만년이나 되는 대한민국의 장구한 역사에 그리도 역사소설이나 드라마의 소재가 빈곤한 것인가?
물론 최근 들어서는 고구려나 삼국시대 이전을 소재로 한 드리마가 많이 등장하기는 하였지만. 
 
어쨌거나 '광해군' 이런 제목의 소설이나 영화는 나의 이목을 전혀 끌지 못하였다.
근데 이 소설을 배경으로 만든 영화가 천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하고 있으며, 미국 각지에서도 영화가 상영된다고 하길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책을 잡게 되었다.
 
이야기의 대강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사림들의 권력 다툼으로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혼란이 극에 달했던 광해군 8년, 서인과 소북 세력의 견제와 독살 위협에 점점 난폭해져 가던 ‘광해’는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과 똑같이 닮은 자를 찾아오라는 밀명을 내린다.
기방에서 광대놀음으로 돈을 벌던 ‘하선’을 찾아낸 허균은 외모는 물론 목소리까지 놀랍도록 닮은 하선을 왕에게 데려간다.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간 하선은 광해군이 자리를 비운 동안 왕의 대역을 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설로 구성한 것이다.
 
설정자체가 그러니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고, 모티브나 등장인물들을 차용한 팩션이다.
물론 소설속의 대동법이라든지 호패법 그리고 당파싸움 등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사실 소설읽기를 마치고 나서도 왜 이 소설/영화가 천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이유를 짐작은 할 수 있었다.
내용이 감동적이거나 재미있었다기보다는 이 소설/영화를 받아들이는 한국의 작금의 상황이 내겐 더욱 흥미로웠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곧 대선이 있고, 정치지도자들은 무릇 이렇게 하여야 한다는 많은 논의들이 있는 시점이다.
 
사실 정치라는 것은 선택의 문제이다. 누구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느냐는 것일게다.
한국의 이번 대선에서는 '복지'가 화두가 되는 모양이다.
한편에서는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내세운다.
'선택적 복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보편적 복지'를 실시할 예산이 없다고 그러면서 이건희 회장의 손자까지 정부에서 밥을 먹여야 하느냐고 하고, 그 반대편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는데, 그 손자가 만일 공립학교에 다닌다면 밥좀 먹여줘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둘다 맞는 얘기인 것 같기도 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들어가면 또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것이다.
이처럼 각자 자신의 입장차이에 따라 다른 목소리가 나올수 밖에 없다. 또 그것이 정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기도 하다가, 안되면 저렇게 또 해보기도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큰 이야기 틀중의 하나가 '왕이 백성들의 삶은 먼저 생각하지 않고, 왕권유지나 신료들을 견제하기 위한 정책구상에만 골몰하였다.'는 것이데.
만일 왕에게 직접 물어보았다면, 왕은 자신이 건재해야만이 국가안위가 보장되고 더불어 백성들도 편한 삶을 살수 있었다고 대답할 것이 분명하다. 어찌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은가? 근데 그게 정답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튼 다양화, 다원화 되어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자신이 옳으니 무조건 믿고 따르라라는 지도자보다는. 민초들의 소리에 한번 더 귀를 기울이며 다양한 욕구들을 잘 조정해주는 그런 리더쉽을 가진 지도자를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다시 일깨워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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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이 소설은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와 관련하여 그 시대를 살아간 지식인과 민초들의 삶을 담고 있다.

내용은 크게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 정약종, 유배형을 받은 정약전과  정약용 그리고 그  형제들의 조카 사위인 황사영과 같은 지식인의 삶과 단지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했던 뱃사공, 마부, 주모 등등의 민초들의 삶과 생각들이 크게 대비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흑산도로 유배되어 간 정약전이 이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 바다는 이 세상 모든 물의 끝이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는데, 보이지 않는 그 너머에 있다는 흑산도는 믿기지 않았다. 바다는 인간이나 세상의 환란과는 사소한 관련도 없어 보였다. 밀고 써는 파도가 억겁의 시간을 철썩거렸으나, 억겁의 시간이 흘러도 스치고 지나간 시간의 자취는 거기에 남아 있지 않았다. 바다는 가득 차고 또 비어 있었다.

……저것이 바다로구나, 저 막막한 것이, 저 디딜 수 없는 것이…….

……마음은 본래 빈 것이어서 외물에 반응해도 아무런 흔적이 없다 하니, 바다에도 사람의 마음이 포개지는 것인가. "

 

천주학쟁이라는 이유로 심문을 받아 만신창이가 되어, 무안포구에서  유배지인 흑산도행 배를 기다리는 정약전.

세상사의 온갖 아귀다툼과는 전혀 무관한 듯이 철썩거리는 바다 앞에 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잘 대비되어 나타난다. 

