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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11 정글 만리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3. 9. 11. 22:50

정글 만리



최근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각광받고 있는 소설이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드는 생각은 정말 조정래답다(?)라는 것이었다.


소설의 형식을 빌리고 있기는 하지만, 작가는 중국에 대한 본인의 지식과 식견을 모조리 전달할려고 애쓴다.

그러다 보니 소설의 사건전개에 대한 흥미보다는 중국사회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여기 미국에 살다보니 한다리 건너 보게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 독자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수준을 작가는 너무 낮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다가 이건 계몽소설 아닌가 하는 생각이 여러번 드는 이유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한국의 20대 또는 30대를 주독자층으로 설정했다고 하는데, 그들을 가르치고 싶은 생각이 너무 앞서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비교적 술술 잘 읽혀진다. 왜냐하면 <태백산맥>이나 <한강>처럼 우리끼리 지지고 볶는 얘기가 아니라, 중국이라는 상대를 놓고 전개되는 이야기이므로, 읽으면서 느끼는 심적 갈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네이버에 연재된 소설이었으니, 젊은 독자층을 상대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갈 수밖에 없었음도 쉽게 이해가 된다.


하지만 쉽게 읽혀진다고 해서 절대로 가벼운 내용은 아니다. 우리가 아직은 한 수 아래로 내려보고 있는 중국의 성장 속도와 그 잠재력은 정밀 대단하다.  중국이 이미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정도의 나라가 아니다. 조만간 현재의 G2에서 G1의 자리를 꿰찰 나라이니 우리도 적절한 대응방도를 찾아야 한다.    


작가가 2년동안 현지답사를 하고, 수많은 취재를 통하여 수집한 정보들은 생생한 현장감이 있었다. 베이징과 샹하이 그리고 시안, 난징까지 발로 뛴 흔적을 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정부에서 정책이 있으면 우리에게는 대책이 있다." (上有政策 下有對策) 라는 재미난 표현과 '중국의 여자들은 미인이 되기보다 부자가 되기를 더 바란다' 는 우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었다.

베이징과 샹하이 등 동부지역의 급속한 성장과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쓰촨지역 등 서부지역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 정책으로, 동부지역에 유입된 인력들중 자기네들의 고향인 서부로 이동하는 인력이 증가함에 따라 인력난이 가중된다는 분석도 흥미로왔다.       



중국 특유의 칸시란 한자로 관계(關係)라고 썼고, 그 뜻은 ‘연줄ㆍ뒷배ㆍ네트워크’ 등이 뭉뚱그려진 것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한국 사회의 고질병이고, 나라 망치는 학연ㆍ지연ㆍ혈연을 다 합쳐서 이루어지는 그 어떤 것이었다.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그러면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 칸시 때문에 중국에 처음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한동안 정글을 헤매며 허방을 딛고, 넘어지고, 길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것 같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전대광은 요행히 샹신원과 칸시가 맺어져 있었다. 그래서 샹신원은 자기 사촌의 일을 은밀하게 전대광에게 부탁했던 것이다. 철저하게 비밀 보장이 된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었다. 전대광이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부장으로 승진한 것도 샹신원의 덕이 컸다. 샹신원은 전대광네 회사의 수출입 업무를 언제나 수월하게 풀어주었고, 그 덕은 전대광의 빠른 승진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 책속에서>


앞서도 언급하였듯이 계몽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작가가 오랫동안 현지답사와 취재를 통하여 전달할려고 하는 알찬 내용은 누구에게나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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