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4. 5. 04:44

몽유도원

 

작가 김진명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소설을 쓰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자료들을 수집하고 검토해야하는 것인가 하고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천년의 금서>를 잇는 또다른 한민족의 역사를 배경으로 씌여진 소설이다.

일제의 문화재 강탈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한국인들의 무관심,

'임나일본부'라는 역사왜곡에 대하여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일축하기만 할뿐 역사적 실증자료로 소명하는 일에는 소홀한 한국.

'독도는 우리땅'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왜 일본인들은 저렇게 난리일까? 무슨 남의 일처럼 생각하는 한국인들.

"호태왕비 (광개토왕비)'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장수왕이 세웠다는 그 호태왕비의 탁본을 해석한 내용이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이 제각각이다. 모두 자기네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해석한다. 그 호태왕비는 너무 오래 되었기 때문에 탁본을 아무리 잘떠도 글자를 제대로 해독하기 어렵다고 한다. 하물며 글자가 지워진 곳도 있다고 하니.

 

그러고 보니, 아련한 이전에 고등학교시절에 국사선생님이 광개토왕비에 일본인들이 석회를 발라서 글자를 바꾸고서는, 자기네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여, 역사를 왜곡시켰다는 이야기를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짓이군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과연 역사라는 것이 그렇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감춘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응에도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냥 말도 아닌 소리이다, 이렇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실제로 날조된 사실임을 과학적인 방법이나 고증을 통하여 분명히 바로 잡아야 하였다. 하지만 그 당시 한국이 중국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북한과의 공조는 더욱 더 어려웠을터.

 

 호태왕비의 변조라는 사실을 모티브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대부분의 김진명 작가의 책이 그러하듯이 단숨에 읽혀진다.

하지만, 이제 나도 미국에서 산 지가 좀 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지나친 민족주의에 입각한 논리전개가 때로는 부담스럽다. 한국도 이젠 다문화 가정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단일민족으로서의 한국사람의 자긍심은 어느 정도까지가 적당한 것인지?

이 책은 민족주의에 입각한 소설이기는 하지만 극단적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배경이 일본인데, 일본인중에서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사리분별이 분명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소설 곳곳에서 보여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 국회의원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모두들 내가 진정한 애국자이다라고 목청을 돋구고 있는데, 상대방을 부정함으로서 비교우위를 확보하는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으로 열린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당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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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3. 13. 07:14

내가 잠들기 전에


요즘 세상돌아가는 것이 정말 복잡하다.
아마 이 얘기는 수천년 전부터 그 당시 살았던 사람들이 하였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은 정말 복잡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할 것 없이 선거를 앞두고 쏟아내는 정치인들의 공약이 뭐가 정확히 다른지 잘 모르겠고,
한미 FTA를 해야한다, 하면 안된다는 논리도 다 그게 그것 같기도 하고...
휴대폰만해도 그렇다. 그냥 전화하고 필요하면 가끔 시계대용으로 쓰기만 하면 충분한데.
그래 문자정도는 주고 받는 기능을 알아야 하다는 것까지는 좋다.
그런데 무슨 스마튼폰이다, 안드로이드폰이다, 어플리케이션이 다운이 되어있다 아니다, wifi가 된다 안된다 등등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데, 그걸 모르면 전화도 제대로 못쓰는 세상이 되어가니... 쯥. 

이렇게 세상이 나를 잠시도 가만히 놔두지 않을 때에는,
단순한 논리로 전개되는 추리소설이 시간을 보내기는 정말 딱이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내가 잠들기 전에'라는 소설이었다.

S. J. Watson이라는 작가의 추리소설인데 소재가 신선하다.

주인공은 사고로 인하여 지난 24시간동안만 기억할 수 있다.
그 이전의 기억은 없어져버리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주위의 사람들이 누군이지,
그래도 음식은 먹는 것이고, 옷은 입는 것이고, 전화는 원거리통신을 위한 것이다라는 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다.

소재의 참신성은 읽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켜준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사건전개가 우연성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이야기의 전개가 한층 탄탄한 구조하에서 이루어진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여자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진실 게임을 그린 심리 스릴러로서, 교통사고 이후 주인공(크리스틴)은 기억력이 하루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 

나는 침실로 돌아간다. 손에는 여전히 사진이 들려 있다. 눈뜰 때 옆에 있던 사내와 내가 나온 사진이다. 나는 사진을 들고 본다.
“어떻게 된 거예요?” 눈물이 얼굴에 흘러내린다. 사내는 눈을 반쯤 감은 채 침대에 앉아 있다. “당신 누구예요?”
“당신 남편이야.” 그의 얼굴에 졸음이 묻어 있기는 하지만 귀찮은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내 알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결혼한 지 여러 해 됐어.”
“무슨 소리예요?” 뛰쳐나가고 싶지만 갈 곳이 없다. “결혼한 지 여러 해 됐다고요? 무슨 소리예요?”

