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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7. 14. 23:00

사형 직전 목숨을 건진 도스토예프스키!

그러자 그들은 그의 눈 주위에 어두운 밤의 띠를 둘렀다.

그러나 내면에서는
이제 피가 색깔을 가지고 돌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비추어주는 물 속에서,
이미 지나가버린 삶이
피로부터 솟구쳐 나온다.
그리고 그는
죽음에 바쳐진 이 일초의 순간이 
한번 더 자기 영혼을 통과하며
잃어버린 모든 과거를 씻어버리는 것을 느낀다.
그의 전일생이 다시 깨어나서
그림이 되어 그의 가슴을 유령처럼 스쳐간다.
창백하고 잃어버린 잿빛 유년시절,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아내,
세 개의 파편 같은 우정, 두 잔의 즐거움,
명성의 꿈, 한 더미의 수치.
그리고 그림으로 된 충동이 잃어버린
청년시절을 혈관을 따라 굴린다.
그들이 자신을 기둥에 묶는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살아온 전존재를
그는 한번 더 깊은 내면으로 느낀다.
사려깊은 생각이 어둡고 무겁게
그 자신의 그림자들을
그의 영혼 위로 던진다.
그리고 그때
그는 누군가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느낀다.
검고, 침묵하는 걸음걸이를 느낀다.
가까이, 아주 가까이,
그가 손을 자기 가슴 위에 올려 놓는 것을.
심장은 점점 약하게…… 약하게…… 그러다가 이제 더는
뛰지 않는다 ―일분이 지나면 ―그러면 끝이다.
코사크 사람들은
저편에서 사격을 위해 대열을 이룬다……
총을 멘 벨트는 흔들리고……
손들은 방아쇠 소리를 내고……
북이 울려서 공기를 가른다.
그 일초는 수천 년 나이를 먹게 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는 정치범으로 수감되었다가 처형당하기 직전에 풀려난 적이 있다. 
사형 직전의 도스토예프스키의 내면 심리를 뛰어난 전기 작가이기도 한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사람은 죽기 직전 자신의 전 생애를 찰나로 다 볼 수 있다고 한다.
가족들과의 사소한 일상들, 자신이 평생 쌓아 올렸다고 믿어왔던 한 웅큼의 명예, 때때로 저질렀던 부끄러움들...
그리고, 자신이 통째로 무너지는 것같은 절망감에 분노를 터뜨리던 어느 한 때...
이런 것들이 스쳐가는 순간에 우리 각자 다다랐을 때, 어떤 것이 회한으로 남을까?
그걸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 인간들은 보다 완벽한 삶을 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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