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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7 김정현의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의 눈물'


그게 1996년이니까 햇수로는 벌써 15년이나 되어 가는군요.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안에서 '아버지'라는 소설을 읽었던 것이.

그 당시에 '아버지'라는 소설이 신드롬을 일으킨다고 해서, 그 책을 사서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소설이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겠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왜냐구요? 눈물이 앞을 가려 자꾸 눈물을 훔쳐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정말이지, 그 때 책을 읽으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소리 내어 울 수는 없었지만,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분에게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그날따라 제자리가 공교롭게 운전기사가 앉은 편이 아닌 쪽의 맨 앞자리 통로쪽이라,  그 차안의 대부분의 승객이 나의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리였거든요. 정말 난감... ㅠ.ㅠ

그 때가 바로 한국이 IMF로 난리가 났던 때이었죠. 많은 회사들이 부도로 쓰러지고, 거리의 노숙자들이란 말도 그 때부터 유행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때 저도 회사원이었고 아이들의 아버지이었습니다. 그 때 저의 복장은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이었으니까, 그 버스안의 승객들은 '저 사람의 회사가 부도가 났든지 무슨 사단이 있나보다'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는 그렇게 나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 <아버지> 이후로 드라마, 영화 그리고 소설속에 그려지는 아버지의 모습은 겉으로는 큰 소리를 치지만 내면은 왜소하고, 측은하게 그려지는 것이 일반에게 쉽게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 이전만해도 아버지는 권위의 대명사로 통하였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드라마 제목은 생각나지 않지만 대발이 아버지가 생각나네요) 물론 그 소설때문만은 아니라 IMF라는 시대상황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킨 것이겠지요.
더 이상 아버지(가장)만 믿고 있다가는 안되겠다, 그런 생각들도 많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는 인터넷은 <아버지>에 나오는 그 아버지 세대들이 더 이상 자식세대로부터 지식이라는 측면에서의 존경심은 받게 어렵게 만들어 버립니다. 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잔소리가 돌아오지만, 인터넷 검색을 하면 찾고 싶은 답이 나오는것을...

그 작가 김정현이 <아버지의 눈물>이라는 책을 새로 내놓았고 베스트 반열에 올라 있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기억으로 그 책을 사 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해서, 책을 들고는 조용히 침대로 가서 읽었습니다. 이제 나이가 들면서 감정이 메말랐는지, 아니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너무 단단히 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이전같은 최루효과는 없었습니다.

독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의 눈물>에 나오는 아버지가 그렇게 안되었다 하는 생각이 들지 않더군요. 작가가 정말 어려운 세상살이를 아직 해보지 못해서 그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소설이나 영화가 재미가 있을려면 '감정이입'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자꾸만 객관적인 관찰자 입장에서 읽게 되더군요.
그 이유가 이야기의 배경이 너무 한국적인 것이고, 나 또한 이민생활이 길어지면서 사고방식이 전형적인 한국인방식에서 자꾸 멀어져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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