< 책속에서 >


이 소설에는 백미인 반전이 있다.
이 말은 스포일러성 멘트일줄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후일 독자가 될 사람들을 위하여 함구한다.

골치아픈 현안들 잠시 밀어두고, 추리 소설의 세계로 빠지기에는 정말 딱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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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2. 15. 04:20

알레프



저자 파울로 코엘료 Paulo Coelho는 <연금술사>라는 책을 통하여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작가이다. 그의 특이한 이력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였다. 1947년 리우데 자네이루에서 태어나서, 그후 록 음악 작곡가로 브라질 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고, 저 널리스트, 록스타, 극작가, 세계적인 음반회 사의 중역 등 다양한 이력을 거쳤다고 한다.
 
2006년, 코엘료는 3월부터 7월까지 오랜 꿈이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다. 그리고 그 여행에서 전혀 예상치 못하게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힐랄을 만난다. 둘은 함께 시간과 공간을 여행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고, 그 여행을 통해 사랑과 용서, 그리고 생 앞에 놓인 도전을 극복하는 법을 배운다. 이 책『알레프』는 이때의 놀랍고도 감동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지금, 당신은 몇 개의 생을 살고 있습니까?” 

책 표지에 나와있는 이 글귀처럼, 윤회설에 근거하여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주제는 다소 무거운 것이지만,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이야기를 전개하므로 그리 심각한 표정으로 책읽기를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꿈꾸는 이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다 

“안전하고자 한다면 평범해지면 되지요. 하지만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래서 실패를 즐기는 사람들을 찾으십시오. 실패 때문에 그들의 업적이 인정받지 못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결국 그런 사람들이고, 그들은 시행착오 끝에 그들 공동체를 완전히 변모시키는 무언가를 이루어냅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절대로 잃지 않아요. 그들은 우리와 함께합니다. 그들은 우리 생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다만 우리는 다른 방에 머무르고 있을 뿐이죠. 나는 옆 객차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에는 분명히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와 같은 시간에 여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것, 다른 객차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들은 거기에 있어요. 그러므로 우리가 ‘생’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러 개의 객차로 이루어진 기차와도 같은 것입니다. 때로는 이 칸에 탔다가 때로는 저 칸에 타고, 꿈을 꾸거나 기이한 경험에 휩쓸리면 이 칸에서 저 칸으로 가로지르기도 하는 것이죠.” 

< 책속에서 > 

일전에 읽었던 법륜 스님의 글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사람의 삶이란 것이 우리가 있는 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그것이 태어나는 것이고, 문을 닫고 나가면 그것이 죽음인 것을...
문을 닫고 나간다는 것은 없어진다는 것이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간 것 뿐인데 왜 사람들은 그것을 깨치지 못하고 그리도 슬퍼하는 것인지...

책 내용중에 중세의 마녀사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사실 마녀사냥이란 말의 뉘앙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로 마녀라고 제시하는 증거라는 것들이 터무니없는 것이다.
때로는 정적을 제거하기위하여, 또는 개인적인 원한관계 등으로 무고한 사람을 마녀로 몰아서 화형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때 마녀로 지목된 자신의 딸이나 가족들을 위하여 할 수있는 것이라고는, 사형집행인을 매수하여 화형식을 집행할 때 기름을 많이 부어, 실제로는 불에 타서 죽는 것이 아니고, 연기에 미리 질식사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훨씬 고통을 덜 받으며 죽을 수 있는 길이므르...       

이런 대목을 읽으면 입맛이 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편가르기가 횡행하여, 나와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적(敵)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많다. 적(Enemy)이란 나와 생각이 다르거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지, 객관적으로 나쁜 사람이란 뜻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타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차 한잔과 함께,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전생과 내세를 생각해보며 읽어볼만하다.
  
작가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알레프』는 내가 공개적으로 쓴 첫 책입니다(많은 눈이 나를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는 뜻입니다. 물론 혼자 글을 쓰긴 했지만, 집필중에 매일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해 트위터에 업데이트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10년 3월 11일 목요일 새벽 두시, 이 책을 탈고했습니다.