 

정약전하면 흑산도에 유배되어 그곳의 물고기의 생태를 쓴 '자산어보'를 남긴 실학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소설을 통하여 시대의 큰 흐름 속에 휩쓸려 원하지 않는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한 유학자의 허약함과 비루함 그리고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않았을 끈질김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약전은 '흑산'의 '검을 흑'은 너무나 무서우므로, 대신 '검을 자'를 써서 '자산'으로 대신하겠다고 창대에게 말하는데, 이'자'는 '흐리고 어둡고 깊다'라는 뜻 외에도 '지금, 여기'라는 뜻도 있으니, "너와 내가 지금 여기에 사는 섬은 곧 자산이다."라고 말한다.

그 의미는 '검을 흑'은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깊은 어둠(수렁)이지만,

'검을 자' 속에는  어둠 속에서도 희미한 빛이 있으니, 그래도 삶의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 나는 흑산에 유배되어서 물고기를 들여다보다가 죽은 유자儒者의 삶과 꿈, 희망과 좌절을 생각했다. 그 바다의 넓이와 거리가 내 생각을 가로막았고 나는 그 격절의 벽에 내 말들을 쏘아댔다. 새로운 삶을 증언하면서 죽임을 당한 자들이나 돌아서서 현세의 자리로 돌아온 자들이나, 누구도 삶을 단념할 수는 없다.

나는 말이나 글로써 정의를 다투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는 다만 인간의 고통과 슬픔과 소망에 대하여 말하려 한다. 나는 겨우, 조금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말이나 글로써 설명할 수 없는 그 멀고도 확실한 세계를 향해 피흘리며 나아간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또 괴로워한다."  - 작가의 '후기' 중에서

 

작가 특유의 인물들의 행동을 표현하는 시니컬한 말투와 함께

이 글을 쓰는 내내 흑산도, 남양 성모성지, 배론성지 같은 사학 죄인들의 유배지나 피 흘린 자리를 찾아 돌아다녔을 그 분주한 발걸음이 눈에 선하다.

작가의 손으로 되살아나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는 인간들의 나약함과 치졸함 그리고 또 그 이상으로  어떤 고통도 감내하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가슴 졸이기도 하고  한숨짓기도 했던 시간이 새삼 가슴앓이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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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젊은 나이에 세속의 출세가도를 달리다 암으로 일찍 생을 마감한 여교수의 에세이집이다.

 

저자 위지안(于娟)은 1979년생으로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에 유학한 뒤 돌아와 상하이 푸단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소문난 독서광이었으며, 지는 것을 싫어해 공부에서든 놀기 또는 먹기에서든 항상 또래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곤 했다.  정부에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던 2009년 10월, 갑작스럽게 말기 암 판정을 받았다. 겨우 성공의 열매를 맛볼려고 하는 순간에 찾아온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지만, 좌절과 분노를 딛고 일어나 ‘앞으로 남겨진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며 깨달은 것들을 일상의 에피소드와 함께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책에서는 푸단대학이라는 곳이 세계100대 대학에 들어가는 명문이라고 여러번 언급하지만, 사실 그녀가 재직했던 곳이 그렇게 유명한 대학이든 아니든 그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한 젊은이가 목표를 세워두고 오로지 그 목표달성만을 위하여 많은 것들을 뒤로 밀어두는 그런 삶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인생퇴장명령을 받은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너무나 짧은 시간 뿐인데, 저자는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하고 그것이 세상에 알려졌다. 여태껏 무심하게 지나친 많은 일상들이 새롭게 보였고 느껴졌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한 소회를 일면 감상적이긴 하지만 비교적 담담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적어나갔다.

 

삶의 마지막에 와서야 마치 세상에 처음 나온 것처럼,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우리에게 그 어떤 고통도 모두 지나간다는 인생의 지혜를 전해준다. 더불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스스로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시한부를 선고받은 뒤, 삶의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하루하루가 마치 인생의 처음처럼 낯설게 다가왔다. 세상에 처음 나온 아이처럼 하나하나,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다. 삶의 끝에 와서야.
지금에야 깨닫게 된 것들을, 암에 걸리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만 그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랬더라면 내 삶을 더 행복한 것들로 가득 채울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뭔가를 잡기 위해서는 아주 먼 곳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믿으며 ......'

 < 책속에서 >

 

우리는 살기 힘들때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마지못해 사는 것이라고"  어쩌면 그렇게도 못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한국이 OECD국가중에서 자살률 1위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이다. 엊그제 안철수씨가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자살률 1위라는 것은 현재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식으로 얘기하였는데, 난 생각이 좀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고통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진다면 자살이라는 극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매사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배가 고픈 것은 참아도 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 이런 생활태도나 사고가 그런 극한 선택을 하게 만든다고 본다. 이 책의 저자가 한때 생각하였던 것처럼 자신의 세속적인 성공이, 당연히 자신이 잘나서 그렇게 남보다 나은 위치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는 여태 보지 못한 것들이 눈에 띄게 된다. 오늘의 자신을 있게한 많은 주위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들이.

