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09. 7. 16. 22:47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늙어서 경계해야 할 것들에 대한 기록)!

이 책은 몇 년 전 우연히 들른 어느 도서관에서 잠깐 읽고는 잊었었는데, 최근에 구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으로 보았다. 

이 책을 처음 썼을 때의 작가 나이가 41살이라고 되어 있다.
아직 노인이 된 나이는 아니지만 멀지 않은 미래를 나름대로 준비하는 의미로 쓴다고 했다. 노년이 되기 전에라야 노년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
젊은 청년기에는 문득 한번 씩 이런 생각이 스치기도 하겠지만, 또 더 나이가 들어 장년이 되면 더 자주 이런 말이 마음 속에 맴돌기도 할 것 같다.


나는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라는 말을 떠올리면 두 분이 생각난다.

한 분은 한국에 있을 때, 직장 상사였던 분이시다.
술도 좋아하시고 농담도 즐겨 하시던 분이었는데, 그 분을 보며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 그분에게서 받은 이미지는 젊은 사람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도 젊은 이들을 절대 불편하게 만들지 않으셨다.
그게 가능했던 것은 같이 자리한 사람들 모두가 그분이 '나를 정말 좋아하는 구나'하는 느낌을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꺼이 함께 어울리며 그 자리를 즐거워했던 것 같다.
우리 모두 각자 부족한 면이 많지만, 그 부족한 면보다 잘난 점을 항상 봐주시고 좋아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난 줄 알았다.^^ 그 현명함과 넉넉함이 그립다.

또 한 분은 미국에 살면서 어느 모임에서 만난 분이시다.
오랜 세월 2세 교육에 전념해 오신 분이셨는데, 그 분을 뵈면서 '아!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었다.
보통 조금 격식을 차리게 되는 자리에 앉게 되면, 저절로 등이 의자 등받이에 붙어 각(^^)을 세우게 된다.
그때 그분은 내 맞은 편에 앉으셨는데 테이블 앞으로 몸을 바짝 기울이시고는 내가 말할 때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열심히 들어주셨다. -우리 사이는 거의 40년이란 세월의 틈이 있었고, 그분의 경력에 비하면 나는 뭐 내세울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다 한 마디!  
"아~ 자기는 말할 때 눈이 반짝반짝하는게 너무 예뻐!"
그 말할 때의 표정이란 바로 '19살' 그 모습이었다.
그 자리의 긴장감과 어색함을 무너뜨린 그 한 마디!
사실 나는 그때 '지금 선생님 모습이 더 예뻐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호기심과 감탄에 가득차 상대방의 말에 열중하던 그 모습이란...
아! 나도 그렇게 나이들고 싶다.

소노 아야코는 '노인'의 의미는 절대적인 나이가 많고 적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다른 사람에게 뭔가 대접받고 싶어하는 마음만 가지게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더 이상 베풀지 않고, 이제 나도 노인이 되었으니 당연히 네가 나를 대접해야 된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바로 그때 노인이 된다고...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ㅠ.ㅠ  

좋은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