2006년 나는 신의 뜻에 따라 세번째 성스러운 순례길을 떠났습니다.

내 첫번째 순례는 1986년에 떠난 ‘산티아고의 길’이었습니다. 그때 내가 한 것은 공간의 순례였습니다. 두 지점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이동한 것입니다. 나는 프랑스의 국경지대에서 오 세브레이로(갈리시아)까지 거의 6백 킬로미터의 거리를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여정은 『순례자』라는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1989년에 떠난 두번째 순례인 ‘로마의 길’은 시간의 순례였습니다. 실제로 로마를 향해 길을 떠난 것은 아니지만 칠십 일 동안 걸어야 할 장소를 골라야 했고, 그때 내가 택한 곳은 프랑스의 피레네산맥 지방이었습니다. 그 순례 기간에 나는 꿈을 꾸고 다음 날 일어나 꿈을 꾼 그대로 따라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그 꿈이 터무니없더라도 그래야 했습니다. 버스 정류장이 나오는 꿈을 꾸고 다음날 버스 정류장에서 세 시간을 아무 일 없이 보낸 기억이 납니다. 이 순례에서 나는 여성적 에너지와 만나게 되었고, 나는 내 안의 여성적 면모가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서 『브리다』와 『피에트라 강가에서 나는 울었네』를 썼습니다.

세번째로 내가 떠나는 순례는 ‘예루살렘의 길’입니다. 이번에도 예루살렘까지 실제로 갔던 것은 아닙니다. 대신 시간과 공간을 여행해야 했습니다. 당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임무는 네 달 동안 집을 떠나 있는 것이었습니다.
순례중에 나는 여러 나라를 들렀지만 깨달음은 아시아 대륙을 가로지르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찾아왔습니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해 보름 동안 일곱 개의 시간대를 지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9288킬로미터에 달하는 길 위에서였습니다. 힐랄이라는 이름의 한 터키 소녀(진짜 이름은 아닙니다)와 함께였습니다. 그녀와 나의 이야기는 책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겁니다. 시간과 공간이 한데 존재하는 이 지점은 ‘알레프’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나는 내 새 작품의 제목을 『알레프』라고 지었습니다.

이 순례를 책으로 쓰는 데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이 여정을 이해하는 데 꼬박 삼 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여행안내서가 아닙니다. 물론 오랜 기간의 열차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를 묘사하기는 했지만, 내가 이 책을 쓴 것은 내 영혼과 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긴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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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2. 3. 06:50

어둠의 아이들

호텔에서 내려다 본 치앙마이의 한가로운 전경



치앙마이,

작년에 여행을 다녀온 곳이다.
태국의 방콕, 푸켓 등을 이미 방문한 한국관광객들이 그나마 덜 도시화 된, 그래서 비교적 전통적인 태국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요즘 많이들 찾는 곳이다. 서울에서 직항노선이 있다.
물론 태국 북쪽에 위치한 덕택에 날씨도 방콕보다는 훨씬 낫다.

다들 아는 얘기이지만, 태국은 왕국이다.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국왕부처의 사진들을 보며,
이 나라 사람들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잠깐씩 든다.
이전에 우리가 한국의 민주화를 너무나 많은 댓가를 치루면서 얻어낸 탓일까?
아니면 하나같이 국민들의 원성을 받으면서 떠나는 한국의 대통령들을 너무 많이 보아서일까?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냐?'는 평등개념에 너무나 익숙하게 지내왔던 탓일까?

어쨌거나 그들은 국왕부처를 무척이나 존경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자들과 가난한 자들이 같은 동네에서 어울려 산다고 한다.
한국이나 미국의 거주지역이 부자동네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것과는 다르다.
여행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싫어하거나 경멸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윤회사상을 철저히 믿는 관계로 지금은 단지 자신의 차례가 아닐 뿐,
내세에서는 자신도 부자로 살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기야 많은 국민들이 저소득층에 속하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에 따른 상실감보다, 어려운 생활형편을 같이하는 많은 이웃들의 동질감과 유대감이 그들을 견디게 하는 것 같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작가 양석일의 '어둠의 아이들'  이 책은 '19금 소설'이다.
양석일은 재일교포 2세이다. 그가 일본어로 쓴 책을 번역한 것이다.




