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 Posted by Book Hana 2010. 8. 18. 03:36

밥벌이의 지겨움



책 제목을 처음 보고,
'누가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가' ( ^^ )하고 들여다 보았더니 '칼의 노래' 작가 김훈이다.
사실 그의 작품 중에 처음으로 읽게 된 글은 '언니의 폐경'이라는 단편이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 '이 작가는 남자이면서 어떻게 폐경기 여성의 심리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다는 생각도 하면서.

그리고 그후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칼의 노래'를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말은 진즉 들었지만, 정작 손에 잡을 때까지는 시간이 꽤 흘렀다.
왜냐하면 그 소설의 소재때문이었다. 
충무공 이순신...,
솔직히 식상할만큼 지겹게 대해왔던 소재이다. 
'그 소재를 가지고 쓴 소설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했다.
... 하지만 책을 잡고 나서 꽤 두꺼운 그 소설을 내쳐 단숨에 읽어버렸다.
아!  이순신을 가지고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구나!!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어서 '남한산성'과 '공무도하'를 접하면서 그의 팬이 되었다.      

그의 글을 읽을 때면 항상 긴장을 하게된다. 왜냐하면 글자 하나 하나의 무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산문형식으로 씌여진 시를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무심코 읽고 지나간 귀절을 다시 읽으며 그 뜻을 새기려 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리고...이번에 나온  '밥벌이의 지겨움'은 오랫동안 씌여진 그의 글들을 묶어서 출간한 책이므로, 편하게 짧은 읽을거리를 찾는 이들에게는 적당하다.
으레 산문집이라는 것이 그렇듯이 통일된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도 이런 저런 단상들로 엮여져 있어 조금 산만한 느낌도 준다. 
그것은 또 그나름대로 편안하게 읽을거리로서 역할을 한다.

소설과의 차이는 작가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전거', '육필원고에 대한 그의 사랑' 등이 좋은 예이다.
사실 어느 방면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은, 또 다른 어느 쪽에서는 많이 처지는 경우도 많다.
빼어난 글솜씨를 자랑하는 작가 김훈도 그렇게 보인다.

자신을 소개할때 작가나 소설가보다는 '자전거 레이서'라고 불리길 좋아한다는 그는 운전을 할 줄 모른단다. (?)
아직도 못하는 지는 모르지만...
그리고 육필원고를 고집하는 이유도 사실은 이메일이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물론 반드시 자동차운전 또는 이메일을 사용하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본인이 싫으면 안하면 그만이다.
근데 그것을 굳이 이유를 갖다대며, 자전거나 육필원고 예찬론을 주장하는 글들을 읽을 때는 그의 고집이 정말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한다.  ^^

그의 소설을 읽을 때의 긴장감과는 다른 그의 모습들..
작가가 내게 준 이미지와 또다른 그의 모습들을 보게 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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