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0. 6. 2. 23:57

바그다드의 모모


---인간들이 전쟁을 시작했다.
    전쟁을 하는 인간들은 자신도 알아보지 못할 얼굴을 하고 그림자처럼 거리를 헤맸다.

    전쟁을 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지만 아무 상관 없는 나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
    언제부턴가 시장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신선한 생선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한다.

    닭 가슴살이라도 건지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거라도 챙겨 집으로 돌아가야지…… . --- <프롤로그 중에서>



들고양이 '모모'의 시선으로  이라크 전쟁 후의  폐허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한 편의 동화와 같은 이 작품은
모모가  같은 이름을 가진  어린 소녀 '모모'와 그 동생 '비비'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적고 있다.

약간 나른하면서 시니컬한 시선을 가진 모모는
'인간은 너무 까다롭고 또 무모할 정도로 너무 깊이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비비네 가족들은 전쟁이 시작되면서 하나둘 다치고 죽어나간다.
'나는 그저 축구만 할 수 있으면 되는데...' 라며
갑자기 취소된 게임을 아쉬워하던 모모의 오빠는 폭격으로 어이없이 죽게 되고,
그 충격으로 엄마와 아빠는 병들게 된다.
일상을 살아가는 그네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닥치게 된 전쟁의 비참함이
그대로 여과 없이 보여 진다.

'전쟁'의 비참함! 
이런 말은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왠지 거북한 말이다.
괜히 정면으로 맞닥뜨리게 되면, 걸릴 지도 모를 생선 가시처럼.

처음에는 이 책을 시작하기가 좀 망설여졌다.
뭔가 비참한 이야기는 가까이 하기가 싫었다.
그런데, 책 표지에 있는 고양이의 묘한 뒷모습이 신경 쓰인다.
마치 지붕 위에 앉아서 인간들의 모습들을 나른하게 지켜보는 모습같은.

전쟁에 참여하게 된 이쪽저쪽의 인간들은 다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인간이나 고양이나 다들 사는 동안에 이런저런 상처를 입는 법이야.
긴 시간을 두고 어루만지다 보면 언젠가는 상처가 모두 아물게 될꺼야.---

모모의 이런 말들이 전쟁을 겪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지 모르겠다. 

이란-이라크 전쟁 취재와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던 저자
<야마코토 켄조>가 경험한 전쟁의 처참함이 너무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뭐라 말할 수 없는 먹먹함이 울컥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