책을 집어들면서 웬 뜬금없는 '19금 소설'인가 하면서 첫 장을 넘기는데,
소설의 첫 줄이 '치앙마이'이다.
치앙마이를 다녀온 지도 얼마되지 않고 해서, 호기심에 계속 책을 읽어 들어가는데,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병적인 아동매춘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장기밀매와 마약 등등 그 소재가 충분히 '19금'이라고 할만하다.
단순히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소설의 묘사가 어떨 때는 읽는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소재가 실제에 근거한 것이라는 작가의 해석을 따르면,
정말이지 '불편한 진실'이란 것을 대할 때의 그 불쾌감이란...

소설을 읽어 가면서,
치앙마이 여행에서 가졌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여유로운 사람들에 대한 한가로운 기억들이, 
그렇게 끔찍하고 처참한 현실위에 덧칠해진 것이라는 생각에 괜히 우울해진다.

메콩강. 맞은 편이 Golden Triangle지역의 라오스 땅이다. 왼편 저멀리 미얀마도 보인다.


소설과는 상관없는 얘기이지만,
Golden Triangle 지역에서 미얀마로 건너갈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고산족이라고 불리우는 원주민들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혹시 TV에서 본 사람들이 있겠지만,
목에다가 여러 개의 링을 끼워 넣어서(아마 20~30개가 되는 여자도 있었다), 목을 길게 만든 부족이었는데,
우리 일행을 위하여 전통춤을 추는 공연을 하였다.
그 공연팀의 어린 아이들(대략 4~5살 정도)의 표정이 정말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걸 보는 우리 일행은 공연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장면이 새삼 기억이 난다.

아동매춘, 장기밀매 그리고 마약,
인도주의를 가장한 아이입양(실제로는 변태 성적욕망 충족을 위한 것이다.)
자녀들을 돈을 받고 파는 부모들,
이 소설의 소재라는 것이 온통 회색빛이다.

책읽기를 마치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그 일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고...
그것에 대처할 마땅한 방법이란게, 그냥 모른 체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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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1. 14. 03:40

'난중일기'를 읽으며 ...


임진년 1월 초하루. 맑음.
새벽에 아우 여필과 조카 봉과 아들 회가 와서 함께 이야기했다.
어머님을 떠나서 두 번이나 남쪽에서 설을 쇠니 간절한 회포를 이길 수 없다 …

- 이 순신의 <난중일기> 중에서

임진년 새해에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읽다.

'어머님을 떠나서 두 번이나 남쪽에서 설을 쇠니 간절한 회포를 이길 수 없다'

고향을 떠나 부모님과 처자식을 두고 멀리 군영에서 설을 맞이한 사내의 담담한 고백이다.
멀리 고국을 떠나 살고 있으니, 이런 마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으로부터 420 년 전.
궁벽한 남해 바닷가에서 시린 바람을 맞고 돌아와 이 글을 적었을 터이다.
이 글을 적은 지 석 달 보름 뒤 본격적인 전란에 휩싸이게 되는데...



지난 역사를 읽는다는 것은,
특히 어떤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 채, 그 상황을 맞이했던 한 사람의 인생을 빤히 들여다보는 일은 
너무 소름끼치는 일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듯이,
다른 차원에서 누군가 나의 삶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다른 이의 삶을 돌아보며 경계할 일이다.
그때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 지를.
나는 두렵다.
나의 사소한 어떤 선택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

새해 벽두에 감히 두려운 마음으로 또 한 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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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12. 13. 08:08

오 하느님



별도 설명이 필요없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작가, 조정래
그가  '노르망디에서 포로가 된 조선인의 운명'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쓴 이야기다.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유타 해안, 미군의 포로로 잡혀 조사를 받고 있는 독일 군복 차림의 아시아인을 찍은 보도사진. 일본군으로 징집되었던 남자는 1939년 8월 만주 국경 분쟁시 소련군에 붙잡혀 적군에 편입되었다가, 다시 독일군 포로가 되어 대서양 방어선을 건설하는 데 강제 투입되고, 미군의 포로가 된다. 소설은 이 역사적 사실과 문서보관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씌어졌다.


일제말기 조선인인 주인공 신길만은 일본 황군에 차출되어 만주전선으로 떠난다. 거기서 소련군과 몽고군 연합군에 포로로 잡히어 소련으로 압송된다. 처참한 포로생활을 하다가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공동의 적인 일본군에 같이 대항하자는 제안에 소련군이 된다. 이때 통역을 담당하던 카레야스키의 권유에 따라 소련식 이름인 신미하일로 불리게 된다. 그러던 중 서부전선에 배치되어 전투중 또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된다.

