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에 해당되는 글 13

  1. 2009.05.12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2. 2009.04.10 따뜻한 봄볕이 그리운 날에 1
  3. 2009.04.02 나 자신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서
내가 좋아하는 시 | Posted by Book Hana 2009. 5. 12. 06:42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중에서

  누구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고 노래했지만, 누구는 사람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빗물이 새어들듯이 외로움을 울컥 느끼게 되는 때가 있다.  그래서 정현종 시인은 '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라고 했을까?

내가 좋아하는 시 | Posted by Book Hana 2009. 4. 10. 23:35

따뜻한 봄볕이 그리운 날에

  어제는 그렇게 날씨가 화창하더니만,
오늘은 ㅉㅉㅉ...

따뜻한 봄볕이 그리운 날에 올립니다.


          봄은 고양이로다

                                          이 장 희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불길이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김 영 랑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 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에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메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헤르만 헷세


이 세상의 어떤 책도
그대에게 직접 행운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은 은근하게 그대 자신으로 돌아갈 길을 열어 놓을 것이다.

거기에는 그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게 있다.
태양도 별도 달도,
왜냐하면 그대가 거기서 찾은 빛은 이제 그대 자신 속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대가 줄곧 찾아 헤맨 지혜는
갑자기 책 속에서, 어느 페이지에서나  빛나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그 지혜는 그대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스크린을 통해서 느낀 여러 감정들은 즉각적인 반응을 가져다 주죠. 
그래서 아주 자극적이고 내가 어떻게 생각해 볼 시간도 없이 나에게로 와서 박혀 버리게 되고, 그 여운에 갑자기 멍해 버리게 됩니다. 그에 비하면 책을 읽고 나서의 감정은 무척 더디게 오는 것 같습니다. 간혹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길을 잃어 버리기도 하죠.
 하지만 책을 통해서 내게 서서히 쌓여간 지식들과 감흥들은 오래도록 남아 온전히 내 것으로 어느새 변해 버리는 것 같습니다. 하여 많은 현자들은 책을 곱씹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