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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7 미국인의 절반은 뉴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인의 절반은 뉴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마치야마 도모히로가 쓴 책이다.
참고로 그는 재일교포 1세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현재는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컬럼니스트이다. 

그는 일본인 특유의 관점과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일본인들도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있겠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종교에 대한 그의 시각때문이다.
비교적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사실 뉴욕은 이제 미국인만의 도시가 아니다. 전세계의 경제와 문화수도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그렇긴 하지만, 미국인의 절반이 뉴욕이 어디에 불어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 무슨 대수라고.
하지만 이 책은 미국인의 부족한 지리 상식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어려운 정치, 경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미국인이 아닌 저자가 볼 때에는 너무나도 답답한 미국인의 현실과 역사인식에 대한 불만을 잘 정리하였다.

미국의 국민적인 토크쇼 The Tonight Show에서 가장 재미있는 코너는 역시 '제이 워킹'. 진행자가 직접 거리로 나가, 길가는 사람들에게 초등학교 수준의 질문을 한다.

"맨 처음 올림픽이 열린 나라는 어디일까요?"
 "미국?"

"세계대전은 지금까지 몇 번 발생하였을까요?"
"세 번?"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였다는 노인의 대답이다.

"히로시마, 나가사끼 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요?"
"유도?"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은 이겼을까요, 졌을까요?"
"네? 물론 우리가 이겼죠!... 그런데 베트남 전쟁을 일으킨 게 미국이었나요?"

이쯤 되면 역사를 논하기 이전의 문제가 아닌가?

"9.11 테러를 일으킨 범인의 종교는 무엇일까요?"
"힌두교!"

"알카에다란 무엇일까요?"
"이스라엘의 테러리스트!"

- 책속에서

아는 분중에 이민 1.5세대인 부인이 있다. 
성장기를 대도시가 아닌 중서부에서 보낸 탓에 전형적인 미국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상당히 건전한 사고를 소유하고 있고, 독실한 크리스챤이기도 하다.
지난번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였다.
그 부인은 무조건 공화당을 지지한단다.
이곳 뉴저지는 사실 민주당이 인기가 많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교사들이 공공연히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하는 곳이다. 더구나 우리같은 이민자들은 진보적인 노선을 견지하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이라크 전으로 인기가 땅에 떨어질만큼 떨어진 부시와 공화당의 인기를 감안할 때, 그 부인이 스스럼 없이 공화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였을때 나는 내심 놀라기도 하였다. 물론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는 완전히 본인 자유이긴 하지만.  
  
"왜... 공화당을 지지하나요?"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공화당 후보는 낙태를 허용하지 않잖아요?"

다른 더 이상의 논쟁도 필요없다. 
부시가 아무리 전쟁 미치광이었고, 금융위기로 경제가 쑥대밭이 되었건 말았건, 그녀의 의견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지, 낙태를 허용하느냐 않느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일 수도 있겠군'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그보다 더 크다면 큰 문제들을 전혀 고려해 볼려고도 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가 사실 많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종교 문제를 떠나서,
낙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귀한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러면 이미 태어난 인간들을 아무런 이유없이 그렇게 살상하는 것(예를 들면 이라크 공습)에 대하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말 묻고 싶었다.    

그렇다. 여기는 미국이다.
다양한 문화를 가진, 다양한 인종이, 다양한 가치관을 추구하는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내세우는 나라이다.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여 주는 것이 그 시작이 아니겠는가?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때, 지금부터 10년도 넘은 이야기이다.
아주 인상적인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미국인들은 상대방과 대화할 때, 상대방이 현재 진실을 이야기한다고 믿는 비율이 75%를 넘는다는 기사였다.
그러면 우리 한국사람은?  나는 반문해 보았다. (특히 지금의 한국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같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_-;)
사실 우리는 이야기하면서 조금 과장되게 말하거나,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거짓말은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다. (나만 그런감?)  
그러나 지금까지의 미국을 지탱하여 준 가장 큰 가치관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여러 다양한 인종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어울려 살고 있는  미국이므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해도 사실 확인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Liar 라는 말은 아주 심한 욕이다.
한데, 지금 다시 설문 조사를 해보면 상대방이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 특히 정치인에 대해서는...  

저자는 뉴욕의 좌표가 정확히 어디라고 생각하였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 위치가 지금 많은 미국사람들(우리를 포함해서)이 막연히 생각하고 있는 그곳은 정말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듯하다.

우리도 여기가 잠깐 머물다 갈 곳이 아니라면, 이 책을 읽어보면서 그 내용이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한번쯤은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책속의 구절을 하나 더 소개하면,  
        
"미국이 툭 하면 전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지리 공부를 하기 위해서다." 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여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은 전체인구의 20퍼센트, 나머지 80퍼센트는 다른 나라에 관심이 없다. 그들이 외국 땅을 밟는 것은 총을 들고 쳐들어갈 때뿐이다.

- 책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