그곳에서 포로생활중 소련이 조선인들을 사할린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다 많은 사람들이 죽게되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또다시 독일군의 회유에 따라 독일군복을 입게 된다. 사실 그가 소련군임을 굳이 고집할 이유도 없는 것이었다. 그의 지상최대목표는 살아서 그리운 가족들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다. 그러다가 대서양 방어선 건설에 투입되었다가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중에 미군의 포로가 되어 미국으로 끌려오게 된다.
 
미군의 포로가 되면서 처우도 많이 개선되고 다소 희망이 생기지만, 이후 소련이름을 가진 그는 조선으로 가지 못하고 소련으로 송환을 당하게 되는데...     


단행본으로 나온 소설이라서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조정래 특유의 세밀한 상황과 심리묘사가 책읽는 속도를 더욱더 내게 해준다.
일본군들은 황군으로 전쟁에 임하면서 죽어서 명예를 지킬지언정 적군의 포로가 되지말 것이라는 교육을 받는다.
실제 전투에서 패하고 이제 항복외에는 방법이 없었으므로, 일본군식 단체 자결의 순간에 주인공은 살 궁리를 찾아서 실행한다. 어쩌면 이 장면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조선, 일본, 소련, 독일 그리고 미국,
도대체 국적이란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국가가 그 구성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어떤 의미를 국가에서 찾을 수 있을까?
국가적 대의라는 미명하에서 얼마나 많은 비인간적인 일들이 저질러지는 것인지?

스스로 원해서 이민을 와서 미국사람이 된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이웨이'


장동건, 오다기리 조 (일본배우), 그리고 판빙빙(중국배우)가 출연하고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출한 강제규 감독의 신작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한다는군요. 조정래의 상기 소설내용을 각색하여서.


보여주는 영화이다보니 전쟁이나 전투 씬에 많은 투자를 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그것이 중요한 관람거리일지 모르겠으나,

소설에서 주인공이 그러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 심리변화의 세밀한 묘사가 영화에서는 어떻게 전달될 지 궁금하다.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11. 22. 04:17

살인의 해석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을 등장시킨 추리소설이다.

사실 범죄 추리소설이면서도 심리소설에 가깝디고 볼 수도 있다.
프로이트가 실제로 미국을 방문한 해인 1909년 뉴욕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맨하탄을 자주 나가는 편이라서,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센터랄팍, 맨하탄 브릿지 그리고 차이나타운이 있는 캐널 스트리트 등이 한결 더 현실감있게 다가와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뉴욕의 고층 빌딩에서 어느 날 미모의 여성이 살해되고, 프로이트가 그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프로이트는 제자인 영거에게 피해자의 정신을 분석하게 하고, 자신은 조언하면서 조금씩 범죄의 진실에 다가간다. 한편, 칼 융은 미국에서 자신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프로이트의 학설을 전면 부정하며, 스승을 배반하게 되는 것으로 설정된다. 

작가 제드 러벤펠드는 일반 추리소설 작가가 아니다.
그는 현재 예일 대학 법과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저명한 법률학자이다. 그러나 그는 학자이기 이전에 열렬한 문학청년이었다. 프린스턴 대학교 재학 당시 졸업논문으로 프로이트를 선택했고, 줄리아드 연극원에 진학해 셰익스피어를 전공했다. 

그는 성공한 법률학자지만, 젊었을 때 간직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을 저버리지 못하고 조금씩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이 작품이 그의 처녀작인데 전세계 32개국에 판권이 팔렸다고 한다. 출간되자마자 각종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고,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각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또 「타임」지의 ‘2006년 가장 기대되는 책 10’,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등에 선정되기도 했다는 책이다.


실존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관계로 사실과 픽션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1909년에 완공된 맨하탄 브릿지 그리고 마차가 다니는 캐널 스트리트와 센터럴 팍 등 당시의 맨하탄의 풍경과 생활상의 묘사에 작가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프로이트가 등장한다고 하여 이 책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신분석학적인 스토리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실제 주인공은 아니고 스트레섬 영거(작중 화자 '나')란 사람이 주인공이다. 대부분의 추리 소설이 그렇듯이 아름다운 여주인공도 나오고 탐욕과 욕망을 쫓는 인간들이 그 배경인물들로 등장한다. 하지만 기존 추리소설과는 달리 우연을 가장한 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식이 아니라, 작중 인물들의 정신분석을 통하여 사건의 실체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 만든다. 일반 추리소설보다는 조금 더 신경을 쓰면서 읽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그 유명한 햄릿의 대사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이란 말을 그냥 중학교때부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만 알고 지내온 나에게 보다 심오한 뜻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책이다. 그 뜻을 여기에서 다 풀어놓기는 쉽지않다. 그것이 어떻게 해석되어야 옳은 것인지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길 권하고 싶다.

