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4. 21. 11:08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오
늘 하루 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려가며 여러 번 눈물을 흘렸다.

다른 나라가 아니라 대한민국이라서 할 말 많은 장남이 많겠다 싶었다.
장남 하면 어쩔 수 없이 등에 짊어진 무거운 짐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다른 형제들과는 다른 대접에 민망함과 함께 뭔가 보답을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에 자주 목이 메었을 우리 장남들...

이 글을 쓴 윤영무님은 이제 50대 초반의 나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거의 마지막으로 장남이란 고된 의무감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가는 세대가 아닐까 싶다. 이제 아이도 한 둘 밖에 낳지 않는 요즘 세상에서 남자아이라면 장남 아닌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도 오랜 세월동안 자기 밑으로 4형제를 건사하고 부모님을 모시며 살아가는 일의 힘겨움과 여러 갈등을 그리며 민법에도 없는 장남 노릇에 대하여 Why Me? 라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고 이후로 어느새 아버지의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을 보며, 어린 시절 아버지가 가장으로서의 힘겨움을 묵묵히 감당해 나가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그 의미를 되새긴다.

오랜 세월 자신이 장남의 자리에서 살아오면서 체득한 장남 정신이야말고 대한민국을 살리는 길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장남정신'이란 어떤 일을 주도해 나가는 자가 꼭 가져야 할 미덕이라고 말한다.
주도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먼저 몸을 움직여야하고, 아랫 사람을 마음으로 다스릴 줄도 알아야하며,
또, 모든 잘못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며 기꺼이 책임질 줄 아는 마음!
그것이 바로 장남 정신이라고 한다.
요즘 시대의 장남이란 소대장 또는 기업의 경영자 더 나아가서는 한 나라의 대통령일 수도 있다.
이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장남 정신을 가지고 이 사회를 이끌어간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밝을까?
그래서, 작가는 말한다.      "장남 정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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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4. 17. 11:54

지상에 숟가락 하나-국방부 금서???


오늘 뉴스 시간...국방부 금서목록지정에 반발했다 해고 당한 군법무관들 항소 운운...

그런데 금서 목록 중 현기영의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라는 책이 화면에 비쳤다.
우리집 서가에도 그 책이 있는게 생각이 나 빼어 들었다.  웬 금서???
이 책의 표지에는 아이러니하게도 ***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 ***라는 글이 ...

"---살아서 박복했던 아버지는 그래도 죽음만큼은 유순하게 길들일 줄 알았나 보다. 이렇다 할 병색도 없이 갑자기 식욕을 잃더니 보름 만에 숟갈을 아주 놓아버린 것이었다.---"
이 책의 시작이다.

'죽다'라는 말과 관계된 우리말의 다양함이란...
숟가락을 놓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전혀 감정이 섞이지 않게 표현하다니)

"그때처럼 죽음의 실체를 생생하게 느껴본 적은 없었다. 막연한 추상으로 먼 곳에 머뭇거리던 죽음이 어느 날 급습하여 아버지의 몸을 관통해서, 나와 정면으로 맞닥뜨렸을 때의 그 예리한 통증은---그러므로 부친의 영전에서 맏상제로서 내가 흘린 눈물 속에는 필경 자신의 죽음을 미리 보아버린 자의 두려움과 슬픔도 함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음이 완전한 소멸을 의미하는것은 아니지 않은가...아버지의 목숨은 단절된 것이 아니다. 자식인 나에게이어진 것이다. 종말은 단절이 아니라 그 속에 시작이 있다는 것, 따라서 나의 존재는 단독의 개체가 아니라 혈족이라는 집단적 생명의 한 연결 고리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유년 시절로 돌아가 어두운 망각의 늪에 빠져 있던 기억들을 살림으로써 어제와 오늘, 탄생과 죽음, 과거와 현재가  결코 따로 있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주인공이 태어난 해방 전후의 6년 간 살았던 그 곳-4.3 사건의 와중에 시커멓게 타버리고 폐허가 되어버린- 함박이굴에서의 외로운 삶과 그 시대를 살아낸 토착민의 신산한 삶을 시작으로 주인공의 유년 시절 그리고 사춘기를 겪으며 문학 소년으로 커나가는 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1940년대 이후를 살아낸 우리 아버지들의 우습고도 슬픈 어린 시절의 모습.
 제주도 특유의 자연과 풍습.
 너무나 세밀하게 묘사되어서 나 자신이 그 유년 시절을 따라 살아내고 있는 듯한 느낌!!!
읽는 내내 웃음과 지긋한 아픔 그리고 설레임이 있었다.

