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 싱거운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8. 13. 14:24

부부싸움! 골프로 풀어라.




어느날 또 뒷땅과 오비에
쪼루를 내고는
대가리가 돌아버리고
씨펄~ 씨펄 소리가
노래가 되어도
이 순간만큼은 골프를
그리워하고 미치도록
사랑하고 싶다…




부부 싸움이라는 게 참 우습다. 등 돌리면 남이라지만 등 돌리기가 그리 쉽던가?  하루에도 수십 번 울컥거리다가도 곱씹어보면 그것도 아닌데 섭한 소리 한 마디에 마눌은 며칠째 퉁퉁 부어 있다.
 말이라는 건 어디서든 서로가 조심해야겠지만 더러운 성질이 치밀 때는 물불 구분이 안 되니 말이지. 다툼 없이 생을 즐기고 마감할 수 있다면야 그보다 좋을 순 없지만 그렇게 생각대로 되는가 말이다. 아웅다웅하다가도 자고나면 반성하고 후회하고 그러면서 성숙되고 양보하며 사는 게 부부인 것 같다.

 그 와중에 한 넘이 연락이 왔다. 일요일에 부부끼리 공이나 함 치자고…  젠장! 하필 전쟁통에 유람을 가자니! 남의 집구석 사정이야 죽인지 밥인지 알 리 없는 그넘. 그렇다고 구구절절 쪽팔리게 말할 수도 없고…  아무튼 그러자고 대답은 했건만 찝찝하다.
 자존심에 선뜻 가자할 수도 없고 혼자 가려니 그렇고 더군다나 취소도 늦은 상황! 에라이~ 모르겠다. 어차피 부부야 지지고 볶으며 사는건데 말이라도 해야지. 씨벌~ 아니면 혼자라도 가지 뭐! 그렇잖아도 투박스런 경상도 넘인데 싸움 끝에 뭔 애교가 있겠나! 거두절미 하고 "낼 공치러 갈끼다 …  4시에 일어나라!"
 싫지는 않은 듯 힐끔 쳐다보고는 "누구캉 갈낀데…?"  그나마 남은 자존심에 삐딱하게 서서는 "걍~ 가면 안다."  더 이상 반응이 없다.
 새벽! 일어나니 꼼지락꼼지락거리며 찍어 바르고 난리다.
"흥~ 그래도 공은 치고 싶은가 보네."

 새벽바람이 선선하다. 벌써 가을인가! 아직은 껌껌한 시간, 마음도 껌껌한데 날씨마저 꾸물꾸물 비가 오려나?
 "더운 것보단 낫다 그지?"
 시바~!  대꾸가 없다. 하늘을 찌르는 자존심에 그렇잖아도 말수가 적은 두 입이 가는 길 내내 곰팡이가 생길 지경이다.
 골프장! 남의 사정을 알 리 없는 그들. 멋지게 한번 붙어보자며 전의를 불태우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맞장구를 치고…  평소, 같이 치고 싶었던 부부였는데도 마눌의 표정은 시큰둥! 에고에고 가시방석! 주는 것도 받는것도 없이 팀 매치를 하는데 여간 빡빡하지 않다. 한두 점 차이로 박빙의 게임이 이어지는데 협동(?)없이는 될 리가 없잖은가? 어제의 싸움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도둑넘이 서방의 지갑을 넘보는데 밉다한들 어찌 나 몰라라 보고만 있겟는가!
 흥미진진한 승부에 뽀루퉁은 간 곳 없고
 "아빠! 몇 번 치꼬?"
 이기기는 이겨야겠고 판단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피칭은 짤때이~  오르막인데 9번쳐라 마!"
 온그린을 시키고는 "아빠 말이 맞네!" 말문마저 틔워주는 이넘의 골프가 참 신기하다. 달리하는 이념도 스포츠가 바꾸는데 부부 싸움쯤이야!
막판에 상대 마눌이 흔들어 주는 바람에 이기고 나니 자기 땜에 이겼단다. 그랴그랴 당신 땜에 거덜 날 뻔한 지갑 찾았네.

 늦은 아침을 먹고 나니 꾸물꾸물 하던 날씨도 확~ 개고 배마저 채우고 나니 아쉬웠던지 더 칠 수 없냐고 묻는다.
 "멀쩡한 휴일에 자리가 어딨냐?"
 "올만에 왔는데 함 알아바라?"
 "뭐 알아보고 할 때가 어딨노?"
 "그래도~!" 
 저렇게 좋아하는데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말은 그렇게 해도 내가 더 치고 싶은 걸!  이리저리 쑤시니 하나가 턱 걸린다. 전화를 끊고 나니 "우리 서방 빽 죽인다."고 난리다. 우쒸! 죽이긴 뭘 죽여? 당신이 날 죽이지! 짱짱한 날씨에 36홀이라!   
흐흐흐~ 36! 아무나 하는 건줄 아냐! 포기하기만 해봐라. 오늘 극기 훈련 함 시켜주마!

 땀에 절인 옷을 다시 털어 입으니 시쿰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쨌든 마눌이 좋다는데 그까짓 냄새쯤이야! 비온 뒤 땡볕이라 반쯤을 돌고 나니 아랫도리가 흐느적거린다. 요번엔 양보를 해주자고 해도 스포츠에 뭔 양보냐며 푹푹 찌는 날씨인데 마눌은 끄떡도 않는다. 또 자기 덕에 이기고 나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그러고는 "9홀 더할 수 없냐"고……  아무리 밉기로서니 기분  맞춰주는 서방이 불쌍치도 않나?

 부부 싸움!  칼로 물 베기라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세상인데 어떻게든 풀어야지 쌓이면 서로 서로 병이 된다. 태생이 다른 인간이 만나 살다보면소홀함도 서운함도 있겠지. 이해 못함에 부족함에 때론 짜증도 날 거고……  하지만 우리가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뭔 원수가 졌다고!

 부부 싸움!  18홀 동안 몇 번 있을 법한 쪼루와 뒷땅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잘 맞은 드라이버, 똑똑 떨어지는 퍼터만 기억할 순 없잖은가.  우리가 18홀 내내 행복하고 즐겁지만 않았듯이 말이다.

                                              장복덕의  <장고의 쪼루인생 골프 이야기>에서

이 글은 한국의 실정을 잘 알면 100%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여기 골프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에 살고 있으니, 골프 한번 같이 치러 가자고 해서 부부싸움이 풀어지기는 어렵겠죠. 하지만 골프는 부부가 함께 하기에는 정말 좋은 운동인 것 같습니다. 카트를 타든, 풀카트를 끌든 4~5시간은 같이 이야기도 주고 받아야 하고, 공동의 화제를 가질 수 있고, 여기 저기 골프장에 다니면서 근처의 맛있는 식당에 함께 가기도 하고, 등등 
골프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이론에 밝다고 실전에서 항상 싱글을 칠 수는 없죠.
부부관계를 포함한 사람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론을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고, 알고 있는데도 실전에서는 잘 안되는 수가 많음을 서로 이해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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