 


어느 날, 홀로 산책을 하다가
"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라"  는 인생의 '부름 (calling)' 을 받고
잘 나가던 언론인에서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 작가의 첫번 째 책이
바로 이 <혼자 사는 즐거움> 이라는 책이라고 한다.

살면서 문득 '자신이 걸어갈 길'을 명확하게 보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루하루 처리해야 할 일들에 쫓겨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 새 한 주가 갔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 <혼자 사는 즐거움> -은  싱글이나 독신으로 사는 사람만을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가족 관계 속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사람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인생은 완벽하게 혼자 떠나는 여행' 이며 ...
아직 당신이 원하는 삶을 찾지 못했다는 건 지금껏 당신이 당신을 위해 살지 못했다는 뜻이다 ...

살면서 문득문득 느끼는 공허함과 상실감은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해결해 줄 수 없다.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내면의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영혼의 부름에 따라 답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인생의 부름에 답하라> 중에서


이 책이 한동안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올라와 있기에 사실 의아했다.
요즘 이런 류의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 관심을 끄는 걸까?

첫째, 이 책은 ' ~하기 '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 쉽다.
   --- 01. 묘원 산책하기 에서 79. 이타카를 찾아 떠나기까지 79개의 항목으로 구성 ---
 이 점은 독자들이 마음에 드는 것들을 쉽게 따라할 수 있기 때문에, 흥미를 끄는 것 같다.
요즘 한국에서 '죽기전에 ...하기' 가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두번 째는 이 책은 천상 여자가 쓴 것이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소중한 추억 수집하기,   발견일지 만들기, 하루에 하나씩 모험하기, 벼룩시장 구경하기, 넋을 잃고 아름다움 바라보기...'
사소하지만 우리 일상에 작은 기쁨과 활력을 줄 수 있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끝으로, 이런 사소해 보이는 행위 속에 끝까지  한 가지 주제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행동 모두가  '자신의 고유함과 귀함을  발견하게 하고...언젠가 발견하게 될 나의 '인생의 부름'의 순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고유한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당신만의 홀로 있는시간,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자주 내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신을 놓을 때가 많은 요즘,
나자신과 홀로 대면하는 그 시간을 위해 작가처럼 오래된 묘지라도 찾아야 되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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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8. 19. 04:21

역사 한잔 하실까요?


Tom Standage가 지은  <A History of the World in 6 Glasses >가 원제이다.
한국어 제목이 웬지 자꾸 거슬려 원서 제목을 찾아보았다.

원서 제목이 책의 내용을 훨씬 잘 전달시켜주는 것 같다.
원래 번역본을 읽다보면 가끔씩 읽는 글줄이 걸리적거리는 느낌을 받게된다. 그럴 때마다 원서를 찾아서 읽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되지만 맘대로 잘되지는 않는다. 

영화를 제작할 때나 외화를 수입하여 한국어 제목으로 번역할 때, 그 영화제목이 흥행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어떨 때는 어설픈 번역보다는 차라리 원제로 가는 것이 훨씬 나을수 있다.

이 책의 제목 <역사 한 잔 하실까요?>는 제목의 경쾌함으로 인하여 잠재적 독자로 하여금 쉬운 읽을 거리라는 선입관을 가지게 하는데, 막상 읽어보면 그런 것도 아니다.  또한 역사서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조금은 진지하지 못한(?) 제목탓에 흥미 위주의 읽을거리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역사서란 독자가 나름대로의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하기가 한결 쉬운 법이다.
특히 이 책은 서양사적인 관점에서 서술한 책이어서, 로마 그리고 유럽 및 미국에 대한 역사의 기본지식이 있으면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다.

세계사의 중심에 선 음료 6가지!
맥주, 와인, 커피, 증류주(위스키, 럼), 차(주로 홍차) 그리고 코카콜라 (그냥 콜라가 아니다)를 중심으로 역사이야기가 진행된다.
우리가 좋아하는 소주나 중국의 유명한 백주 또는 보드카 등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툴툴거릴 것도 없다.
그냥 서양사의 관점에서 씌여진 가벼운 역사서로 받아들이면 된다.  