한 소년의 성장 소설이라 할 이 작품이 금서 목록에 오르다니...
아직까지 이렇게 집요하게 감추고 싶은 사실이 많은 집단은 누구일까?
한 때, 대학생들이 교양으로 보던 사회 과학 서적들이 어느새 금서 목록에 오르고,
그 책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용공시 되고
경찰 조사를 받던 그 암울한 시절의 기억이
새삼 가슴을 짓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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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4. 9. 03:31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엄마를 부탁해!!!!!!!!!!!

 이번에 읽은 책 하나 소개 드립니다.
계속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올라오는 책이죠.
신경숙의 장편 소설 '엄마를 부탁해'입니다.

사실 제가 한국 소설 보다는 영미 소설이나 추리 소설 같은 걸 좋아해스리...
게다가 제가 좀 편견도 있고 해서...유명하다니깐 괜히 뜨악한 생각을 하기도 했던 책이었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 이렇게 시작됩니다.

엄마를 잃어버리다니 무슨 분실물도 아니건만...이러면서 글을 읽기 시작 했답니다.
근데...또 화자(글 속에서 말하는 사람)가 입에서 걸리는 겁니다. 

"......너의 가족들은 궁리 끝에 전단지를 만들어... 엄마를 잃어버렸는데, 남은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너의 가족들은 서로에게 엄마를 잃어버린 책임을 물으며 스스로들 상처를 입었다."

뭔가 시작부터 편안하지 않는 느낌. 엄마를 잃어버린 식구들이 어쩔 줄 몰라 허둥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 글의 화자는 '너'라는 표현으로 여기 가족들과는 어떤 감정도 공유하지 않는 차가운 시선을 느끼게 하면서 모든 등장 인물들을 날카롭게 질타하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1장- 아무도 모른다-의 첫느낌이었습니다.

 그 다음 2장 -미안하다, 형철아 에서는 맏아들이 엄마의 발자취를 추적해 가면서 잊고 살았던 엄마의 자신에 대한 사랑과 아픔을 확인해 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3장에서는 늘 아내에게 무심하고  젊은 시절 바깥으로 떠돌기만 하던 아버지의 회한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네 번 째 장에서는 비로소 엄마의 시점으로, 이제는 죽어서 영혼의 모습으로 딸의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마음 속으로 평생을 간직했던 한 남자에 대한 비밀스런 기억, 그리고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와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도 하고... 그리곤...마침내 자신이 태어났던 곳까지 다다른다.
자신이 평생 누구의 엄마였고, 아내였었지만...마지막 독백은 이렇게 맺는다.

"엄마는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도 일평생 엄마가 필요했다는 것을."

----------소설은 원래 잡으면 빨리 읽혀 지는 것이라 이삼일이면 끝내지만, 빨리 끝내기가 싫어서 이런저런 집안 일을 중간중간 괜히 해가며 이 책을 오래 붙잡고 있었답니다.
나도 누구의 딸이었었고, 이제 나도 누구의 엄마이고, 아내인 지금 살아오는 동안의 삶의 고단한 부피야 다르지만, 그 일일이 다 말 못할 심정들이 괜히 공감이 가기도 했었고...괜스리 우리 엄마가 보고 싶었답니다. 먼 이국땅에서 이 글을 읽어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군요.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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