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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05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6. 5. 05:07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짧은 이야기의 거장이라고 알려진 마르셀 에메의 소설집이다.
모두 5편의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짧은 이야기...그러나...긴 여운!!!

여기 실린 글들에 대한 가장 간단한 감상이다.

그 다섯 편의 이야기 중 하나가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이다.
가장 유명한 이야기라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그가 죽은 뒤 세워진 동상의 모습도 사람 하나가 건물 벽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고 한다.
 
등기청의 하급 직원으로 그냥 평범한 삶을 이어가던 뒤티유욀이라는 남자가 어느 날 자신에게 벽을 뚫고 나가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작가는 그를 매우 선량하고 겸손하지만 자긍심이 강한 남자라고 써 놓았다. 그런 그에게 새로 부임한 과장이 뒤티유욀을 골방으로 내쫓고 또 자신이 쓴 편지를 걸레같다느니, 형편없는 쓰레기라는 둥 고함을 치곤 타성에 젖은 바퀴벌레라고 욕하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대놓고 한 마디도 못하던 뒤티유욀은 갑자기 영감에 사로잡혀 자기 방과 과장의 방을 가르는 벽 속으로 들어가 머리만 내놓고는 과장에게  욕을 해 댄다. 마침내 노이로제에 걸려 과장은 정신병원으로 실려가고...

 드디어 자신을 능력을 깨달은 뒤티유욀은 자기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고 자기 한계를 뛰어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히고, 신문에 실리는 도난 사건의 주인공이 된다. 일부러 잡혀 감옥도 체험하지만 그것도 싫증을 내고는 이집트에 있는 피라미드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길 꿈꾼다. 그러다 어떤 여인에게 갑자기 연정을 느끼고는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이 있는 여자라 남편이 외출한 틈에 몰래 벽을 통과하여 만나야만 했다. 
여인과의 뜨거운 만남을 가진 그 다음날, 두통에 시달리던 그는 서랍 속에 들어있던 알약을 아스피린으로 생각하고 먹는다. 그리고 그날 밤 여인과 다시 만나 재회하여 사랑을 나눈 뒤, 그녀 곁을 떠나 벽을 통과하던 뒤티유욀은 어떤 저항을 느끼고 담벽에 갇히고 만다.

문득 뒤티유욀은 낮에 먹었던 알약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지난해에 의사가 벽을 통과하는 능력을 없애기 위해 처방해 준 바로 그 약! ---약 성분이 재밌다. 쌀가루와 켄타우루스 호르몬의 혼합물인 피레트 가루 정제라고...약을 먹고 체력을 과도하게 소모하라고 처방한 것.---
그 약을 복용한데다 힘을 격렬하게 사용한 효과가 더해져서 의사의 처방이 갑작스레 효험을 나타낸 것이다.

...지금도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의 네거리를 지나칠 때 희미한 탄식 소리가 들리는데, 그것은 뒤티유욀이 찬란한 행로의 종말과 너무도 짧게 끝나버린 사랑을 한탄하는 소리다....

독특하고 약간은 괴기스러운 소재에다 사회에 대한 풍자와 유머가 깔려 있는 에메의 작품은 어이없게 끝나버린 그의 인생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허무함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나머지 이야기는 <생존 시간 카드>, <속담>, <칠십 리 장화>, <천국에 간 집달리> 4편이다.
개인적으로는 <생존 시간 카드>가 제일 인상 깊다. 사람마다 한 달에 살 수 있는 날짜가 정해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한 달에 15일만 살 수 있다고  한다면 당신의 기분은? 또 시간을 어떻게 쓰게 될까? 사회적으로는 어떤 문제가 일어나게 될까?  등등 재밌는 생각 거리들이 많을 것이다. 
책을 덮은 뒤에도  많은 생각과 울림을 주는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