책을 읽으면서 맥주가 선사시대 이전부터 존재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맥주하면 독일, 네델란드 그리고 와인하면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 등이 떠오르게 되는데, 
그러한 역사적 배경을 잘 설명해준다.
쉽게 이야기하면 팩스 로마시대에 로마의 영향권안에 들었던 지역에서는 와인이, 그렇지 못한 유럽지역에서는 맥주가 주종을 이루었다는 얘기이다.
우리가 잘 아다시피 와인을 잘알기 위해서는 시간투자가 꽤 필요하다. 그리고 돈도 투자되어야 한다.
그래서 와인은 주로 상류계층이 마시는 것으로 인식되어있다. 와인에 대하여 아는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제적여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열거한 6가지 음료들이 역사속에서 어떤 위치를 담당하였는지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이 소개된다.
  

사냥과 수렵생활에서 정착 단계로 스타일이 바뀌면서 인류는 정성껏 경작한 보리나 밀 등의 곡류에서 추출한 음료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인류가 근대로 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음료는 다름 아닌 맥주였다.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는  최적의 기후조건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농사가 시작되었고, 인류 초창기 문명이 발생하였으며 글자가 처음 발견되고 맥주가 아주 풍부했던 곳이었다. 맥주는 최초의 위대한 문명을 정의내리는 음료였다.
<맥주, 문명의 여명기를 열다> 중에서

기원전 1000년경,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내에서 발달되어 번성된 문화는 아직까지도 근대 서양 사상의 근간이 되고 있는 철학․정치학․과학․문학 등의 진보를 향상시켰다. 와인은 이러한 지중해 문명에서 삶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그리스 사상을 멀리 전파하도록 도와주었던 광대한 해양 무역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알코올음료를 마시는 모든 지역에서 와인은 음료 중에서 가장 문명화되고 세련된 것으로 간주되었다.
<지중해 문명의 원동력, 와인 한 잔> 중에서

연금술 실험실에서 진행된 증류기법으로 탄생된 증류주는, 유럽의 항해가들이 전 세계에 걸쳐 식민지와 제국을 세우는 시기였던 탐험의 시대 동안에 지배적인 음료가 되었다. 브랜디, 럼,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했으며 아주 작은 병에도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배를 타고 항해하며 이동이 용이했다. 또한 노예를 사고파는 데 거래되는 통화(通貨)로도 사용되었으며, 특히 북아메리카의 식민지에서 인기를 얻었다. 그러한 주류들은 정치적으로 널리 이용되어 미국의 건립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식민지 시대의 필수품, 증류주> 중에서

이성의 시대를 지배하였던 신비스럽고 화려한 음료는 바로 커피였으며, 중동에서부터 유럽 지역으로 소개되었다. 커피는 사고의 명료함을 홍보하였으며 특히 과학자, 사업가, 철학자들에게 딱 들어맞는 이상적인 음료로 전해졌다. 커피하우스는 상업적․정치적 그리고 지적인 욕구를 서로 교환하였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곳에서의 토론은 과학 학회의 설립으로 이어졌으며, 신문 창간과 금융기관의 설립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고 특히 프랑스에서는 혁명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풍부한 근거를 제공하였다.
<커피, 근대유럽 지식인들을 잠못들게 하다> 중에서

유럽에서 차의 인기는 동쪽으로의 약탈무역 루트를 개척하는 데 일조했으며, 전례 없는 규모로 제국주의와 산업화를 부채질하였다. 차는 동양과 유럽인들과의 무역거래를 넓히는 초석을 제공하였고, 영국을 세계 최초의 강대국으로 만들기도 했다. 
차가 영국의 국민음료로서 인정받게 되자 차의 공급을 원활하게 유지하려는 욕망은 영국의 외교정책을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향하도록 만들었다. 그 영향으로 미국의 독립과 중국 고대문명의 경시, 그리고 인도에서의 대규모 차 생산이 가능해졌다.
<왜 대영제국은 홍차에 열광하였는가?> 중에서

인공으로 합성된 음료가 18세기 후반 유럽에서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소프트 음료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은 그로부터 100년 후 코카콜라가 개발되면서부터였다. 원래 애틀랜타의 어느 약사에 의해 의학적 용도로 고안되었던 코카콜라는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료가 되었으며, 미국이 강대국으로 변모하도록 도움을 준 소비자 중심 자본주의의 상징물이 되었다. 20세기 기간 동안 세계대전을 치루면서 미군들이 휴대하고 다녔던 코카콜라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음료로, 현재는 단일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아이콘이 되었다.
<미국을 꼭 닮은 음료, 코카콜라> 중에서

< 책속에서 >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대하는 음료에서도 이러한 역사의 배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마시게 되면 그 맛을 또 다르게 음미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1. 8. 11. 07:19

리딩으로 리드하라



<꿈꾸는 다락방>, <여자라면 힐러리처럼> 등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지성이 지은 책이다.
책 제목에서 보다시피,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는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다.