 

리도 지금 이 책의 제목을 다시 소리내어 되뇌이며 그 답을 찾아볼 일이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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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예찬

책은 생물이다.

책을 사랑하고 그것에 빠지는 것은 일종의 연애다.

연애와 마찬가지로 읽는 즐거움은 도취에서 비롯한다.

사랑하는 이가 고난을 견디게 하는 힘과 원기와 신념을 주듯 책도 마찬가지다.

책은 절망에서 일어설 수 있게 하며, 꿈을 키우게 한다.

책읽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내 영혼의 키를 키운 것은 책이다.

.

.

.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이미 씌어진 책들과 아직 씌어지지 않은 책들.

혹은 내가 읽은 책들과 아직 읽지 않은 책들. ^^

 

     - 장석주님의 <그 많은 느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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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작가 박범신氏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설 '은교'가 최근 베스트셀러로 주목받는 것이 반가우면서도, 씁쓸하다고 한 기사를 읽었다.

사실 소설이 발표된 것은 몇 해전이다 보니, 소설 그 자체가 유명해졌다기보다는 최근 이 소설이 영화화 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소설의 내용은 70세의 노작가 이적요와 30대 초반의 그의 제자 서지우 그리고 17살의 소녀 은교, 이 세사람 사이의 사랑(?) 그리고 미움을 동반한 인간관계에 대한 심리묘사 소설이다.

특별하게 주목을 끄는 스토리의 반전같은 것은 없지만, 서로간의 밀고 당기는 심리 묘사가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있다. 

작가 박범신의 필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글이다.

영화홍보에서는  70 노인과 17세 어린 소녀의 사랑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데, 실제 소설속에서는 육체적인 사랑이 그리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기대하고 책을 집어든 독자들은 자못 실망할 수도 있겠다. 사랑이야기이긴 한데, 심리묘사에 많은 시귀들이 동원되어, 맘다잡고 읽지 않으면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을 지 모르겠다.

 

 ...  

아, 나는 은교를 사랑했다.

 

주인공 이적요시인이 탄식처럼 뱉은 마지막 말, 꺼내어 차마 뱉지 못한 말이다.

세상적인 나이도 육체도 그 모든 것을 넘어서, 가장 내밀하고 솔직한 자신의 욕망은 그것이었다.

기꺼이 죽음을 앞당긴 주인공 이적요는 열일곱 은교를 사랑했노라고,

그것은 다름아닌 '사랑'이었노라고 유작 노트에 적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근원을 흐르는 단어는 '갈망'이라고 한다.

차마 이룰 수 없는 꿈이기에 더 절실하고, 그래서 더 목이 타들어가는 '갈망'

죽음을 앞두고  껍질만 남아 퍼석거리는 주인공에게 갑자기 나타나 펄떡 거리는 싱싱함을 보여주는 열일곱 '은교'는 '갈망' 그 자체다. 다시는 되돌이킬 수 없는 젊음이기에 갈망이다. 

누구에게나, 가질 수 없는 것이기에 더 미치게 하는 '갈망'이 있다는 것은 곧 살아있음의 증거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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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대개의 잠언집 들이 그렇듯이 좋은 얘기들이 책속에 많이 실려있다.

그런데 책들을 읽다보면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성인군자같은 얘기만 늘어놓은 책을 읽다보면, 나중에는 말이 그말 같고 해서 감흥이 점차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책은 다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침대에서 잠이 때까지 읽다가 잠이오면 머리맡에 두고 싶은 책이 바로 이책이다.

어떤 책들은 줄거리의 전개로 인하여 꿈자리가 시끄럽지 않을까하는 걱정 되는 책도지만, 책은 잠들기 전에 자리끼로 가져다 놓은 시원하지만 차갑지는 않은 한잔을 마시는 같은 느낌을 준다.

글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한꺼번에 읽기가 아까워서 며칠을 나누어 읽었다.

 

작가의 이력도 특이하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그리고 영화공부를 위해 UC버클리대로 왔다가, 하버드와 프린스턴에서 비교종교학으로 , 박사를 취득하였다고 한다. 하버드에 재학중에 뜻한 바가 있어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고 출가한다. 하지만 산속의 절로 들어가는 대신에 대학교수(메사추세츠주 햄프셔대) 재직한다.

 

이국생활에서 한국말에 대한 갈증이 그가 트위터에 열중하게 이유라고 하는데, 지금은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언으로 꼽힌다고 한다.

