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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03 어둠의 아이들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2. 2. 3. 06:50

어둠의 아이들

호텔에서 내려다 본 치앙마이의 한가로운 전경



치앙마이,

작년에 여행을 다녀온 곳이다.
태국의 방콕, 푸켓 등을 이미 방문한 한국관광객들이 그나마 덜 도시화 된, 그래서 비교적 전통적인 태국의 생활상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요즘 많이들 찾는 곳이다. 서울에서 직항노선이 있다.
물론 태국 북쪽에 위치한 덕택에 날씨도 방콕보다는 훨씬 낫다.

다들 아는 얘기이지만, 태국은 왕국이다.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국왕부처의 사진들을 보며,
이 나라 사람들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잠깐씩 든다.
이전에 우리가 한국의 민주화를 너무나 많은 댓가를 치루면서 얻어낸 탓일까?
아니면 하나같이 국민들의 원성을 받으면서 떠나는 한국의 대통령들을 너무 많이 보아서일까?
'왕후장상의 씨가 어디 따로 있냐?'는 평등개념에 너무나 익숙하게 지내왔던 탓일까?

어쨌거나 그들은 국왕부처를 무척이나 존경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부자들과 가난한 자들이 같은 동네에서 어울려 산다고 한다.
한국이나 미국의 거주지역이 부자동네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것과는 다르다.
여행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싫어하거나 경멸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윤회사상을 철저히 믿는 관계로 지금은 단지 자신의 차례가 아닐 뿐,
내세에서는 자신도 부자로 살 것을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기야 많은 국민들이 저소득층에 속하지만, 극심한 빈부 격차에 따른 상실감보다, 어려운 생활형편을 같이하는 많은 이웃들의 동질감과 유대감이 그들을 견디게 하는 것 같았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작가 양석일의 '어둠의 아이들'  이 책은 '19금 소설'이다.
양석일은 재일교포 2세이다. 그가 일본어로 쓴 책을 번역한 것이다.




책을 집어들면서 웬 뜬금없는 '19금 소설'인가 하면서 첫 장을 넘기는데,
소설의 첫 줄이 '치앙마이'이다.
치앙마이를 다녀온 지도 얼마되지 않고 해서, 호기심에 계속 책을 읽어 들어가는데,
어린아이들을 상대로 한 병적인 아동매춘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장기밀매와 마약 등등 그 소재가 충분히 '19금'이라고 할만하다.
단순히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소설의 묘사가 어떨 때는 읽는 이의 기분을 상하게 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소재가 실제에 근거한 것이라는 작가의 해석을 따르면,
정말이지 '불편한 진실'이란 것을 대할 때의 그 불쾌감이란...

소설을 읽어 가면서,
치앙마이 여행에서 가졌던, 아름다운 자연풍광과 여유로운 사람들에 대한 한가로운 기억들이, 
그렇게 끔찍하고 처참한 현실위에 덧칠해진 것이라는 생각에 괜히 우울해진다.

메콩강. 맞은 편이 Golden Triangle지역의 라오스 땅이다. 왼편 저멀리 미얀마도 보인다.


소설과는 상관없는 얘기이지만,
Golden Triangle 지역에서 미얀마로 건너갈 수가 있었다.
그곳에서 고산족이라고 불리우는 원주민들의 공연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혹시 TV에서 본 사람들이 있겠지만,
목에다가 여러 개의 링을 끼워 넣어서(아마 20~30개가 되는 여자도 있었다), 목을 길게 만든 부족이었는데,
우리 일행을 위하여 전통춤을 추는 공연을 하였다.
그 공연팀의 어린 아이들(대략 4~5살 정도)의 표정이 정말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그걸 보는 우리 일행은 공연내내 마음이 불편하였다.
이 책을 읽고나니, 그 장면이 새삼 기억이 난다.

아동매춘, 장기밀매 그리고 마약,
인도주의를 가장한 아이입양(실제로는 변태 성적욕망 충족을 위한 것이다.)
자녀들을 돈을 받고 파는 부모들,
이 소설의 소재라는 것이 온통 회색빛이다.

책읽기를 마치고 나서도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그 일들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고...
그것에 대처할 마땅한 방법이란게, 그냥 모른 체하는 것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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