리드(Lead) 당하지 않고 자신이 Lead하는 주체적인 삶을 살려면 책 많이 읽고,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는 얘기는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러한 평범한 주제를 가진 책을 많은 사람들이 비싼 책값을 지불해가며 읽는다고 한다. 아무리 옳고 당연한 이야기이더라도 부모님이나 학교선생님이 말씀하면 대부분이 잘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의 심성때문일까?

어쨌거나 작금의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있겠거니하고 책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솔직히 내용은 책표지의 소개글에서 짐작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카네기, 워런 버핏, 이병철, 정주영 등을 예를 들면서 세속적인 출세를 위하여도 인문고전 독서를 많이 하여야 하고,
알렉산더, 세종과 정조 그리고 아인슈타인, 뉴턴, 처칠, 에디슨까지 사례를 들면서 위대한 천재가 되기위하여는 그 비밀이 모두 인문고전 독서에 있다고 말하며, '인문고전 읽기'를 통해 미래를 바꾸는 힘을 제시한다.

철학, 역사, 과학, 예술 등의 분야를 아울러 짧게는 일이백 년, 길게는 일이천 년 이상 전해오며 널리 읽히는 작품인 '인문고전'을 읽는 것을 "천재의 두뇌에 직접 접속하는 행위"라 말하며, 나름대로 독서 노하우, 인문고전으로 리드하는 인생경영법, 세상을 지배하는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 등 인문고전 독서를 위한 실용적인 정보들을 제공하려고 한다.


이제는 진실을 깨달아야 한다. 당신이 학교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배우고도 두뇌와 삶에 어떤 변화도 없었던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당신의 자녀가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머리가 비상해지고 삶의 지혜가 쌓이는 게 아니라 두 눈의 총기를 잃고 지혜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되는 본질적인 이유를 알아야 한다.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인문 고전 독서는 두뇌에 특별한 기쁨을 가져다준다. 물론 처음에는 고되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들고 어렵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이해하지 못해 진도가 일주일 또는 한 달씩 늦추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어느 지점을 넘기면 고통은 기쁨으로 변한다. 인류의 역사를 만들어 온 천재들의 문장 뒤에 숨은 이치를 깨닫는 순간 두뇌는 지적 쾌감의 정점을 경험하고, 그 맛에 중독된다. 그리고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평범한 꿈밖에 꿀 줄 모르고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인문 고전 저자들처럼 혁명적으로 꿈꾸고 천재적으로 사고하는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나는 인문 고전 독서에 내 인생을 걸어보기로 결심했고, 실천에 옮겼다.
인문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천재의 두뇌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고 이를 실천하자 돌덩이 같던 두뇌가 정말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 책속에서 >

너무나 옳은 이야기이어서 작가의 논지를 반박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렇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책을 읽힐려고 인문고전을 많이 읽으면 돈도 많이 벌 수 있다(?)고 논리를 비약시키는 부분은 좀 거슬린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런 억지를 부리면 곱게 봐지지만은 않는다.

그럼에도 블구하고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는 좋은 책이어서 일독을 권하고 싶다.
사실 70년대에 국민학교(초등학교가 아니다)를 다닌 사람들은 기억하겠지만, 그 당시 '고전읽기'라는 것이 있었다. 고전읽기가 방학숙제로 주어진 적도 여러 번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그때 <삼국유사>, <삼국사기>등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학교선생님이 방학숙제 검사를 하면서 읽었는지 여부만 확인하고는 그에 대한 토론이나 발표 등은 하지않았던 갓 같다.
그러니 책을 읽긴 읽었으되, 그냥 글자만 읽은 셈이 된 것이다. 

<리딩으로 리드하라>이 책은 그 책읽기를 제대로 할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에 실제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사람나름대로 책을 읽는 습관이나 방법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인문고전 같은 어려운 책은 작가가 제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덕분에 어렵게만 느껴져서 건성으로 읽다만 책들을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고 읽어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한 책이다.

어느 책부터 읽을까?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아니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런 책들은 시원한 가을에 읽는 것이 제격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