 

  
좋은 음악도 계속 들으면 질려요
.
하지만 잊을 만했을 또다시 들으면 좋습니다
.
이것은 음악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나와 음악과의 관계의 문제입니다
.
이처럼 사람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고

사람과 나와의 관계의 문제입니다
.
-
관계의 중에서


무조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닌 같아요
.
모든 일이 자기 원하는 대로 쉽게 되면

게을러지고 교만해지며, 노력하지 않게 되고

다른 사람 어려움도 모르게 됩니다
.
어쩌면 지금 내가 겪는 어려움은

삶의 가르침일지 모릅니다
.
-
미래의 중에서


운전을 못하는 사람은

운전 중에 브레이크 페달을 자주 밟습니다
.
대화를 못하는 사람은

대화 중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로 브레이크를 자주 겁니다
.
-
인생의 중에서


좋은 인연이란
?
시작이 좋은 인연이 아닌

끝이 좋은 인연입니다
.
시작은 나와 상관없이 시작되었어도

인연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는

자신에게 달렸기 때문입니다
.
-
사랑의 중에서


식당에서 밥을 먹는 중에는 모릅니다
.
먹고 일어나야

얼마나 과식했는지 비로소 알게 돼요
.
수행은 순간순간 깨어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먹는 순간 바로 아는 사람은 수행을 많이 사람입니다
.
-
수행의 중에서

 

< 책속에서 >

 

 

이상의 많은 좋은 글들 중에 아직도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는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고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하나요? 라는 질문에

작가의 답은,

 

존버정신으로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존버정신이라……  존나게 버티는 정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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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코리안 델리

 

간혹 노래도 그렇고 책도 그렇지만 입소문을 통하여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백인인 미국인이 쓴 소설인데, 한국인들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는 이야기가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로 소개된다는 얘기를 지인으로부터 듣게되었다.

 

여기는 미국 동부 뉴욕 메트로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많은 교민들이 세탁소, 그로서리, 뷰티 서플라이, 네일 가게에 종사하고 있다. 거기에 또 하나 반드시 추가해야할 업종이 바로 델리가게이다.

 

바로 그 코리안 델리가게를 소재로 한 소설인데, 오리지날 백인인 미국인이 자기의 실제 경험에 기반하여 쓴 이야기이다. 물론 한국인인 아내와 결혼하였으니, 아시안에 대한 편협한 시각은 갖지 않았을터이지만, 그래도 책을 읽기 전에는 조금 신경이 씌였다. 과연 현지 미국인들에게는 한국델리가게가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그리고 그 집의 예외적인 사건이나 관습들이 한국인 전반에 대한 무리한 일반화 시도는 없을런지, 등등.

 

아니나 다를까 한국인의 독특한 생활습관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하지만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그러한 언급들이 단지 Fact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지 그 이상의 다른 의미는 없음을 곧 알게된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생각이나 행동이 다르다는 얘기를 들으면 다소 비판적으로 들리는 것같다. 아마 그것은 어릴 적에 획일적인 동양유교문화권에서 아이는 이렇게 해야하고, 남자는 저렇게 그리고 또 여자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역할론이 너무나 몸에 익어버린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미국에서야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당연시한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봄이긴 하지만 맨하탄엘 가보라. 모자달린 털옷부터 반팔 티셔츠까지. 너무나 다양하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른 복장이나 행동이 곧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많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만.

 

어쨌거나 이 책에서는 작가가 한국인의 습관이나 관습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사례가 여러번 나오는데, 그것이 아주 나쁘다 이런 식은 아니다라는 얘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런 관습을 좋아한다는 얘기는 더욱 아니다.     

 

작자이면서 주인공인 '벤'은 잡지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하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스테이튼 아일랜드에 있는 처가집에 들어가 반지하에서 살게된다.  그러다가 경제적인 독립을 얻기 위하여 처가 식구들과 델리가게를 운영하게 되는데, 특히 장모와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게 묘사된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얘기이지만, 뉴욕/뉴저지에서 델리가게나 세탁소 등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제법 현지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봐도 된다. 간혹 한국에서 갓 온 사람들이, 그 좋은 학벌에 그런 일에 종사하느냐면서 안쓰럽게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정말 물정 모르는 이야기이다. 그런 사업을 영위하긴 위해선 자본도 꽤 있어야하고, 수입도 아주 괜찮은 편이다. (요즘은 워낙 경기가 좋지않다고들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이 책의 작자도 시카고대학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은 인텔리이다. 그의 한국인 아내인 '개브'도 로스쿨을 졸업하고 로펌에서 근무하던 변호사였다. 그런 그들이 많은 하층민들이 거주하는 브룩클린의 델리가게를 인수하여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전개된다. 작가의 글솜씨도 아주 수준급이다. 

 

책을 읽는 동안은 작가의 글솜씨에 빠져 그냥 재미있게 읽었다. 읽기를 마치고 책을 덮으니, 역시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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